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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과 린든 존슨, 그리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①
  번호 132559  글쓴이 김종익  조회 5390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6-9-8 08:56 대문 0

베트남 전쟁과 린든 존슨, 그리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①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6-09-08)

아베 고다이阿部幸大
1987년생. 도쿄 대학 문학부 학사, 석사. 뉴욕 주립대학 박사 학위 취득. 쓰쿠바 대학 인문 사회계 조교, 미일 문화사 연구자.
『완전히 새로운 아카데믹 글쓰기 교과서』 『내러티브 피해학』 등의 저서가 있다.

* 이 번역글은 분량이 길어 3편에 나누어 게재합니다 - 역자 주


■ 통킹만과 거짓말

1964년 8월 2일, 북베트남 근해에서 미 해군 구축함 매독스호가 공격을 받았다. 어뢰는 선체를 빗나갔지만, 매독스호는 기관총 사격으로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 공격해 온 적함은 모두 세 척이었다. 매독스호는 즉각 반격했고, 인근 해역에 있던 항공모함 타이콘데로가호에서도 F-8 크루세이더 전투기 네 대가 출격해 지원했다. 그 결과 적함 한 척을 격파하고 나머지 두 척에도 타격을 입히면서 사태는 일단 수습되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8월 4일, 매독스호는 미 해군의 또 다른 구축함 터너 조이호와 함께 다시 같은 해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다시 공격받았다고 판단한 두 구축함은 반격에 나서, 두 시간에 걸쳐 교전을 벌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남베트남 편에 서서 전쟁에 개입해 온 미국이 북베트남 해역을 정찰하던 중에 일어난 작은 충돌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통킹만 사건’이다.

두 번째 공격이 일어난 8월 4일 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국민에게 호소했다. “이러한 폭거로 인해 남베트남 정부와 국민을 전력으로 지원하겠다는 모든 미국인의 결의는 배가될 것이다.”

이제 ‘옳다고 믿는 바를 굳게 지키는 자세’(firmness in the right)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부여된 평화의 사명을 완수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엄숙한 책임에 따라 군사 행동을 명령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어리석은 나라들은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미국은 충돌이 확대될 위험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행사를 제한된 규모에 머물게 할 것이다.

사흘 뒤인 8월 7일 의회가 채택한 통킹만 결의는 베트남 전쟁의 ‘제한적인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미군의 북베트남 공습, 흔히 ‘북폭’이라 부르는 공중 폭격을 내용으로 한 롤링 선더 작전을 감행할 명분을 존슨에게 제공한 것이 통킹만 사건이었다. 그러나 통킹만 사건의 두 번째 공격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불확실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전쟁 확대의 명분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널리 드러난 것은 1971년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1966년에 통킹만 사건에 의혹을 제기했으며, 1971년에는 기밀문서인 ‘펜타곤 페이퍼스’를 입수해 미국 정부가 베트남 개입의 실상과 전쟁 확대 과정을 은폐하고 왜곡해 왔음을 폭로했다. 이후 공개된 자료를 통해 매독스호가 북베트남을 상대로 전자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며, 두 번째 공격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덧붙여 ‘펜타곤’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각형을 이루는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진주만을 절호의 구실로 삼아 전면 전쟁을 결단한 루스벨트, 그리고 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을 ‘전쟁 미만’으로 규정한 트루먼. 그들의 노선을 이어받아 존슨은 ‘미국에 대한 공격’에 ‘제한전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미군이 연출한 허위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를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거짓말로 시작되었다’는 추문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미국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작은 나라 베트남에서 전쟁이 벌어진 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침공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태였다. 통킹만 사건이 조작이었든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든, 베트남에서 전쟁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야말로 엄청난 추문이었다. 통킹만의 거짓말은 그 엄청난 추문을 정당화하는 데 필요한 소도구에 불과했다. 거짓말이 전쟁을 낳은 것이 아니라, 전쟁이 거짓말을 필요로 한 것이다.

역주 ; 전쟁 미만
트루먼은, 한국 전쟁을 의회의 정식 선전 포고가 필요한 전쟁이 아니라 유엔 결의에 따른 ‘경찰 행동’(police action)으로 설명했다.


■ 고문과 군대

베트남 전쟁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45년 9월 2일, 하노이 바딘 광장에서 미국 독립선언과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이 차례로 인용되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불가침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은 지난 약 100년 동안 이 이상을 베트남인에게 단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다. 연단에 선 사람은 말을 이어 갔다. 게다가 프랑스는 일본 제국의 침략에조차 저항하지 못하고 우리를 일본에 팔아넘겼다. 그리하여 베트남은 프랑스와 일본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 제국이 패망하고 프랑스 제국주의 세력이 달아난 지금, 마침내 우리가 통일 국가를 수립할 때가 왔다. 이렇게 연단에 선 호찌민은 베트남 민주 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한다.

호찌민이 프랑스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베트남 독립선언을 미국 독립선언의 인용으로 시작한 데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었다. 호찌민은 제1차 세계대전 뒤 우드로 윌슨이 ‘민족자결’을 내세운 이래, 반식민주의의 기수로 자처한 미국에 계속 기대를 품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루스벨트는 전후 인도차이나에 프랑스가 복귀하는 데 반대하며 국제적인 ‘신탁 통치’―이 또한 결국 연성 제국주의에 불과했지만―를 집요하게 주장했다. 전쟁 말기에는 CIA의 전신 가운데 하나인 OSS(전략사무국)가 호찌민의 베트남 독립 동맹, 곧 베트민과 손잡고 대일 정보 수집에 협력했으며, 미군은 베트민에 무기도 공급했다. 호찌민은 독립선언문 초안을 작성하면서 OSS 요원 아르키메데스 패티(Archimedes Patti)에게 미국 독립 선언을 인용하는 문제를 상의했다고 한다. 호찌민과 베트민은 전후 자유와 평화의 모델을 태평양 건너편의 미국에서 찾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일본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베트남을 프랑스는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 했다. 이에 맞서 베트민이 프랑스와 벌인 전쟁이 이른바 ‘인도차이나 전쟁’이다. 전쟁이 본격화한 것은 1946년이었다. 여느 때처럼 미국은 중립적 태도에서 프랑스 지원으로, 다시 직접 참전으로 점차 빠져들어 갔다.

1949년에는 베트남 북부와 국경을 맞댄 중화 인민 공화국이 수립되었고, 이듬해 중국과 소련은 호찌민의 베트남 민주 공화국을 승인했다. 그러자 미국은 프랑스가 바오다이를 내세워 세운 괴뢰국 베트남국을 즉시 승인하며 맞섰다. 이리하여 미국은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의 대결’이라는 구도 아래 프랑스의 전쟁을 물려받게 된다.

“한 나라가 공산화되면 인접한 나라들도 연이어 무너진다”는 유명한 도미노 이론을 아이젠하워가 널리 알린 것은 1954년이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똑같은 논리가 작동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트루먼의 군사 지원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프랑스에 대한 군사 지원을 승인한 1950년, 트루먼은 사이공에 MAAG, 즉 군사 원조 고문단(Military Assistance Advisory Group)을 설치했다. 처음에는 인원이 35명에 불과했고, 임무도 미국의 군사·경제 원조가 적절하게 집행되는지를 감독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1950년이라는 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이자, 트루먼이 ‘경찰 행동(police action)’이라는 수사를 내뱉은 때였다. 바로 그 무렵 베트남에서는 선전포고 없이 군인을 해외에 파견하고 주둔시키기 위한 새로운 수사로 ‘고문관(advisor)’이라는 명칭이 태어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제한적’이었던 인원이 이내 수만 명으로 불어났고, 그 임무도 조언에서 훈련으로, 다시 실전으로 순식간에 확대되어 갔다.<2편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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