제대로 잘못 던져진 부메랑에 관하여
(WWW.SURPRISE.OR.KR / 탁류 / 2020-04-07)

어제 하루 밭에 엎어져서 호미와 삽으로 땅을 고르고 돌을 골라냈더니 서기도 힘들고 앉기도 힘들다. 몸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꼼짝없이 누워 있자니 오늘은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 멈춤과 운동

코비드19-11, 코비드19-12, 코비드20-1, 코비드20-2, 코비드20-3, 코비드20-4, 맞춤형 코비드들이 끊임없이 출하되고 은밀히 배포되고 있는 듯하다. 지역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인간의 육체와 의학이 이 신생 바이러스에 적응하는데 실패한다면 새로운 신상 코비드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적절한 의학적 대응방식이 나올 때 마다 신품이 출하된다면, 그리고 서로 다른 코비드 바이러스를 가진 인간의 이동과 이에 따른 재전파가 이뤄진다면, 인간의 육체와 의료체계는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속 1600킬로미터의 속도로 자전하는 지구를 코비드19형이라고 하자면 인간들은 얼마 안 가 가장 위험한 곳이 시속 1600킬로미터의 적도이며 가장 위험하지 않은 곳이 자전속도 0인 극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를 아는 인간이라면 살기 위해 남극과 북극의 극점을 향해 위도를 거슬러 오르거나 내릴 것이다. 그러면 코비드20형이 등장해서 다시 극점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생존자들을 싣고 있는 지구를 시속 1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공전시켜버린다. 그러면 또 있는 놈들과 아는 놈들은 온갖 기술을 동원해서 태양 가까이 이동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코비드21형이 등장해 우리 은하 주변에 위치한 태양계 전체를 미친듯한 속도로 돌려버린다. 속도가 0이 되는 안전한 지점을 찾아 우리 은하 중심부 어디에 짱박히더라도 궁극엔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의 팽창속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뛰어봐야 벼룩이다. 진실은 코비드 연작물이 우리에게 “멈춰라. 정지하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이은 코비드의 살상력에 몸서리칠 것 같지만, 그 만행을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속도변화의 부재로 인해 우리가 시속 10만 킬로미터의 공전 속도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미친 듯이 동시에 자전, 공전하는 지구의 표면에 각도기와 수평기를 대고 흔들리지 않는 건물을 올리는 것처럼, 우리는 죽어가는 이웃들의 속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삶의 끈을 놓지 못할 것이다. 속도의 변화가 없으면 우리는 속도를 인지하지 못한다. 코비드가 장기화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우리가 코비드를 변화없는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때 코비드는 우리를 위협하는 어떤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가 살아야하는 하나의 환경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코비드 자체가 아니라 코비드가 하나 하나 무너뜨리는 삶의 외곽을 정비하느라 겨를이 없을 것이다.

2. 책임으로부터의 자유

참전이나 파병 후 병사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있다. 이 병사들의 대부분은 3-4미터 이내에서 적과 직접 조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적과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포병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보병은 자신의 정체성과 어긋난 단 한 번의 살인으로도 평생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지만, 수 십배의 살상을 한 포병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푹 심장근육을 뚫고 들어가는 칼날의 느낌이 손바닥에 전해져 오고 발버둥치다 서서히 의지가 사라져가는 눈동자는 보병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반면에 포병의 눈에 보이는 거라곤 수북이 쌓이는 탄피뿐이다. 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포병이 쏜 포탄의 성격은 ‘에라... 모르겠다’탄이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거리와 수단이다. 공격 대상이 공격자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게 되면 얼굴을 마주한 직접적인 공격이 불가능해지고 간접적인 특성을 띠게 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커질수록 그에 따른 책임감도 작아진다. 즉, 보병은 “누가 죽였나?”는 물음에 대한 대답에서 자신을 배제하기가 곤란한 반면, 포병은 “모르죠... 누가 쏜 포탄에 죽었는지...” 또는 “나는 탄을 장전만 하니까...” 또는 “관측병이 그날 무전 수신 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또는 “그날 바람이 심해서 오차가...” 또는 “내가 쏘는 거 니가 봤냐?” 와 같은 책임을 회피할 여지가 있다. 포탄이 최종 낙하지점에 도달해 살상효과를 완성하는데 너무 많은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코비드 바이러스는 단지 탄환에 불과하다. 그 탄환은 인간이라는 구경에 딱 맞는 총알로써 혼자서는 무용지물이지만 인간이라는 몸(총)에 들어가면 발사가능한 상태가 되고 기침을 하는 순간 발사된다. 발사된 탄환은 허약한 육체의 폐를 뚫고 들어가 끝내 숨을 멎게 만든다. 탄환에게 사망의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3. 제대로 잘못 던져진 부메랑인가?

던졌을 때는 내가 아닌 목표물(조선)을 향해 날아가지만 목표물에 명중하지 못하면 부메랑은 던진 자에게로 돌아온다. 애초에 맞을 계획이 없었는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1) 극동에 한정된 효과를 의도했으며 부메랑이 돌아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2) 극동에 던진 부메랑이 실패하고 돌아올 경우 코비드의 세계화가 플랜B로 계획되었다.

(1)번의 가정이 맞다면 작전실패다. 불장난에 불과하다. 중국의 일부를 그을리는데 그쳤고 애초에 의도했던 조선을 태우는데 실패했다. 남은 건 제 몸에 붙은 불을 끄는 일이다. 그래서 (1)번은 설득력이 약하다. 코비드19의 확산에 대다수가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적극적으로 느슨했기 때문이다. (2)번은 “어디까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어디까지?”는 확산범위와 살상범위를 가리킨다. 확산범위는 인간의 발이 닿는 공간 전체다. 성공적이다. 살상범위는 의료체계가 부실한 국가군과 노쇄한 인간집단으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치명률이 너무 낮아서 인구감소라는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코비드 시리즈의 지속적인 출시 배포와 장기화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남은 것은 이 두 개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만 고려해보면 된다. 두 개의 조건이 충족되면 목표는 전쟁이 아닌 수단에 의한 전 지구적 인구조절을 포함하는 어떤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코비드19 자체가 아닌 코비드가 불러일으키는 부차적 효과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애초에 작성된 시나리오이며 코비드19는 미래에 다가올 어떤 것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코비드의 간접적 영향에 관해서는 그동안 많은 요소들이 언급되었다. 그러므로 그것을 다시 나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것은 대게 다음 번 또는 다음 다음 번에 넘어질 도미노 핀들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가장 궁금한 것은 <도미노 핀들이 다 넘어지면 마지막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이다.

4. 두 가지의 상상

코비드19가 열린 사회의 경제, 정치, 교육같은 작은 도미노 조각들을 하나 하나 차례로 쓰러뜨려 나간다면 최종적으로 마지막 핀이 넘어진 다음에는 무엇이 올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상상에 대한 이야기다.

(1) 지속가능하지 않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자체의 한계로 인한 화투판 엎어버리기다. 이 화투판의 참여자들은 시장경제의 주역들이다. 고스톱판이다. 그러다가 흔들고, 쓰리고, 피박, 광박에 멍따를 맞는 상황에 이르렀다. 돈을 잃게 될 참여자 모두에게 파토낼 티끌만한 구실이라도 필요한 때에 이르렀다. 이때 누군가가 “잠깐... 아니.... 이거... 팔피 한 장이 왜 없어?”라고 하면 팔피 한 장(코비드)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화투판을 엎음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채무 면제다. 이런 상황의 특징은 화투판의 승자 한 명 빼고 나머지 전부가 동시에 “당연 파토지!”를 합창한다. 그리고 제일 앞장서서 화를 내며 화투판을 엎는 자는 나머지 참여자들로부터 이심전심의 격려를 받는다. 그는 팔피 한 장을 빼돌린 자이며 이빨 빠진 화투판에 대해 가장 먼저 분노하는 자다. 나머지에게 그는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놈이라, 나머지 참여자들은 뺨이 얼얼하게 아파도 울고 싶은 마음이 그 아픔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것은 단체로 화투판의 누적된 결과를 거부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배째라다. 일단 판을 엎어버리면 기존의 화투 규칙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게임과 규칙을 들고 나와야 한다. 이것은 있는 거 고쳐 쓰기가 아니라 새로 만들기다. 거듭된 실수로 인해 게임을 망쳤을 때 간단히 재시작 버튼 누르기다. 온갖 죄악을 저지른 다음 하느님께 기도하고 죄사함 받기다. 아주 서방스러운 논리로 보이지만 서방 사회의 핵심인 자유로운 이동에 기반한 시장과 경제가 무너지면 이 갑툭튀 플랜B는 그런대로 먹힐 수 있다.

(2) 다음은 더 이상 대규모는 커녕 소규모 전쟁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방의 제국주의 3기 구상을 위한 조바심나는 계획이다. 제국주의 1기에는 신대륙의 헐렁한 땅에 들어가 총과 천연두로 한 번 해먹었고, 제국주의 2기에는 원자폭탄으로 오래 오래 해먹었다. 더 이상 원자폭탄으로 계속 해먹기가 어려워졌다. 제국주의 3기, 다시 바이러스를 들고 나왔다. 치사율은 과거의 천연두나 흑사병에 비해 초라하다. 그러나 하루 생활권이 된 현재의 지구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코비드19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놀라운 전파력을 보여주었다.

조선은 어쩌면 유일한 코비드 청정국가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빨갛게 칠해진 반면 하얗게 점으로 표시된 조선이 나오는 지도를 상상해보라. 이것은 조선이 유일한 코비드 청정국가로 남는 것 그 자체가 제국주의가 의도한 최후의 일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간에 걸쳐 조선을 제외한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며 적응기를 거친 다음 안정기에 접어든 시점에 조선이 문을 열면 그때 비로소 플랜B가 작동될 수도 있다. 16세기 스페인이 중남미의 아즈텍과 잉카 문명을 절멸시킬 때 필요했던 것은 오랫동안 유럽 사회가 적응한 병균이었다. 침략자들이 가져온 병균으로 인해 두 토착 문명은 적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이것은 익숙한 제국주의적 습성과 방식의 재탕이다. 있는 것 고쳐 쓰기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다. 이것은 제대로 잘못 던져진 부메랑이며, 실패한 공격은 의도된 것임을 의미한다. 완전한 범죄이므로 책임은 소멸된다. 공격자는 철옹성인 조선을 공격하는 것을 포기하고 성 주위 전체를 물로 애워싸는 전략을 사용했다. 언젠가 그 물은 성안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제국주의는 조선의 전법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데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지 모른다. 조선의 그 전략에선 선빵을 날리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실수하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현재 제국주의는 코비드19로 선빵을 날리고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코비드19가 전 세계로 확산이 완료되고 충분한 시간이 흐른 시점에 이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조선은 코비드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남게 되는 것이다.

5. 맺음말

손자병법에 다음의 세 가지 전법이 나온다.

(1)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2)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승리다.”,
(3) “적이 침입하지 않으리라는 예측을 믿을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비책을 갖추고 적이 침입해올 것이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현실 세계의 행간을 읽으려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무질서해 보이는 현실 세계의 사건들에 질서정연한 허구적 욕망을 투사해야 한다. 그러나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 별빛과 달빛조차 자취를 감춘 상황일수록 산골 초가집의 작은 불빛은 태양처럼 밝게 비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조선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코로나 청정국으로 남을지 모른다. 극동의 골짜기에 비치는 작은 불빛이다. 나그네는 그 불빛과 자신 사이에는 반드시 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유일한 불빛을 향해 나그네만 찾아드는 것은 아니다. 적도 찾아든다. 안개처럼 자욱한 지금을 어슴푸레 들여다보았다. 조선은 위의 3가지 병법을 모두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승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본 듯하다. 바이러스를 향해 핵미사일을 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