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America First ①
― 「국가 안전 보장 전략 2025」의 논리와 지향 ―
李鍾元
1953년생. 와세다 대학․릿쿄 대학 명예 교수. 국제 정치학 전공.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일 관계가 주된 연구 주제.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오히라 마사요시 기념상 수상) 등의 저서가 있다.
*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2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2025년 12월 5일, 제2차 트럼프 정권의 「국가 안전 보장 전략 2025」(이하 「NSS2025」)가 공표되었다. 서반구(이하 ‘아메리카 대륙’)를 중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대외 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주목을 모았지만, 그 안에, “트럼프식 몬로 독트린 보충 원칙”(This ‘Trump Corollary’ to the Monroe Doctrine)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루스벨트식 몬로 독트린 보충 원칙’을 본떠 만든 표현이다.
1904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몬로 독트린을 확대해 해석하여, 미국은 권익 확보를 위해 중남미 국가들에 개입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이를 ‘루스벨트식 보충 원칙’(Roosevelt Corollary)으로 불렀다. 이후, 미국의 중남미에 대한 군사 개입이 반복되었다.
【역주】
역사적 개념 의미
Monroe Doctrine (1823)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 금지
Roosevelt Corollary (1904) 미국의 중남미 개입 정당화
Trump Corollary (NSS2025)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 우선권과 외부 세력 배제 강조
애당초 이 구절을 트럼프식의 과장된 슬로건으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2026년 1월, 트럼프 정권은 베네수엘라에 군사 공격을 하고, 대통령 부부를 끌고 가는 행동으로 나왔다. 이는 ‘트럼프식 몬로 독트린 보충 원칙’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이하게도 ‘루스벨트식 몬로 독트린 보충 원칙’의 발단도 베네수엘라였다.
당시는 대외 부채의 불이행, 이번은 마약 범죄로, 직접적인 계기는 다르지만, 배경에 ‘비아메리카 대륙 세력’을 배제하고, 미국의 세력권을 확고히 하는 의도가 있었던 점에서는 공통한다.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예측 불가능성을 대외 정책의 무기라고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개 문서에 얽매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NSS2025」에는 ‘America First’(미국 제일주의) 전략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트럼프가 대표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이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 걸까. 미․중 대립과 타이완, 북한 문제 등, 동아시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NSS2025」의 논리와 지향을 면밀하게 숙독할 필요가 있다.
■ ‘America First’ 전략의 원칙과 우선 과제
이번 「NSS2025」은 양적인 면에서 작다. 종래 보고서와는 다르게, 관료적 작문의 나열이 아니라, ‘America First’의 대외 전략의 골격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드러내고 있어, 일종의 깔끔한 면이 있다.
먼저 이전 정권(자신의 1기 집권을 제외하고)의 안전 보장 전략이 왜 ‘혼선’을 거듭했었는지, 그 비판에서 시작한다. 냉전 종결 이후, “미국의 외교 정책 엘리트”들은, “전 세계를 영구히 지배하는 것이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며, “미국 국민이 국익과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는 세계적인 부담을 미국이 영원히 떠안는다는 의지”에 대해 “명백한 오산”’을 했다. 그 ‘오산’으로, 그들은 “글로벌리즘과 이른바 ‘자유 무역’에 파괴적 도박을” 한 결과, 미국의 경제․군사적 우월성의 기반인 “중산 계급과 산업 기반 자체를 공동화”시켰다고 단호히 비판한다. 요컨대, 미국의 국익과 국력에 관한 현실적인 판단을 결했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America First’를 위한 ‘올바른 전략’이란 뭘까. 「NSS2025」는, 10개의 원칙과 5개의 우선 과제, 각각의 지역별 정책 지침을 제시한다. 먼저, 기본 원칙으로 다음 10가지를 든다.
① 초점을 좁혀 설정한 국익의 정의
②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③ 비개입 주의
④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
⑤ 국가의 우위성
⑥ 주권과 존중
⑦ 세력 균형
⑧ 미국 노동자 우선
⑨ 공평성
⑩ 능력과 실적
의미가 겹치고 애매한 부분도 많지만, 이 원칙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가 중심주의의 국제 질서를 제창하고 있다. 10개 원칙 가운데 7개가 ‘국가’에 관련된 것이며, ‘주권 국가’와 ‘국민 국가’(nation state)가 국제 사회의 주체로 강조된다. 주권의 존중, 비개입 주의, 세력 균형 등은 17세기에 탄생한 근대 주권 국가 체계의 근간을 형성하는 개념이다. 고전적인 국제 정치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듯하다. 국내법과 국제기구의 제약을 거부하고,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 구축일 것이다.
둘째, 당연하지만, 미국의 국익 우선 강조다. 제8부터 제10의 원칙은, 국내외에서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의 이익을 확보하고, 국내 산업의 진흥을 위해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는 등 ‘공평성’을 회복할 것을 강조한다.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도 ‘공평성’의 일환으로 제기한다.
셋째, 전략 실행에 관해서는, “유연한 현실주의”를 내건다.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와 다른 통치 체제나 사회를 가진 국가들과도 우호 관계”를 맺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공언한다. 외교․안보에 이데올로기나 가치를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선언이며,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와도 다양한 거래를 시도해 온 트럼프류 ‘실리 외교’의 정당화라 할 수 있다.
이상의 원칙에 기반해 우선 과제로 다음의 5개를 들고 있다.
① 대량 이주 시대의 종언
② 핵심적 권리와 자유 보호
③ 책임 분담(burden sharing)과 책임 이전
④ 평화에 의한 재편성(realignment through peace)
⑤ 경제 안보
이 가운데 ①과 ②는 국내 정치와 경제의 쟁점이며, ⑤의 경제 안보는 대외 정책에도 관련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의 중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①은 MAGA의 중심적 요구인 국경 관리와 이민 정책의 엄격한 관리를 강조하고, ②의 ‘권리와 자유의 보호’란, 혐오 표현 대책은 언론의 자유 억압이며, 바이든 정권이 실행한 DEI(다양성․공평성․포괄성) 촉진 정책은, 소수자를 우대하는 점에서 역차별이며, 기본권의 침해라고 하는 MAGA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대외 정책 면에서는, ③과 ④가 중요하다. ③은, 동맹국의 국방비 부담에 관한 것으로, 종래의 ‘책임 분담’에서 더욱 나간 것으로, ‘책임 이전’을 내세우고 있다. 2025년 6월, 헤이그 NATO 정상 회담에서 EU 가맹국이 국방비를 GDP의 5%로 인상하는 것에 합의한 점을 언급하며, 그것을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내세운다. 순수 군사비를 GDP의 3.5%, 안보 인프라 등을 포함해 1.5%, 총 5%까지 늘리라는 요구가 EU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제기되고 있다.
④의 “평화에 의한 재편”은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대통령의 지휘 아래, ‘평화의 딜’을 추구하는 것이 세계의 안정, 미국의 글로벌한 영향력, “우리의 이익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국가와 지역의 재편”에 효과적이며, ‘정상 외교’를 주된 수단으로 삼고 있다. “국가와 지역 재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불분명하지만, 기존의 국제 정치 구도에 구애받지 않는 트럼프식 외교를 사실상 추인하는 것이며, 그 가속화를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 격변한 지역의 우선 순위
이번 「NSS2025」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지역 우선순위의 격변이었다. 미국의 안전 보장에서의 중요성이, ① 아메리카 대륙 ② 아시아 ③ 유럽 ④ 중동 ⑤ 아프리카 순이다. 제1기째의 「NSS2017」에서는, ① 인도 태평양 ② 유럽 ③ 중동 ④ 남․중앙 아시아 ⑤ 아메리카 대륙 ⑦ 아프리카 순이며, 바이든 정권의 「NSS2022」에서는, ① 인도․태평양, ② 유럽 ③ 아메리카 대륙 ④ 중동 ⑤ 아프리카 ⑥ 북극권 ⑦ 해․공․우주였다. 지금까지 주변적 취급을 받았던 아메리카 대륙이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도약한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 전략은, 앞에서 말한 ‘트럼프식 몬로 독트린 보충 원칙’이라는 말로 집약된다. 미국의 안전 보장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중요성은, 불법 이민과 마약 범죄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에 무역과 투자의 시장이며, 전략적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런 지역에서 ‘아메리카 대륙 국가가 아닌 경쟁자’가 미국의 권익을 위협할 경우, 무력으로라도 배제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트럼프식 보충 원칙’이라는 신조어에 담겨 있다.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아메리카 대륙 국가가 아닌 경쟁자’란 중국일 것이다. 최근 중국은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일대일로’의 중남미 거점이었다. 트럼프 정권의 아메리카 대륙 중시에는 중국을 향한 견제 측면이 있다.
두 번째인 아시아 지역 전략에는 「경제적 미래를 이루어 내고, 군사적 대립을 예방한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군사보다 경제에 중점이 놓여 있다. 21세기에 한층 성장이 기대되는 이 지역은, 미국의 ‘핵심적 관심(이해)’(Ultimate stakes)이 걸려 있으며, 무역과 투자 등의 불공평을 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중국 문제도 이러한 문맥에서 정의되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이 아시아 지역 전략의 중심 과제로 제시된다. 2017년 판에서는, 중국을 “수정주의 파워”(revisionist powers)로 부르며, “미국의 가치와 이해에 반하는 세계 형성”과 “인도 태평양에서 미국의 축출”을 추구한다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이번은 그러한 직접적인 위협 인식의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타이완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위협’ 억제 체제를 과제로 들고는 있지만, 중국을 명시적으로 지목하는 일은 조심스럽게 피하고 있다. 타이완 해협과 관련해, 미국은 “현상에 대한 어떠한 일방적 변경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일단 밝히고 있지만, 이는 “오랜 선언적 정책을 유지한다”라는 차원의 입장이다. ‘현상 변경의 반대’는 전혀 새로운 정책 전환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해온 말에 불과하다, 고 덧붙임으로써, 의미를 상당히 누그러뜨리고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본 타이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반도체 산업의 세계적 생산 기지, 중국의 ‘제2도련선Second Island Chain’(일본․오사가와라 제도 – 괌 - 파푸아뉴기니) 진출의 관문, 남중국해를 통과하는 해상 교통로의 거점이라는 점을 들며, 특히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타이완에 대해서도 군사보다 경제적 관점을 중시하고 있으며, 미국 국익과의 관련에서는 부차적인 의미가 강하다.
【역주】 도련선島連線Island Chain
도련선은, 1950년대 트루먼 행정부 시기에 형성된 서태평양 방어선 개념이다.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에서 섬들이 사슬처럼 이어지며 형성된 전략적 방어선을 의미하는, 미국의 해양 군사 전략의 개념이다. 중국․러시아 등의 해양 진출을 견제․차단하고, 해상 교통로(SLOC)를 통제하고, 동맹국(일본, 한국, 필리핀 등)과 연계한 전방 방어선 구축을 목표로 한다.
또한 “제1도련선(규슈․오키나와 – 타이완 – 필리핀) 안의 어떤 장소든 침략을 거부하는 군사적 능력 구축”을 지향하면서도, 그것은 미국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1도련선상에 있는 동맹국이 ‘집단 방위’에 대한 노력과 투자를 가속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특정하며, “제1도련선의 방위에 필요한 군사비의 증액을 촉구한다”라는 내용이 명기되었다.
한편, 아시아 지역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중동 지역의 문제로 이란과 시리아가 거론되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핵 문제의 결락은 의도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인 유럽에 대해서는, “유럽적인 위대함을 증진한다”라는 부제 아래, 상당히 엄격한 현상 비판이 이어진다. 트럼프 정권 처지에서 보자면, 유럽의 문제는 “불충분한 군사비 지출과 경제적 정체”만이 아니다. “정치적 자유와 주권을 침식하는 유럽 연합과 회원국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유럽 연합 산하 각종 기구의 규제 활동, 그리고 유럽 대륙을 크게 변화시키며 갈등을 낳고 있는 이민 정책, 언론 자유의 검열과 정치적 반대파 억압, 급락하는 출산율, 국민적 아이덴티티와 자신감 상실” 등,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사회를 좀먹으며, 유럽은 “문명의 소멸”로 향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유럽 국가들 안에서 유럽의 현재 흐름에 대한 저항 세력을 육성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혔다. 이것은 유럽에서 대두하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확장을 후원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더욱이 교역과 무기 수출 등을 통해 “중․동․남유럽의 건전한 국가들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가 되었다. 유럽이 “연대하는 주권 국가들의 집단으로서 (국방력 측면에서) 자립하도록 지원”한다고도 밝히며, 유럽 연합의 체제를 흔들어, 분열을 도모하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데 비해, 러시아는 대다수 유럽 국가에는 ‘실존적 위협’이지만, 미국 처지에서는 직접적 위협이라는 인식은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관여”로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를 ‘관리’하며, “유라시아 대륙의 전략적 안정”과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 사이의 분쟁 위험의 완화”를 도모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 방침으로 되었다. 러시아는 ‘위협’이라기보다, ‘안정’을 위한 파트너와 같은 취급이다.
요점을 말하자면, 유럽에 대해서는, 이제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관여는 필요하지 않으며, 유럽과 러시아의 세력 균형을 관리함으로써 현상 변경을 저지하면서, 경제와 첨단 산업의 경쟁 상대로, 유럽 연합의 약화를 지향하는 방향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지역, 중동과 아프리카에 관한 기술은 매우 간략하여, 관심이 낮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중동에 대해서는, 미국 자신이 석유 수출국이 됨으로써, 에너지원으로서의 중동에 의존하는 ‘역사적 이유’가 사라졌다고 명언한다.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원조에서 무역과 투자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언급할 뿐이다.<2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