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민심에서 드러난 ‘朴 심판’과 안철수 책임론
(WWW.SURPRISE.OR.KR / 두루객 / 2014-06-06)

세월호 재난 참사의 민심이반 상황 속에서 치루어진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권의 체면치레로 끝난 결과에 대해 투표권이 없는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민주항쟁에도 불구 전두환 독재정권 세력을 몰아내지 못한 87년의 대선 결과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의 감정을 느꼈던 필자의 학창시절 느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선거일 뿐이다. 정당에 대한 지지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행사이다. 그러면서도 정국의 흐름에 맞춰 판단하는 유동층도 없지 않는 바, 민심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투표하지 않는 40퍼센트 수치의 정서가 마땅히 지지하고자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여 더하면, 세월호 민심이반의 흐름이 변하지 않았음을 박근혜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한 여야의 결과가 8;9로 균형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의 뜻이 명확하게 담겨 있다. 영호남을 제외한 그 어디에서도 야당 후보가 큰 차이로 패배한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서울을 비롯한 충청 지역 등에서는 집권 여당의 후보가 맥 없이 패배한 결과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더욱이 놀라운 것은 50:49라는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여준 부산시장 선거결과이다. 4년 전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에서 보여준 만만치 않는 야권 지지의 흐름은 일과성이 아니라 야도 부산의 명성을 되찾아 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대선에서 약간 주춤했지만 박근혜의 1년을 보고서 실망해 나타난 야권 성향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당락의 결과에 대한 판단으로 여야가 여전히 지역주의에 기댄다면 크나큰 오산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압도적 승리도 눈에 뜨인다. 이에 대해 많은 다수들은 보수의 분열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대구 경북의 보수후보들의 승리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지,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보수의 분열이 있었지만 그 때와 다른 진보후보들의 13 대 3이라는 대거 승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대구 경북과 다르게 진보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성향으로 봐야 함이 정확하다.

왜 그렇겠는가, 가까이에는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사태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다. 멀게는 돈벌이와 경쟁 논리로 전락시킨 MB식 교육체계를 고치라는 의사이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민심에 따른 도덕적 잣대가 힘을 발휘한 앵그리맘들의 반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은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단일화에 임한 그 초심을 이 번 선거결과로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보수의 분열과 부패에 따른 결과라는 진단도 부정될 수 없기에 진보의 저변화를 위해 진보정책의 신뢰성을 확립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의 민심은 겉으로 드러난 당락의 색깔이 아니라 그 내용을 볼때 박근혜 정부을 심판한 흐름의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야권이 패배한 인천과 경기지역에는 비정상적인 무효표 수가 드러나는 등 부정개표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야권이 반성 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내용상으로 볼때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지만 선거는 결과로 말해줌을 부정할 수 없다. 부정개표 의혹과 별개로 세월호 민심에도 불구 압도하지 못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전략적 오류들과 실책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지방선거 때에는 천안함이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였다. 4년 전의 경기지역 패배가 천안함 사태에 따른 경기북부 지역의 안보 심리가 그 원인이었지만 세월호 민심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은 야권의 실책에 따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무능 속에서 국민의 분노를 긁어주는 선도적 역활도 야당에 보이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의 승리는 박원순 개인의 인물론에 대한 평가나 경쟁력의 결과이지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 대한 신뢰로 볼 수 없다. 갖은 모함에도 불구 이겨내는 박원순 시장의 노련함은 ‘낮은 자세의 소통’과 복지 마인드, 원칙과 도덕성을 기반하는 정치의 야권 후보라면 어떠한 파고도 이겨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한길 - 안철수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이다.

야권의 선거승리는 항상 투표참여의 동기를 부여할 때 이루어졌다. 상대당의 지지층을 뺏기 위해 정체성도 버리는 방향이 아니라 투표의 동기를 부여하는 역동성에서 발휘된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방식이 도대체 어떠했길래 김진표 후보로 선출되었는가,  새누리 지지층도 포함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주장한 김진표보다 원혜영이나 김상곤 후보로 선출되었다면 경기지역 외의 지지층들이 박원순 시장 후보를 응원하듯 그랬을 것이다. 선거 막판에 들어 남경필과 접전을 이루어 진 것을 보면 김상곤 후보 또한 그 이상으로 선전할 것으로 보였다. 경선 방식에 대한 새정연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천과 경남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행보가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에 대한 견제심리로 소극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 안철수가 동반으로 경남과 인천을 돌아다녔다면 적어도 경남에서는 팽팽한 접전이 되었을 것이고 인천에서는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남의 경우에는 야권 도지사의 중도하차 여파도 있었겠지만 ‘김한길 안철수’ 아닌 ‘안철수 문재인’ 동반으로 발벗고 뛰었다면 접전 양상이 되었을 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안철수는 선거국면에서 어디에 있었는가, 광주의 윤장현 후보가 패배하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워질까봐 광주에만 집중하는 ‘김한길 안철수’ 행보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선거판 전체를 총괄하는 지도부가 아니라 개인의 이해타산에만 집념해 큰 것을 놓치는 실책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안된다. 

이는 안철수 스스로가 발목을 잡게한 밀실공천이 원인이 되었다. 자기 사람을 넘어 전체를 바라보고 화합하는 순리대로 갔다면 안철수 자신에게도 좋은 일인데 오히려 그는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도 밀실공천이라는 잡음만 일으켰다. 이는 전국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낳게 했다.

자신의 뜻대로 윤장현 후보를 당선시킨 이득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결과는 윤장현 후보와 맞선 강운태 후보가 투표하기에 마땅치 않는 인물이라는 것에 기인한다는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진단이 정확하다, 강운태 아닌 이용섭 후보로 단일화되었다면 어찌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날이 갈수록 자신의 입지만 생각하고, 국정원 대선개입과 간첩조작에 대한 대여 검증이 소극적이다못해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급법안을 합의해준 김한길 - 안철수 지도부를 보면서 어떻게 더 많은 투표의 동기가 일어날 수 있겠는가. 유독 왜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만 개혁세력의 과반수를 이끈 높은 투표율이 나왔는지 돌아볼 일이다. 보수수구 기득권층의 억지에 굴하지 않는 노 전 대통령의 강단함에 꼬꾸라진 한나라당의 탄핵 발의 자폭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필자는 시의원 비례대표에서 정의당에 투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선거 홍보물을 보고서 결정한 것이다. 130명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지에 김한길 - 안철수의 사진으로 도배된 것에 대한 반감이었다.  김한길 - 안철수만의 정당도 아닐진데 그 정당의 정책이나 철학을 설명하는 그림도 없이 ‘김한길- 안철수’ 사진으로 도배되는 홍보물을 보노라면 안철수 추대를 위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보였고, 제왕적 총재 시절의 정당이 아닌가 착각될 정도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개인적 입지에 대한 계산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9개의 광역단체장 승리로 체면치레한 것 같지만 기초단체장 결과로 들어가면 서울 경기 호남을 제외하곤 새누리당 일색이 되고 있다. 민주개혁 세력의 저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총선에서부터 나타난 여촌야도의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야권의 비판적 힘이 수도권에서만 통하는 것을 넘어 지방에도 전파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대통령을 지켜주세요라고 팻말드는 새누리당의 황당한 선거 방식이 버젓이 행해졌다. 관권선거 논란을 넘어 봉건주의적 행태다. 과거회귀의 구태와 파시즘적 행태가 태연히 행해지는 상황이니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투표의 내용을 분석하면 전반적으로 박근헤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지만 당선 양태를 보면 4년 전보다 훨씬 못하다. 진보당 후보들의 진출이 지난 선거보다 못한 것은 종북공세를 의식한 중도라는 이름 아래 야권의 통합과 연대의 역동성을 일으키지 못한 김한길 - 안철수의 지난 1년의 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의 빈틈을 돌파하지 못해 무너진 정의당과 진보당의 책임도 매우 크다. 특히나 정의당은 새정치민주연합 구성원의 약점을 파고들어 누구와 연대하고 누구를 비판해야하는지, 어떠한 의제로 대안 야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효과적인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의당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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