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극우 보수 집회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19-10-04)
검찰이 조국 장관을 소환하겠다고 하는 움직임의 동력은 아마 개천절의 광화문 집회였겠지요. 그 집회에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들리고, 나라가 반쪽이 났다는 우려도 들립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이렇네요. 아마 저 동력으로 해서 계속 집회가 있긴 쉽지 않을 겁니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계량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들이 꽤 있지요. 저들은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이고, 서초동 집회는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만들어 낸 집회입니다. 그 집회의 끝을 보면 그 차이가 잘 나오지요. 서초동 집회가 쓰레기도 자발적으로 치우는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면, 광화문 집회의 끝은 폭력으로 얼룩졌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지요. 수준의 차이가 나는 겁니다.
게다가 폭행을 당한 사람들 중엔 기자들도 있었고, 경찰도 다수였다지요. 아무튼 이런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광화문 광장 시위는 이날이 개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습니다. 보수 기독교계가 인원 동원에 상당부분을 차지했다면, 이들이 광화문에서 부흥성회 같은 것을 계속 열지 않는 이상 이 정도 규모로 모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해봅시다. 사실 저들이 저렇게 모인 동력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겠지요. 그것이 어떤 변화이든간에 지금껏 살아온 관성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이 그들에겐 덜 두려운 겁니다. 그들의 윗대가리엔 권력을 잃는 두려움이, 그리고 저변을 이루는 이들에겐 지금껏 자기들이 살아온 인생을 부정당하는 두려움이 있는 겁니다. 어쩌면 그들에게도 당연히 필요한, 그들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한 개혁과 변화를 부정하는 것. 저는 이것이 저쪽 집회에 나온 상당수의 사람들의 에너지가 됐을거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더 안됐다고 느껴지는 것이구요.
불필요한 세 과시인양 이것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중립성이 앞으로 보도에서 어떻게 변화할 지, 저는 그것도 궁금합니다. 언론이나 경찰은 자기들에게 직접 가해지는 위해에 대해서 상당히 반발하는 집단인데요. 단, 그들을 내려누르는 힘이 있다면 거기엔 매우 순응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그런 변화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저 언론이 '어느 쪽에 서 있든 간에' 대중에 대해서는 매우 깔보는 편이어서 말이지요. 적어도 자기들을 누르는 물리적인 대중의 힘에 대해서는 그리 곱게 보지 않을 것 같은데.
서초동의 함성에 대해 물타기하려는 언론들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앞으로 당신들의 설 자리를 분명히 하길 바랍니다. 어차피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중립을 표방하고 회색으로 서 있던 당신들의 몫이라는 것도 잊지 마시고. 어쩐지 이번주 토요일이 더욱 기대됩니다. 적어도, 저쪽에서는 동원령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그 동원력이 각자의 가슴 속에 있었던 것이니까.
시애틀에서…
출처: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