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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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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를 복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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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사건의 재구성과 57명의 증언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분단체제 프레임 전쟁과 과학 논쟁 (한겨레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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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적군 '김기춘 일파'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
  번호 36934  글쓴이 김동춘  조회 1466  누리 30 (30,0, 6:0:0)  등록일 2017-1-11 15:55 대문 2

진짜 적군 '김기춘 일파'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
(프레시안 /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2017-01-11)


오염된 진흙, 썩은 기둥으로 새 집을 지을 수 없다. 출세욕, 물욕, 공명심에 가득 차 법의 그물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강자에 추종하고, 약자를 짓밟는 일을 여반장으로 해 온 개인이나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 쉽게 반성하거나 하루아침에 변할 리 없다. 

국가를 내란수준의 혼란에 빠트린 범죄자들을 색출하여 처벌하지 않고서, 국가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를 보면 박근혜 게이트는 48년 이후, 아니 한국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그 예를 찾기 어려운, 최고 권력자 주도 하의 국기문란, 국정농단, 헌법파괴, 그리고 국고탕진 사건이다.  

지난 4년 동안 한국인들에게 사실상 국가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물론 304명의 시퍼런 생명을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 지극히 간단해 보이는 사실조차 규명할 수 없는 국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최고 지휘자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을뿐더러, 마지막 남은 권력을 붙잡고, 지지자들을 동원하여 판을 뒤집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 같다. 4년 동안 벌어진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관련 책임자들이 처벌되지 않는다면 우리 국가나 사회의 미래는 전혀 기약할 수 없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거나, 정권교체에 실패하거나, 새누리당이 다시 살아나고 책임자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또 이러한 일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입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프레시안(최형락)


우리 현대사가 산 교과서다. 친일파가 처벌을 받기는커녕, '애국반공투사'로 변신을 해서 자신을 처벌하려 한 사람을 거꾸로 모조리 처벌하고 학살을 했다. 이것은 '역(逆)청산'이다. 그 이후의 한국 현대사는 역청산의 반복이었다. 4.19 이후 이승만 독재정권에 부역한 사람들, 김구,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 등 애국지사를 암살한 세력들, 조봉암을 사형시킨 첩보기관, 한국전쟁기 학살을 자행한 세력을 청산하려다가 5.16 쿠데타가 일어나 그 노력은 모두 불발에 그치고, 이들 청산되어야할 세력이 모두 박정희 군부정권에 빌붙어, 부패, 장기 집권의 하수인, 인권 탄압, 간첩 조작의 주역이 되었다. 박정희 사망직후 이들을 처벌할 기회가 또 한 번 왔으나 그들은 전두환 신군부에 붙어 5.18 학살 가해의 편에 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또다시 기회가 왔다. 5공 청문회를 통해 광주 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벌과 정치권의 유착을 근절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신군부 지도자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그런 노력은 거의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서 3,4,6공 시절 인권탄압, 고문, 학살, 간첩조작, 부패, 정경유착, 여론조작에 앞장선 공안기관 요원, 검찰과 경찰, 법관, 언론인, 정치가, 재벌은 거의 한 사람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들은 또다시 권력의 핵심에 남았다. 이들은 1989년 이후 민주화와 노동권 보장의 요구가 거세어지자, 또다시 공안정국 조성, 사설 폭력 동원, 유서 대필 조작, 북풍 조작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였으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등장하자, 또다시 ‘색깔 몰이’를 반복했다. 

이 역청산의 주역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다. 1970년대 중앙정보부 파견 공안검사 출신으로서 유신헌법을 기획하고 간첩조작 등을 일으킨 의혹이 있다. 그가 87년 민주화 이후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면, 그는 법무부 장관이 되어 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최종 책임지는 지위에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 박근혜 정권의 최고 실제가 되어 반대파를 '적군'으로 몰아 '응징', 처벌하는 칼을 휘두를 수 없었을 것이다. 70년대 이후 김기춘의 활동은 고려 말 국정을 농단하고 결국 고려를 멸망시킨 권문세족의 수괴 이인임을 연상케 한다.  

이인임은 사정(私情)에 따라 공의(公義)를 해치고 인욕을 다하여 천리를 멸했으며 유죄는 살리고 무죄를 죽였으며 무공자를 상주고 유공자를 죽였으며 탐욕한 자를 귀하게 여기고 청백한 자를 천하게 여겼으며 간사한 자를 좋아하고 정직한 자를 미워하여 소인을 천거하고 군자를 물리쳐 인심을 더러운 곳에 빠트리니 삼한 사람들이 예의염치를 빈천과 화패에 빠지는 함정으로 알아 혹시 그 가운데 빠질까 두려워했다. (<고려사>, 이인임 편) 
  
오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바로 지난 부패, 반인권, 반민족, 반국민의 전력을 감추기 위해 70년 동안 용공조작, 지역주의 조장, 인권 탄압, 여론 조작, 불법 등의 방법으로 정치 경제적 이득을 누려온 김기춘 일파의 절제할 수 없는 권력유지 욕망의 결과였다  그들은 소신과 양심을 가진 사람을 배제하고 비리의 전력이 있거나 약점이 있는 사람들은 충성을 바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다음 주로 그런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일제 순사의 딸 최순실, 일제 황국 군대의 장교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김기춘, 우병우, 황교안 등 세상을 오직 적과 백으로만 보는데 익숙한 공안검사들과 가장 죽이 잘 맞았다. 지난 4년 동안의 박근혜 정권 하에서 벌어진 온간 거짓, 세월호 참사, 국민 감시, 정부 내 소신파를 솎아 내고 처벌한 일, 각종 비밀주의와 불법, 정경유착은 바로 이들의 작품이었다.   

이들 공안세력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기본임무로 하키는커녕, 그들을 지배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자유와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사찰 감시하거나 처벌했으며, 국민들에게 권력이 설정한 표준적인 사고만을 주입하여 생각하지 않는 기계나 물적인 욕망만을 추구하는 동물적 존재로 만들어 왔다. 이들 공안조직이야말로 북한의 존재 덕분에 기득권을 유지하는, 일본 식민지 체제가 남긴 최후의 유산이다.  

매국노, 반인륜 사범, 부패사범이 건국의 공로자, 전쟁 유공자자 되고, 경제성장의 주역이 된 나라에서 무슨 정의, 양심, 반성, 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 70여 년 동안의 중요 정치변동의 국면에서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가 이런 것이다. 45년 8.15 직후, 4.19 이승만 하야직후, 87년 6.29 선언 직후, 그들의 일부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권력자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노라고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들도 88년 청문회 당시에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처럼 말했다. 중앙정보부, 안기부는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는 뜻에서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후 국내 정치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식민지 시기부터 군사정권 내내 인권침해의 대명사였던 경찰도 노무현 정권 들어서서는 자기변신을 위해 남영동 치안본부 자리에 인권센터를 설치하고 인권친화적 경찰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런데 1988년 청문회 석상에 죄인이 되어 불려 나온 재벌기업의 총수들은 "권력자가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라고 답변했듯이, 그들의 아들과 손자는 바로 지난해 말의 청문회에 나와 꼭 같은 말을 반복했다. 중앙정보부에서 안기부로, 그리고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 최소의 첩보기관은 댓글 부대를 편성해 2012년 대선 직전 국민을 심리전의 대상으로 삼았다. 민주경찰로 변신하겠다던 경찰은 시위 농민에게 물대포를 직사하여 그를 죽게 만들었다. 검찰은 7,80년대 정치검찰로 완전히 되돌아갔다. 1987년 민주화, 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그들이 보인 약간의 반성은 조직보존을 위한 자구책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이 너무 분명하다.  

일찍이 중국의 대문호 노신이 말했고, 리영희 선생도 여러 번 인용했던 것처럼 "파시스트는 페어플레이의 대상이 아니다". 노신은 1911년 신해혁명으로 완전히 물러날 것 같은 중국의 군벌들이 잠시 죽은 시늉을 하다가는 다시 살아나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량한 국민을 군벌 권력자들의 먹이가 되는 참담한 상황을 겼었다. 노신은 사람을 물었던 개는 물에 있거나 물속에 빠졌거나 모조리 몽둥이질을 해서 혼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 개들은 너무나 불쌍해 보여, 이제 다시는 사람을 물지 않을 것이라고 동정한 나머지 살려주면, 나온 다음 도망을 가거나 다시 사람을 물게 된다는 것이다. 개의 본성은 '도의'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70년 한국의 역사가 노신의 경고를 확신시켜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는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엄한 처벌만이 문제해결의 길이다. 지금까지 행태로 봐서 검찰의 수사도 충분히 신뢰하기 어렵다. 촛불의 힘, 야권 모든 국회의원의 힘으로 책임자 퇴진, 철저한 진상공개, 그리고 관련자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최저선의 요구다. 적폐청산을 거론하지 않은 채 권력구조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들먹이거나, 개혁의 노력 없이 대권 경쟁에만 몰두하는 정치세력은 사실상 적폐청산 대상과 같은 편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최저선의 과제를 무시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대권 후보들 역시 신뢰할 수 없다. 이렇게 간다면 8.15 당시 친일파 청산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법적인 책임은 피할 수 있어도,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도 많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된 재산은 모두 국고로 귀속시켜야 한다. 적폐 청산을 위한 개혁입법은 과거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미래지향적인 일이다. 적폐 청산은 국가의 운영원칙과 정치체계의 근본적인 가치체계를 정립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죄는 단순히 법질서를 뒤흔든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체계를 붕괴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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