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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필소설/ 여순사건의 후유後遺
  번호 122390  글쓴이 김용필  조회 157  누리 0 (10,10, 1:1:2)  등록일 2019-10-20 10:02 대문 1

김용필소설/ 여순사건의 후유後遺
(10.19 여순사건의 비극)

(여수인터넷뉴스 / 김용필 / 2019-10-20)

『이분의 바다』

▲소설가 김용필.

1.

그녀는 여순사건 70년 만에 유실로 돌아왔다. 금오도 유실은 그날의 비극을 회고한 듯 유난히 해맑았다. 아침 햇빛이 찬란하게 바다 위에서 반짝거렸다.

유실의 아침은 늘 보석 같은 빛으로 시작된다. 오늘은 파도가 잔잔하고 물빛이 곱고 맑아서 물질하기 좋은 날이었다. 이분은 물질 할 복장과 어구를 챙겨들고 비렁에 앉아 물목 섬이 갈라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목 섬은 하루에 두 번씩 갈라져서 섬이 되었다가 육지가 되기를 반복한다. 썰물 땐 물목 섬은 육지와 연결된다. 100여 미터 모래톱이 하얗게 드러나면서 섬은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4시간여 하얗게 모래톱을 드러냈다가 밀물이 들며 어느새 모래 등은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바다가 갈라져서 모래등이 목처럼 드러난다 하여 물목 섬이라고 하였다.

물목섬 그곳은 금오도 유송리 소유의 바다였다.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물목이 드러난 모래톱으로 나갔다. ‘오, 파도여! 금빛 모래여! 행복했던 시절이여. 아름다운 인생이여!’ 바다를 향하여 크게 외친다. 바닷물이 천천히 갈라져서 모래 등이 허옇게 사구를 이루면서 물목 섬은 육지로 연결 되었다.

물 나간 사구의 물웅덩이에 갇힌 물고기가 퍼덕댄다. 썰물 때 물목을 넘지 못한 물고기들은 여지없이 모래톱에 갇히고 만다.

어릴 때 그녀는 이렇게 모래톱에 갇힌 물고길 주워 담았던 추억이 있었다. ‘엄마, 물고기 줍기 싫어요. 다 먹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면서 왜 물고길 거두라고 해요.’

‘문둥이 가시내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팔 데가 생길지 누가 알아, 박물 장수 아저씨가 올 때 팔면 되잖아.’‘ 박물장수 아저씨가 언제 오는데요? 오려면 닷새는 지나야 해요. ’‘잔소리 말고 줍기나 해라.’

열심히 거두어도 결국은 썩어서 그냥 내 버리곤 하였고 운 좋은 날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박물방수가 와서 헐값에 사 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어머닌 생선을 건어물로 만들어 장날에 파는 것을 알았다. 여수시 서정시장의 길목 목판은 어머니의 장터였다.

모래 목 사구엔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가 갇힌다. 썰물 때 탈출구를 찾지 못한 물고기들이 사구 안 물 웅덩이에 갇혀 퍼덕이다가 모래 등에 허옇게 죽어 나자빠진다. 숭어. 농어. 우럭. 장어, 참돔 할 것 없이 죽어 늘어진 고기가 지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목 섬에 방파제가 생기면서 해안이 변하여 모래 등이 거의 없어져서 걸리는 고기가 적었다.

유실(柳室) 해변 캐슬은 물목 섬을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 세워진 궁전 같은 집이었다. 집이 엄청나게 커서 캐슬(성)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오랜 세월 외국에서 살다가 늘그막에 고향으로 돌아 와서 옛집을 헐고 궁전 같은 집을 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실은 여수시 남면 유송리 소유 마을이다. 유실은 버드나무가 많은 동네인데 그 유실에 오실(鰲室)이란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마치 목을 드러낸 형상이 거북과 흡사해서 오실이라고 하였다.

오실은 그녀가 태어난 집이다. 캐슬 궁전은 바로 거북의 등에 지었는데 그 형상이 멀리서 보면 마치 거북이 무거운 집을 지고 물속으로 잠수하는 모형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유실에서 고기잡이를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죽고 이곳에 살던 동네 사람들도 한분씩 떠나고 지금은 낯선 어부들이 몇 사람 들어와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태어난 오실 집터에 캐슬 궁전을 짓고 이사를 왔다.

물목 섬은 해산물과 해조류의 천국이어서 물질하기 좋은 곳이었다. 이분은 사구에 갇힌 고길 잡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모래 등에 갇힌 물고기가 지천인데 요즈음은 모래 등이 낮아져서 물고기가 그렇게 많이 걸려들지 않았다.

사구에 갇힌 물고긴 버둥대다가 강렬한 햇빛에 숨을 거두고 하얀 비늘을 드러내며 죽어갔다. 날쌘 놈들은 물이 갈라지기 전에 이곳을 통과하지만 느리고 게으른 물고기는 여지없이 사구에 갇혀 버린다.

사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터였다. 어머닌 물고길 거두어 건어물을 만들어 장날에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팔았는데 그녀는 어머닐 따라 육지로 나가곤 하였다.

이분은 미니 해녀 복을 입고 나섰다. 아무도 보지 않는 해변에서 그렇게 차림하고 20대 아가씨처럼 해변을 걸으며 자신의 몸매를 뽑내 보았다.

예쁘다. 날씬해, 아직은 쓸만해 라고 자찬해 본다. 이 시간은 그녀만의 자유이며 낭만이었다. 걷다가 멈춰 서서 자신의 몸매를 훑어보곤 하였다. 70이 가까운 나인데도 큰 키에 곳곳하게 세운 몸매와 오목 볼록 드러난 육체의 곡선이 아직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팔짝팔짝 사구를 뛰어다니며 마음껏 육체의 환상을 쫒으며 사구에 갇힌 물고길 잡았다. 큰 농어 한 마리가 웅덩이에 갇혀 있었다. 그녀는 농어를 잡아들고 외쳤다. ‘어머니, 농어예요. 쌀 한 되는 바꿀 수 있는 큰놈입니다.’ 그때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가시내야, 옷을 벗고 물질을 해라.’‘창피해요.’‘ 누가 본다고 창피해, 어서 벗어 옷 삭는다.’ 어머닌 갱물에 옷을 적시면 삭는다고 늘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 말씀대로 발가벗고 물고길 잡고 있었다. ‘ 난 자유인이다. 왜 옷이 필요해, 이렇게 좋은 것을....’어머니가 빙긋이 웃었다.

나체로 물고길 잡는 참 별난 성미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젖는다. 어머니는 꼭 발가벗고 갯것(수산물 채취)을 하라고 종용하였다. 오늘도 그녀는 발가벗은 채 사구를 걸었다. 한적한 곳이라서 아무도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참 물질하기 좋은 날씨였다.

물목 섬벼랑은 물이 깊어서 김. 다시마. 청각 같은 신선한 해산물이 번식하기 좋은 곳이었다. 특히 파래. 톳은 질 좋기로 이름나 있었고 갯가 벼랑엔 홍합이 무리지어 생식하고 전복이 군락을 이루어 서생하였다. 깊은 물에 못 들어가더라도 바위 돌에 뿌리박은 홍합이나 해초를 따고 물 밑 바위가 깊이 드러날 때 해삼과 전복과 소라. 키조개를 딴다.

이분이 홍합을 채취하는 동안 김씨 아저씬 갯바위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그녀의 동태를 살핀다. 그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보살폈다. 그녀가 막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가 다가와서 말했다.

‘선생님,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세요. ’‘알겠어요.’‘ 오늘은 물이 깊이 빠져서 홍합이 많을 겁니다. 욕심내지 말고 적당량만 따셔야 합니다.’‘그래요, 힘닿는 만큼 만 딸 거예요.’

이분은 공기 주머닐 띄워놓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한번 물속에 들어가면 3.4분은 자맥질을 하여야 홍합과 전복을 딸 수 있다. 김씨는 마님이 올라오나 안 올라오나 살피고 있었다. 이분은 한 시간 여 물속을 들랑거리며 엄청난 홍합과 전복을 채취하였다.

“김씨, 전복과 홍합이 실하고 탄탄해요. 오늘은 큰 것만 잡혔어요.”

“역시, 선생님의 물질하는 재주는 누구도 따르지 못해요.”

“어릴 때 어머니가 가르쳐준 기술이랍니다. 어머님이 물개처럼 수영을 잘해서 물질도 잘 했어요.”

“유실의 홍합은 씨알도 크고 맛도 좋아요.”

“김씨. 오늘은 제가 홍합을 삶을게요. 잘 말려서 독일로 보내려고요. 아이들이 내가 만들어 보낸 말린 홍합을 좋아한답니다.”

물질을 끝내고 그녀는 잡은 홍합을 삶아서 건어물 덕장으로 가지고 나갔다. 덕장은 홍합과 전복등 오만가지 해초를 말리는 곳이었다. 배를 갈라 편 감성돔과 참돔이 햇볕에 고들고들 잘 마르고 있었다.

그녀는 물고기를 뒤집어 놓고 삶은 홍배을 덕장에 곱게 펴서 널었다. 이렇게 작업하는 시간이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옛날 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생선과 해초를 말려 질 좋은 건어물을 만들어 독일에 있는 자식들에게 부쳤다.

그녀는 잘 마른 홍합을 뒤적거렸다. 마른 홍합을 보노라니 갑자기 억척스런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렸다. 어머닌 건어물을 만들어 팔아 쌀과 곡식을 사 오셨다. 그래서 늘 갯벌에 나가면 쎄게 쎄게 빨리빨리 닦달을 한다.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뭘 꾸물대고 있어. 빨리 따라오지 못해. 물들면 갯것(갯벌일)을 못 한단 말이다. ’‘못하면 내일하면 되잖아요.’‘ 갯것은 돈이야. 돈을 벌어야 곡식을 사서 먹지.’ 어머닌 늘 어린 딸에게 일을 못 한다고 꾸짖었다.

이분은 갯것 둥주릴 짊어지고 어머니를 따라 다니며 해물을 거두고, 거둔 생선과 해산물은 덕장에 말리는 일을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하였다.

손발이 부르트고 갈라져도 어머닌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딸에게 일을 시켰다. 마치 의붓딸처럼 부려먹었다. 그래야 생계를 이을 돈이 나온다고 황소처럼 일을 시켰다. 어머닌 말린 어물을 가지고 육지로 나가서 팔아 쌀을 바꾸어 올 땐 우리 집은 부자가 된다.

어머니기 해물과 바꾸어 오는 식량은 그런대로 한 겨울을 날수 있었다. 그러나 이분은 갯일 하기가 싫었다. 항상 물속에 몸을 담그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질하기 싫어서 섬을 떠나야 한다. 지긋지긋한 해물걷이를 그만 둬야 한다. 그녀에겐 이 바다를 떠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분은 잡아온 홍합을 손질 하였다. 캐슬지기 김씨 아저씨가 그녀를 도왔다.

“마님,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할 겁니까?”

“네덜란드식 홍합 요릴 하려고요.”

“국물을 내서 양념을 하나요?”

“네델란드 식은 찜 홍합이죠. 세계 10대 요리랍니다.”

독일에선 뉴질랜드의 그린 홍합을 즐겨 먹었다. 여러 나라 홍합을 먹어봐도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나는 홍합만큼 맛있는 홍합은 없었다. 그중에서 금호도의 유실 홍합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홍합이라고 자찬 하였다.

그녀는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부모님을 잃고 유실을 떠났다. 사라호 태풍이 불던 날 부모님은 폭풍의 파도 속에 휘말려 허허바다로 떠밀려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악마의 바다는 그렇게 부모님을 앗아 갔기에 그 바다를 찾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에 너무 그리워서 다시 찾아 온 것이었다.

소녀는 육지로 나가서 삼촌 댁에서 동생과 자랐고 돈을 벌려고 독일로 떠났다. 간호원으로 갔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 자식들 잘 길러 행복했고 그런대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 저며 오는 것은 부모님이었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부모님에 대한 죄스럼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런데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인 동생마저 죽었다. 아버진 평생 어머니 앞에선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바닷물에 절어 살았다. 왜 그렇게 어머니 앞에서 쩔쩔 맺는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닌, 어머니대로 아버진 의식하지 않고 쉴 틈이 없이 갯일을 했지만 언제나 가난했다. 아버진 물질로 따온 자연산 홍합을 삶아 깨끗하게 말려 놓으면 어머닌 육지로 나가서 팔아 쌀을 구해 오곤 하셨다.

그녀는 마른 홍합을 비닐 포장지에 진공 포장하여 독일의 아들과 친지에게 보낼 짐을 꾸려놓고 화실로 들어가서 그림을 그렸다.

낮에는 바다낚시와 물질로 해산물을 거두어 말리고 밤이면 그림을 그리며 한시도 육체를 놀리지 않았다. 때문에 신경쇠약증과 우울증이 덜해갔다. 그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지병을 앓고 있었다. 악성 신경 쇠약증이었다. 잠이 오지 않으며 그녀는 이젤 앞에 앉았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엔 복잡한 심우를 잊는다. 그녀의 화폭에 유실의 해안 풍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물위에 떠 있는 거선 같은 캐슬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지평선 끝 바다에서 걸어오는 건장한 사나이가 있었다. 구릿빛의 근육을 가진 건강한 뱃사람이었다.

한참 작업을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만 붓을 던지고 해변으로 나가서 어두운 해변을 미친 듯 뛰었다. 칙칙한 소금기가 피부에 와 닿을 때마다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물목섬으로 내닫고 있었다. 그리고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대답 없는 바다, 파도는 사납게 사구를 무너뜨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유실의 물목섬은 한결같이 하루 두 번씩 갈라지는 해류를 볼 수 있었다. 섬이 되었다가 육지가 되는 물목 섬은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였다. 그곳 사구에 물고기가 많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아버진 늘 사구의 모래톱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를 잡았다.

사구로 쏟아진 파도는 어느덧 모래 등을 채우고 멀리 물목섬이 둥실 물위에 떠 있었다. 그녀는 얼른 해변으로 달려나와서 어두운 바다를 향하여 다시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물이 들어와요. 아버지가 웃고 있었다. 아버진 언제나 묵묵히 바다가 갈라진 사구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금오도 유실은 어머니에겐 무서운 감옥이었다. 여순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어린 소녀는 이곳으로 쫒겨 왔다. 검은 섬, 바람과 파도가 거칠고 세상과 결연된 사람이 살수 없는 섬이었다. 이 섬에서 누구도 소녀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

지금의 금오도는 천혜의 바다풍경을 관조할 수 있는 낭만이 섬이다. 특히 비렁 길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겐 최고의 힐링 장이었다. 여수에서 배를 타고 금오도 함구미 항에 내려서 좌우를 살펴보면 오른 쪽은 서남으로 가는 비렁길, 왼쪽은 북동으로 가는 물목 길이란 푯말이 보인다.

비렁길은 제1,2.3.4.5 구간의 거북의 배 부분으로 트래킹 코스다. 해안을 따라 걸으며 비렁의 절경을 체험할 수 있다.

물목 길은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함구미에서 거북의 목등인 송고를 거처 여천 항을 지나 버드나무 해변 숲을 달려가면 유송리에 이른다. 유송리는 대유와 소유가 있는데 소유의 우학리까지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이 도로를 한참 달리며 물 목섬에 이룬다. 이곳이 그녀가 태어난 소유의 유실이며 캐슬이 팔레스가 있는 곳이다. 오밀조밀 한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한참 달리면 수항도 물목 섬이 나타나고 바로 그곳에 그녀의 캐슬 팔레스가 있었다.

그녀는 5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이 바닷가 언덕에 캐슬을 지었다. 그녀가 유실에 캐슬 팔레스를 지은 것은 솔직히 말해서 아늑한 노후를 즐기려는 휴양이 목적이 아니고 부모님의 영혼을 달래려는 효행이었다.

그녀는 조정실 같은 3층 작업실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녀가 화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지친 머리와 육체의 피로를 풀려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싸아, 싸아, 바윗돌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서재겸 화실에 앉아 커필 마시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파도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은은하게 울려온다. 그녀의 눈빛은 어둠의 바다에 꽂혀 있었다. 먼 어둠의 바다에서 뭔가 찾으려는 절규어린 애틋한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억센 뱃 사나이가 다가온다.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데스마스크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 오늘은 금오도 비렁 길로 산포가요.”

“관광객이 너무 많아 힘들 텐데요.”

“어떤 사람들이 오나 보고 싶어요.”

“해변 트래킹 코스가 비렁길이라서 힘들어요.”

금오도는 섬 일주를 하는데는 비렁길과 물목 길이 있었다. 비렁길은 말 그대로 트래킹 코스이고 물목 길은 북. 동으로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였다. 금오도 비렁길은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힐링의 명소가 되어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독일에 오래 살다보니 향수병에 걸렸다. 그래서 고향에 집을 짓고 싶어서 대사관에 부탁을 하였다. 독일 대사관에서 강승규 건축 사무실을 추천해 주었다. 강승규 건축사와 통화가 되었다.

‘여수 금오도 유실의 해변에 집을 하나 지어주세요. 은퇴하여 살집인데 바다 전망을 관조할 수 있는 집으로 말입니다. ’‘독일인이 한국의 섬에 집을 짓는다고요?’‘

저 한국 사람인데 귀국하여 여생을 편히 지낼 집을 가지고 싶어요. ’‘금오도 어디에다가 집을 지으려고요?’‘ 금오도 유실이란 동네에 오실이란 집터가 있어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선생님은 유명한 건축가니까 선생님 취향대로 멋지게 지어줘요.’

강승규 건축사는 금오도 소유 해변을 찾아가서 유실의 집터를 둘러보았다. 오실이란 집터가 남아 있었다. 그는 해변 저택 설계도를 그려 독일로 보냈다. 답신이 왔다.‘훌륭합니다. 그대로 지어주세요.’

건축가 강승규는 시공업체를 선정하여 직접 감독을 하면서 집을 지었다. 그는 혼신을 다하여 후세의 명물로 남길 저택을 구상하였다. 공사는 꼭 1년이 걸렸다. 마침내 유실의 언덕에 3층의 궁전 같은 저택을 짓고 이름을‘오실(鼇室)’이라 하였다. 건물은 마치 거대한 배가 출항하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그런데 궁전 캐슬 오실을 완공했는데 살 주인은 돌아오지 않고 독일 영사관에서 위탁 관리인를 하게 하였다. 집을 지은지 3년 만에 집주인이 독일에서 돌아왔다. 이분이란 집주인은 60대 후반의 한국 여자였다.

그러나 오실의 캐슬은 그녀에게 아픈 추억을 들추게 하였다. 사실 이곳을 떠난 것은 부모의 죽음 때문이었다. 1959년 9월 19일 사라호 태풍이 남해안을 초토화 시켰다. 악마로 변한 바다는 그녀의 부모님을 앗아갔던 것이다. 12살 때 겪은 악몽이었다.

사라호 태풍이 거센 폭풍으로 금오도를 강타하여 무서운 파고가 해변의 집을 삼켜 버렸다. 집은 해일 속에 묻혀버렸고 부모님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간신히 살았다. 태풍이 지난 후 이분은 뒤편 버드나무 가지에 걸렸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구출되었다.

부모를 잃은 이분은 여수로 나와서 외삼촌댁에서 자랐고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호보조 교육을 받고 독일로 파견 되었다.

그 후 그녀는 다시는 금오도 유송리 소유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지독한 향수병에 걸려서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향을 50년 만에 찾아왔다. 아픈 추억을 안겨준 그곳에 다시 온 것은 부모님께 사죄하는 마음이었다.

독일의 남편이 죽고 자식들이 다 성장하여 출가시킨 후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22살 때 한국을 떠나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간호원 생활을 하였다. 꼭 3년만 돈을 벌려고 갔던 곳인데 연장 연장하여 10년을 보냈고 구세주 같은 남자를 만나 독일에 정착을 하고 말았다.

남편은 같은 시기에 돈을 벌려고 간 독일 파견 광부였다. 결혼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남편이 광산 갱도 붕괴 사고로 죽고 딸 하나를 데리고 외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함부르크 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상처한 독일의 정치가와 재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새 남편은 정치가로 승승장구하여 장관이 되었고 그녀의 인생은 황금기를 맞았다. 그런데 20년 간의 결혼생활도 독일 남편의 죽음으로 끝났다.

그녀는 두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남편 없는 집에서 홀로 지내다가 지독한 향수병에 걸리고 말았다. ‘날 한국으로 보내줘라. 고향에 가고 싶다.’ 아들에게 부탁을 하였다. 아이들이 향수병에 걸린 엄마를 그냥 볼 수가 없어서 고향으로 가게 하였다.

고향엔 남동생 한 분이 살고 있었는데 돌아가시고 혈육이라곤 조카딸 한 분만 남았다. 그래서 한적한 금오도 유실에 정착을 하였는데 캐슬은 그녀가 살기엔 너무나 큰 집이었다.

돌상어가 오르는 시절이었다. 이분은 돌상어를 낚고 싶어서 김씨를 불렀다.

“김씨. 요즈음 돌상어가 오르는 시기잖아요.”

“맞아요. 돌상어가 오를 시기죠. 아주 실한 놈이 잡힌대요.”

“돌상어거 먹고 싶네요. 우리 낚시가요.”

“그래요, 헌데 돌상어 낚시를 하려면 먼 바다로 가야해요.”

김씨는 마님을 낚시 배에 태우고 돌상어거 출현하는 소리도 까지 갔다. 고래가 자주 출현하는 길목에 그물을 치고 진종일 기다려도 돌상어는 나타나지 않고 참돔 만 걸려들었다.

그녀는 배안에 죽치고 앉아 있었다. 어언 해는 지고 등대가 반짝거렸다. 그때 물살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해풍이 차갑게 얼굴을 스쳤다. 몸이 이상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오래 씌어선지 폐렴 증상이 있어서 상어를 잡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날 낚시를 다녀와서 그녀는 크게 앓아 눕고 말았다. 몸이 몹시 약해진 탓이었다. 여수로 나가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돌아왔으나 몸이 전 같지 않고 거동이 불편해졌다.

‘김씨, 서울에 좀 다녀오세요. ’‘서울은 왜요?’‘ 이집 구조를 좀 바꾸려고요. 강승규 K 건축설계소로 찾아가서 이 편지를 전해줘요.’ 김씨는 서울로 올라가서 강사장을 만났다. 그는 그녀의 편지를 열어보았다.

-좋은 집을 지어줘서 고맙습니다. 강승규 사장님을 저의 집으로 초대 합니다. 꼭 뵙고 할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선생님을 저의 오실 캐슬로 모셔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거절하지 마시고 꼭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 이분 -

그녀는 강승규 사장이 금오도 유실을 방문해 준다는 말을 듣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기운을 차리고 일어난 이분은 캐슬의 집필실에 앉아 물이 빠지는 물목 섬을 응시하며 강승규를 떠올리고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이다. 첫 경험의 남자, 그 남자를 평생 그리워하면 살았는데 이제 다 늙은 몸으로 그가 만날수 있었다.

▲ 금오도(남면) 배경/ 사랑이야기 중에서

2.

기침이 잦아들고 폐렴기가 사라지자 그녀는 다시 해변으로 나가서 건조대에 말리는 고길 뒤집어 눕혔다. 너럭바위에 대발을 비스듬히 세우고 대발 위에 건어물과 미역등 해초들이 따사한 햇빛을 받아 잘 건조되고 있었다.

그녀는 너럭바위 덕장을 오가면 건어물을 뒤집어 놓고 습관처럼 작업실로 올라와서 이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김씨가 3층으로 올라와서 말했다.

“마님, 강승규 사장이 오셨습니다.”

“강사장이 오셨다고요? 응접실로 모시세요.”

김씨는 강승규 사장을 응접실로 모셨다. 이분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왜 이리 가슴이 설레는지 모르겠다. ‘어서 오세요. 강승규 건축사님, 전 이집 주인 이분입니다.

‘강승규 사장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낯익은 얼굴이란 표정이었다. ‘저를 초대 해줘서 고맙습니다.’ ‘제게 훌륭한 건물을 지어줘서 고맙습니다. 일찍 선생님을 뵈었어야 하는데 늦었습니다.’ ‘ 저도 내가 지은 집에 애착이 있어서 한번 와 보고 싶었어요. 초대 해 줘서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선생님을 뵙고 싶었어요.’

그는 3층의 거실로 올라가서 오실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내려다 보이는 동쪽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정말 신념과 혼을 다하여 만든 건축 작품이었다. 집도 집이지만 멀리 보이는 물목 섬이 마치 바다 정원을 안은 듯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개축을 한다고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르다운 집인걸요. 캐슬은 마치 물에 떠 있는 등대 같아요. 멀리 표류하는 어선이 해변 끝 언덕에 세워진 캐슬을 보고 찾아올 희망의 등대 말이죠.”

그녀가 감탄하였다.

“맞아요. 그런 의미를 내포했어요. 바다위에 떠 있는 형상으로 지었어요.”

그는 기술과 예술적인 혼을 담아 지은 집에 만족해하는 그녀를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고 집을 지어 달라고 했을 땐 거부 했으나 막상 집을 지을 자릴 보고선 은근히 탐이 났던 것이다.

김씨가 두 분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당엔 근사한 해산물로 꾸며진 식단이 준비되어 있었다. 상어찜이 주 메뉴로 올라와 있었다. 이분은 식탁에 앉자 강승규도 맞은편에 앉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를 모신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분, 참 예쁜 이름입니다. 이곳 바다를 닮은 이름 같아요.”

“제 이름이 이곳 바다를 닮았다고요?”

“네, ‘이분의 바다’사모님 이름과 이곳 바다가 꼭 닮았어요.”

‘이분의 바다! 이분의 바다.....! ’그녀는 몇 번 뇌아려 보았다.

“이분 선생님, 그런데 안면이 좀 있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요. 세상엔 비슷한 사람도 많거든요.”

“독일에서 사는 분이 어떻게 저를 알고 집을 지어달라고 했나요?”

“이름 난 건축가라서죠. 그런데 이런 명품의 건축을 지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전생에 인연이 있었나봐요. 그래서 제게 훌륭한 집을 선사한 것 같아요.”

“글쎄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위하여 직접 잡아서 특별히 만든 돌상어찜이랍니다. 드셔보세요. 백상어가 아니고 돌상어인데 금오도 소유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랍니다. 껍질을 벗겨서 찜을 만들면 그 맛이 최고지요. 와인과 같이 드시면 맛이 더 좋습니다.”그녀는 그에게 와인을 따라주었다.

“상어찜 진미에 와인이라.”

강상규는 그녀가 내민 잔을 한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상어찜을 입에 넣었다. 쫄깃한 식감이 입안에 화하게 우러났다.

“좋은데요, 이분씨도 내잔 받으세요?”

그는 그녀의 잔을 채웠다. ‘이분의 바다를 위하여. 그리고 오실의 명품 캐슬을 위하여’두 사람은 잔을 부딪쳐 건배하며 비워냈다. 오가는 술잔이 잦아졌다.

“사실 유실에 지은 오실의 캐슬은 내 생애 최고 걸작입니다. 건축가로서 이런 집을 꼭 짓고 싶었는데 마침내 이분 선생님이 기회를 마련해 준거죠.”

“내 집 옆에 선생님의 집을 짓고 노년을 친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럴까요? 하하하하”

그는 크게 웃었다. “이런 캐슬을 제게 지어줘서 고마워요. 약속은 지킨 셈 입니다.”

“약속을 지켜요?”

강승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옛날에 제게 근사한 집을 지어준다고 약속했었잖아요.”

“내가 그런 약속을 했어요? 언제요?”

“옛날에..... 첫 사랑의 남자였을 적예요.”

“첫사랑의 남자?”

이분은 갑자기 숙연해지고 말았다.

“강승규 건축사님, 정말 이분이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나요?”

“네. 전혀요. 누구신지?”

“정말 이분을 몰라요. 선생님은 나의 첫사랑 남자인데요.”

“내가 이분 씨의 첫사랑의 남자라고요?”

“신촌의 하숙집에서 잠시 만났다가 독일로 간 간호사 이분을 모른다고요?”

강승규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불연 듯 생각이 났다.

“아, 당신이 독일 간호사로 갔던 이분씨......!”

“하긴 너무 오래 되었지요. 강승규씨에겐 기억 밖의 여인인 것은 당연하죠.”

그녀는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몰라봐서 죄송해요. 그런데 독일의 가족은......”

강승규는 엉뚱한 말을 하였다. 갑자기 몸짓이 불편해졌다. 몹시 불안하고 불편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일어났다.

“이분 선생님, 저 바빠서 가봐야겠어요.”

“불편하다고요?”

“아니요. 일이 있어서 급히 가봐야 합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갑자기 왜요?”

강승규 사장은 더 이상 어색한 분위기에 휘말리고 싶지가 않아서 일어났다. 이분은 50년 전, 대학생 시절에 신촌 하숙집에서 잠시 만났던 아가씨였다. 그리고 그녀는 독일 간호사로 파견 되어갔다.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그때 신촌의 하숙집은 참 별난 집이었다. 하숙엔 주로 대학생들이 살고 있었는데 한 달이 멀다하고 식구가 바뀌었다. 그런데 그는 터박이였다. 이곳 하숙생들은 옆방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공부만 하였다. 다만 밥을 먹을 때 만 모여서 인사하고 식사를 마치면 자기 방으로 돌아가 버려서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옆방에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조용하던 하숙집이 새로 들어온 아가씨들 때문에 소란스런 시장터가 되었다. 말괄량이 아가씨 4명이 들어온 뒤부터 도깨비집이 되었다. 밤새는 줄 모르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를 불러댔다.

방이래야 벽을 하나 두었는데 벽은 얇은 베니다 판으로 칸을 막아 벽지를 붙여 가로막은 것으로 방음구조가 아니어서 숨소리까지 들렸다. 승규는 옆방에서 나는 소리에 늘 신경이 거슬렀다. 여인들이 잠꼬대하는 소리와 뒤척이는 소리, 코고는 소리, 심지어는 옷 벗고 갈아입는 소리까지 들렸다.

조용하던 하숙방에 그런 수다쟁이 아가씨들이 4명이나 합숙을 하면서 떠드는 바람에 모든 신경이 벽 쪽으로 쏠렸다. 얇은 벽을 통해 분 냄새와 향수 냄새가 진하게 스며왔다.

그녀들은 부산에서 간호학교를 나와 독일 파견 간호사로 차출되어 간호 학원에서 연수를 받는 아가씨들이었다. 2개월 간 연수를 받고 독일로 파견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밤새 떠들고 늦게 일어나서 연수를 마치고 저녁 늦게 들어와서는 남들이 잠자는데 씻고 떠들고 하루 일과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가 새벽 2시기 되어야 잠을 자는 것이었다.

이들 아가씨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웠다. 중간 시험공부를 해야 있는데 아가씨들이 떠드는 바람에 신경이 곤두세워져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침이었다. 아침 밥상 앞에 하숙생들이 다 모여서 먹었다. 얼굴은 다 예쁘고 착하게 생긴 미인들인데 행동과 말투는 무지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얼굴이 두꺼운 아가씨들이었다. 다른 하숙생들도 기분이 상했지만 말을 못하고 참고 터지기만 기다렸다. 나 역시 한번 전투를 벌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밥상을 같이 한 아가씨 한명이 말을 걸었다.

“미안해요. 저희들이 밤에 너무 떠들었죠?”

“떠드는 것이 아니고 발악이었어요. 어쩌면 그렇게 무례해요.”

나도 모르게 거칠게 내뱉었다. 아가씨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부산 아가씨들이라서 그래요. 조심할게요.”

“앞으로 조심하세요. 요즈음 중간시험기랍니다.”

“네. 제가 주윌 시킬게요.”

그녀가 나서서 다소곳하게 말했다. 친구들이 그녀를 응시하였다.

“사실 우리가 너무했잖아. 시험 기간인데 우리가 너무 떠들었지.”

“야, 가스나야,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교태부리는 거야?”

옆에 친구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사실 저분 사귀고 싶은 남자였어.”

“배신자, 꽁알 까고 있네.”

그날 밤은 조용히 지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밖에서 술을 마시고 와선 다시 떠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빨리 그녀들이 연수를 마치고 갔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잠이 모자라서 일찍 곤히 자고 있었다. 잠을 자다가 뭔가 누르는 기분이 들어서 눈을 떴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하숙방에 들어와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손에 여인의 긴 머리카락이 만져지는 것이었다. 난 벌떡 일어났다. 내 옆에 어떤 여자가 와서 자고 있었다. 불을 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창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에 똑똑히 볼 수 있었던 것은 발가벗은 여인이었다.

발가벗은 여인이 나를 껴안고 있는 것이었다. 술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이봐요, 아가씨, 일어나요.’ 난 가만히 속삭이듯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요. 졸려요.’‘일어나 보라니까요.’ 난 내 목을 감싼 그녀의 팔을 풀어내어 저쪽으로 밀어내버렸다.

그녀는 그것도 모르고 발가벗고 잠을 자는 것이었다, 술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고주망태가 된 것이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보이는 그녀의 발가벗은 몸은 환상적이었다. 그녀는 잠꼬대를 하면서 다시 내게로 돌아누웠다. 그리고 나를 껴안았다.

난 그녀를 걷어냈지만 그녀는 다시 나를 안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난 내 몸의 이상한 반응을 의식했다. 남성기가 발동을 하였다. 난 나를 안고 있는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나를 꼭 안았다. 난 그녀가 하는 대로 놔두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난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가슴이 잘 발달 되어 있었다. 가슴을 더듬던 손길이 아래로 내려가서 그녀의 그곳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그곳이 따뜻했다. 어느새 그녀의 그곳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난 순간 그녀의 그곳에 내 물건을 담가버렸다. 촉촉이 젖은 그곳에서 나는 사정없이 깊이 담가버렸다. 그녀가 가느다란 신음을 하며 몸을 비틀어 주었다. 나의 강렬한 동작에 그녀가 크게 울부짖었다.

‘좋아요. 좋아요. 너무 좋아요.’ 난 숨을 헐떡이다가 그만 나가 떨어졌다. 그때 그녀는 다시 나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열정은 다시 발산 하였고 그리고 그만 나가떨어져서 깊이 잠이 들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녀가 내 방에서 나가고 없었다. 그리고 식탁에서 우린 마주 앉았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미소를 지어 답했다. 너무나 예쁜 얼굴이었다. 지난밤이 너무 행복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그녀가 다가왔다. 그리고 쪽지 한 장을 넘겨주었다.

‘지난 밤 너무 좋았어요. 저녁 7시에 로타리 다방에서 만나요. 제가 식사를 살게요. -이분-’ 그녀의 이름이 이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다방으로 갔다. 그녀가 나와 있었다. ‘어젯밤에 실례 했어요. 술에 취해 그만 실수를 했네요. ’‘술에 취하면 사리분별을 못 하더군요. 술 마시면 아무 남자나 하고 자나요?’‘

어떻게 처녀에게 그런 말을 해요. 실수라니까요? ’‘실수가 따로 있지, 아무 남자랑 껴안고 잠자릴 같이해요?’  ‘같이 했잖아요. 아무튼 죄송해요. 우리 방에 간다는 것이 학생 방에 들어가고 말았어요.’

‘그렇게 아무 하고나 잠을 자다니.’나는 민망스러워서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무나 하고 자는 것이 아닙니다. 댁하고 처음 잤어요.’

‘처음이요? 그럼 의도적이었다는 거죠?’‘ 그래요. 자고 싶었어요. 사귀면 되잖아요. ’‘전 싫습니다. ’저 곧 독일로 갑니다.’‘시간이 없다는거죠?’ 그녀는 미소로 나를 응시하였다. 참 별난 아가씨였다.

“미안합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제가 잘못 했어요. 사과드려요.”

“사고는 내가 쳤죠. 댁은 당했고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책임을 지라면 지겠습니다.”

“책임, 참 순진하시군요. 요즈음 대학생 같지 않아요. 내가 처음인가요?”

“네. 처음입니다.”

“웬 젊은이가 하룻밤 잤다고 그런 말을 해요?”

그녀는 마치 나를 어린애나 동생 취급을 하였다. 그리고 우린 매일 밖에서 만났다. 하숙집에선 입을 꼭 다물고 침묵하다가도 밖에 나가면 다정한 연인이 되었다. 만나면 여관으로 행했다. 그녀가 여관비, 밥값과 찻값을 내주고 책도 사주었고 어떤 땐 용돈까지 주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다고 했지요.”

“네, 내가 다음에 이분 씨를 위하여 근사한 집을 지어 선물할 게요.”

“나를 위해 집을 지어주겠다고요? 그럼 우린 결혼을 해야겠네요.”

“네. 우리 결혼합시다.”

“글쎄요. 너무 먼 미래를 보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그런 어느 날 하숙에 와보니 그녀들이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승규학생, 이분 아가씨가 독일로 가면서 전해주라더군.’ 만년필을 내놓았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간다더군요. 이분 아씨가 꼭 기다리라고. 하더군.’

그녀는 내게 기다리라는 말과 몽블랑 만년필 하나를 주고 떠났다. 그 후 그녀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건축사로 일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건축설계사무소를 차렸다. 그리고 한해. 두해 세월이 흐르면서 난 그녀를 잊어버렸다.

그런 이분이 나타난 것이다. 서울에 와서도 한동안 그녀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일을 저지르고 첫 사랑의 남자라고 말 했던 뻔뻔스런 모습이며 예쁜 얼굴, 그러나 할머니가 된 얼굴로 나타난 그녀가 그려졌다.

그리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다. 참 끈질긴 인연이었다.

이분은 강승규를 만나고 나서 몸이 가픈 해 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독일의 세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광부였던 첫 남편에게선 딸 하나를 두었고 두 번째 결혼한 독일 남자에게선 남매를 두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속 썩이지 않고 자기 나름의 길로 가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독립해서 잘 살고 있었다. 자신도 간호원 생활을 하면서 독학으로 대학을 나와 박사 학위도 받았고 교수가 되어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새 남편을 만났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남편을 잃고 우울증까지 앓아 못 견딜 만큼 고통스러웠다. 말년에 찾아온 우울증은 무서운 향수병으로 발작하여 괴롭혔고 그래서 독일을 떠나 고향에서 휴식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고향에 와서 지내는 동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이다.

이분의 바다, 그녀는 바다를 보면 자꾸 부모님 생각이 난다. 이 바다에서 두 분이 죽었다. 아버지의 그 원망스런 눈빛, 어머니의 원한에 찬 저주의 눈빛, 겉으론 좋은 것 같지만 항상 경계하고 살았던 것이다. 왜 그러는지, 그 사정을 몰랐다. 그러나 그 사정을 안 후론 어머니를 용서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바다를 찾은 것은 어쩌면 화해보다는 복수를 하려고 왔는지 모른다.

혼자 있으면 그리움이 물결을 친다. 아무튼 바다는 외로움을 가중하였고 죽음을 유혹한다. 푸른빛이 주는 중압감이라고 할까, 바다가 육지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넓은 바다를 내달리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이다.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분은 물목 섬으로 나갔다. 바다가 갈라진 사구를 혼자 걷고 있노라면 잔잔한 파도가 평화롭게 밀려온다. 그러다가도 바다는 갑자기 요동을 치는 것이다. 변동의 바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 같았다.

그녀는 모래사구에 서서 눈을 감았다. 갑자기 폭풍이 일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폭풍이 한바탕 불어 닥칠 기세인데 어머니가 성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썩을 년아,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할게 아니냐. 갯것은 물때를 놓치면 못 하는 것 알잖아. 전복은 오래두면 녹아버리고 홍합은 늙으며 쫄아 버린다. 날 좋고 물 좋을 때 빨리 거두는 것이 돈이다.’ 어머닌 늘 그랬다.

늘 그렇게 아홉 살 난 어린 딸을 물목 섬으로 내몰았다. 물목섬엔 해산물이 지천이었다. 그때는 그런 엄마가 미워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무서운 공포였다. 그날 밤 태풍이 불던 그날 밤 해일이 집을 삼켜버렸다.

아버지와 어머닌 잠을 자다가 거센 파고에 휩쓸려 나갔다. 파도가 방안을 내치고 들어와서 집을 삼기고 잠자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휩쓸고 간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녀와 남동생은 고아가 되어 삼촌 집에서 자랐다.

고향을 떠나 독일로 가던 날, 외삼촌은 이분을 불러 세웠다.

“네게 꼭 이룰 말이 있다. 넌 고향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곳에 한 맺힌 너의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다고?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인 것을 말이냐? ’‘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보았구나.’‘왜 어머니가 아버지를 폭풍의 바다에 내 버렸을까요?’‘ 너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일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내 입으론 차마 말 할 수 없구나.’

▲ 제71주년 여순민중항쟁 기념행사 책자 표지
(여순민중항쟁 71주년 서울행사위원회 2019. 10.13. 서울시청사 8층 다목적 홀)

3.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인 것은 여순사건(麗順事件)의 후유증이었다. 어머닌 사라호 태풍을 이용하여 남편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두 분은 부부이면서 평생 원수였다. 그것은 어머니의 마음에 도사린 원한 때문이었다.

어머닌 15세 되던 해 여.순 반란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었다. 고아가 되어 슬픔에 젖어 있는 소녀를 농간 한 것은 진압군이었다. 진압군 장교에게 강간당해 그녀는 사생아를 낳았다. 바로 그 아이가 이분이었다.

그녀는 금오도 소유의 유실에서 숨어 살았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뒤늦게 양심의 가착을 느낀 진압군 장교가 그녀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을 하였다. 그렇다고 어머닌 아버지를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 고통의 굴레 속에 매어두고 괴롭혔던 것이다.

여.순 반란사건이 어머니를 평생 슬프게 하였던 것이다. 1948년 10월 19일 전라남도 여수시 신월리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의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군부 내 좌익 군인들의 반란으로 무고한 여수 시민이 학살당했다.

외할아버지 부부는 반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진압군에게 무참히 학살당했다. 그리고 15살 난 딸은 진압군 장교에게 강간을 당해 금오도로 도망을 쳤다.

진압군은 여수 앞바다에 미군 함정을 세워놓고 도시를 향하여 무차별 포탄을 퍼부었고 반란군이 빠져나간 도시에서 부역자를 소탕한다며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보이거나 우익들이 저놈이라고 손가락질 만 하면 현장에 사살하였다.

반란의 정황은 이러했다. 신월리 주재 14연대 병력 2,000여 명이 중위 김지회, 홍순석, 상사 지창수 등 남로당 군인들이 제주 4·3 사건 파견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친일파 처단과 조국통일 등을 내걸고 반란을 일으켰다.

저녁 8시경 무기고와 탄약고를 점령하고 비상 나팔을 불어 전 연대 병력을 집결시킨 후 선동과 위협으로 무장 반란을 일으켜 시내로 진입하였다. 반란군은 경찰서와 관공서를 장악하고 여수·순천을 순식간에 휩쓴 뒤 광양· 곡성· 구례· 벌교· 고흥 등 전라남도 동부 6개 지방을 장악하였다.

초기 진압 작전이 실패하자 정부는 여.순 지구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광주 주둔 제5연대에 반군 토벌 전투사령부를 설치하였다. 미국 군사고문단의 지휘 아래 장갑차와 박격포 등을 동원한 소탕 작전으로 여.순 을 탈환하였다.

군인들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전라남도 동부 지역의 민간인 2,500명이 희생 되었고 3,800명이 실종 되었다.

무모한 민간인 학살이었다. 제14연대는 1948년 5월 4일 여수 신월리 일본해군 항공 앤더슨 기지에 광주 4연대가 옮겨와서 안영길 대위가 14연대로 창설 하였다.

반란은 김지회등 조선 국방경비 사관학교 3기생들이었다. 당시 관부후보생은 거의가 사병 및 민간인 출신인데 미군정이 인력 충원에만 집중하느라고 이념 성향에는 관심 없이 간부후보생들을 모집한데서 기인하였다.

창설 과정에서 남로당의 세포 조직원인 김지회, 홍순석등 좌익 계열 장교와 지창수 등 하사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1948년 10월 16일 육군 본부는 제주 4·3사건 진압을 목적으로 제14연대의 제주도 파병을 하달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연대 내 남로당 조직들이 움직였다. 제주도 파병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지창수 상사를 비롯한 남로당 하사관들의 반란세력을 급조하였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반란의 주역은 좌익계 14연대 연대장과 장교들이었다. 제1대 연대장은 일본 해군 출신인 이영순 소령이었고 2대는 제주4.3사건을 막지 못하고 좌천 된 김익렬 중령이며 제3대는 김지회와 홍순석 중위와 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 3기생인 오동기중령이었다.

반란 모의로 연대장 오동기 중령이 체포 되었고 새로 제4대 박승훈 중령이 10월 7일 부임하면서 연대 내의 남로당을 색출하려고 하자 좌익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성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10월 19일 오전 7시 육군본부로부터 제14연대에 제주 4·3사건 진압을 위한 출항 명령이 하달되자 연대 내 장교들이 어디론가 모두 잠적을 해버렸다. 장교들이 부재한 틈을 좌익 하사관들이 부대원들을 연병장에 집합시키고 지창수 중사가 반란을 선동하였다.

반란군은 반대하는 병사를 직석에서 사살하자 대부분의 사병들이 찬동하였고, 지창수를 연대장으로 추대한 반란군은 여수 시내로 진격하였다.

경찰과 교전이 일어났으나 무방비 상태인 경찰이 무너지고 반란군은 경찰서장과 우익 인사들을 처형 하였다. 그리고 반란군은 순천으로 진격하였다. 응전한 순천 경찰이 반란군에 무너졌다. 이때 순천에 파견 나와 있던 광주 제4연대 소속 진압군 홍순석 등 2개 중대가 반란군에 합류 하였다.

사기가 높아진 반란군은 공격을 속행하여 22일에는 전남 동부 지역의 6개 군을 장악하였다. 한편 여수·순천 지역 좌익계 인사들이 반란에 호응하는 인민위원회를 설치하고 일부 학생들이 반란군을 지지하였다.

1948년 10월 21일 여수, 순천 지역에 계엄령이 발효 되었고, 반란군과 진압군 간의 첫 교전이 순천시에서 벌어졌다. 승기를 잡은 진압군은 23일, 순천을 장악하였다. 반란군 주력 부대는 백운산과 지리산으로 도주를 하였고 진압군은 잔당 소탕에서 나섰다.

10월 24일, 반란군 토벌사령부의 송호성 준장이 이끄는 여수 공략 부대는 여수시 미평동 일대에서 반란군 소탕작전을 펴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10월 25일, 여수. 순천에 암거하는 남로당 세력을 소탕하라는 재차 탈환 작전을 명령했다. 바다에서 함정이 대공포로 여수 시내를 강타하였다.

장갑차, 박격포의 지원을 받은 4개 대대 전차대와 항공기, 경비정이 동원 된 포위전을 폈다. 그러나 이미 반란군의 주력이 빠져나가고 극소수의 반란군이 남아서 대항하였다. 이틀간에 걸친 시가 전 끝에 10월 27일 여수는 불바다가 되었고 반란군은 완전히 소탕되었다.

그런데 계엄군은 여수 시민을 거의 다 빨갱이라고 간주하고 무자비하게 가담자 색출과 부역자 색출로 무고한 여수 시민을 학살하였다. 여순사건 이후에도 수색 작전과 민간인 사찰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군경이 전남 동부 지역을 이 잡듯 훑었고 조금이라도 관계된 자는 현장에서 처형 되었다.

처형은 섬에서도 일어났다, 일부 반란군이나 협조자들이 섬으로 도망을 가자 섬에선 보이지 않는 처참한 학살이 이루어 졌다.

진압군은 이분의 외조부모를 처형해 버렸다. 외동딸은 울면서 이웃사람들 도움으로 부모님 시신을 거두었다. 청천벽력이었다. 소녀는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진압군 장교는 소녀를 차에 태우고 낯선 해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그는 어린 소녀를 성폭행 하였다.

소녀는 부모가 처형당하고 성폭력까지 당해 만진창이가 된 몸으로 금오도로 도망을 갔다. 그런데 진압군 장교에게 성폭행 당한 소녀는 15세 나이에 아비 없는 아이를 낳았다. 바로 이 아이가 이분이었다. 소녀는 이름도 모르는 진압군 장교의 딸을 낳고 여수 금오도 소유에 정착을 하였다.

그런데 한국 전쟁이 끝나고 진압군 장교가 성폭행 했던 소녀를 찾아 금오도로 왔다. 최소한이 양심이었다. 소녀는 금오도로 피신하여 혼자 아이를 낳아 길렀다. 그 소식을 듣고 그가 금오도로 찾아왔다. 진압군 장교는 소녀에게 사죄하고 그녀와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자기를 강간 하여 아이까지 낳게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원수였다. 아버진 사죄하는 마음으로 아내를 위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엔 한이 맺혀 있었다. 이분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과 두 분이 죽던 모습까지 기억해냈다. 사라호 태풍이 불던 그날 밤, 어머니가 부엌칼로 아버지의 가슴과 목을 찔러 폭풍의 바다에 밀어 넣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그리고 어머닌 어린 이분을 버드나무 가지에 내걸고 폭풍이 몰아지는 바다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거센 파도 속에 휩싸여갔다. 어린 이분은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빤히 보았던 것이다.

이분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인 살인의 현장을 똑똑히 본 것이다. 아버지를 죽인 이유를 몰랐는데 세월이 흐른 후 그것이 여수 반란 사건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외삼촌이 말해 줘서 알았다.

비로소 어머니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세상의 누구도 그 어느 여인도 그런 상황에서 남편을 죽였을 것이다. 그녀는 밤바다를 헤매고 돌아와서 이젤 앞에 섰다. 덮어 논 그림을 들추어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화폭에 물감을 뿌렸다. 섬은 하얀 백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하더니 이젠 검은 섬으로 변했다. 그리고 물목 섬 갯바위 뒤에 앉아 있는 사나이에게 검은 물감을 퍼부었다. 화폭은 어느새 검은 물감으로 덮여 버렸다. 그림이 누더기가 되었다.

‘아버지 당신은 죽어야 했습니다.’ 이분은 아버지의 데드마스크에 물감을 붓고 외쳤다. 거무섬이 검은 섬이 된 것이다. 그녀는 그날 밤 밤새워 그리던 그림을 그렇게 뭉개버렸다. 그리고 이젤의 화폭 앞에서 쓰러져 버렸다.

창을 통해 보이는 물목 섬의 검은 비렁을 파도가 세차게 두들기고 있었다. 바다가 갈라지고 있었다. 물목 섬이 육지와 연결되는 사구가 허옇게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침에 캐슬지기 김씨가 마님을 뵈러 작업실로 올라 왔을 때 싸늘하게 죽은 그녀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녀에겐 친인척이 없었다. 김씨는 혼자 장례를 치를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세상에 어떻게 혈육하나 없단 말인가....’ 그는 독일의 아들딸에게 전화로 어머니 죽음을 전했다. 그리고 넋을 잃고 그녀의 시신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김씬 곧장 강승규 사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 강승규 사장님, 여기 금오도 유실입니다. 마님이 돌아가셨어요. ’‘뭐라고요?’ 어쩌다가.....?’ 김씬 마님의 죽음을 전하고 슬프게 울었다.

그녀가 김씨를 캐슬 관리인으로 모신 것은 그가 그녀와 같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부모님도 여순 군인 반란 사건 때 희생 되었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바로 이석삼, 바로 이분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그는 복수를 하려고 금오도에 왔는데 이석삼이 아내에게 죽자, 금오도를 떠났다. 그런데 그의 딸 이분이 금오도로 돌아와서 자길 돕기를 원해서 부부가 다시 와서 그녀를 도왔던 것이다.

강승규 사장이 급히 유실로 내려왔다. 그는 그녀가 남긴 편지를 잃었다.

‘강승규씨, 사랑했습니다. 당신은 나의 첫 남자였어요. 미안해요. 독일에서 3년 만 근무하다가 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가련한 한국인 광부를 만났어요. 그를 두고 올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늘그막에 한국에 와서 더 행복 했어요. 내게 해변 캐슬 궁전을 지어준 것 고마워요. 사랑했습니다.

여인은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인가봐요. 당신이 항상 내 마음 속에 있어서 고마웠어요. 가면서 별말을 다 하는군요. 끝으로 내가 승규씨께 드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유실의 캐슬 궁전 입니다. 이 집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당신이 최고의 명작으로 만든 집이잖아요. 이집 주인은 진정 당신입니다. 사랑했습니다.’ 강승규 사장은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마님이 사장님을 몹시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늘 사장님 이야길 했어요.”

“챙기지 못한 내가 미안할 따름입니다.”

장례를 마치고 캐슬지기 김씨가 다가와서 말했다.

“전, 이제 떠나렵니다.”

“아닙니다. 이집을 관리해야죠. 마님을 생각해서라도요.”

“언젠가는 떠나려고 했어요. 마님이 희귀병을 앓고 있어서 떠날 수가 없었답니다. 하루에도 정신이 몇 번씩 왔다 갔다 했어요.”

“무슨 병이었나요?”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한 망각 증상 병인데 독일의 풍토병이랍니다.”

“죽음을 맞으려고 왔군요.”

“마님은 진정으로 이 바다를 사랑했어요.”

“그랬군요.”

“이 섬에 한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죄하러 오신 것 같아요. 마님은 물목 섬 사구에 걸린 물고길 주워 모울 때 가장 즐거워했어요.”

물목 섬 사구는 생명을 죽게 하는 자연의 그물이었다. 이곳을 지나던 물고기가 운이 나쁘면 갑자기 바다의 모래 목에 갇혀 오도가도 못 하고 죽고 마는 것이었다.

“김씨, 죄송하지만 김씨가 이 캐슬을 관리해 주십시오.”

강승규 사장이 부탁을 하였다.

“그렇다면 제가 잠시 관리하겠습니다. 마님이 생각나면 언제라도 오십시오.”

강승규 사장은 캐슬 3층 그녀의 화실로 올라가서 먼 바다를 응시하였다. 물목 섬에 물이 갈라지고 있었다. 어느새 하얀 모래 목이 드러났다. 그 모래 위를 걸어가는 이분의 모습이 보인다.

해녀 복을 입고 물질 장비를 둘러멘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섹시 했다. 이분의 바다였다.‘잘 가요. 당신이 생각날 겁니다. 그땐 찾아오겠습니다. 나도 한때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그는 ‘이분의 바다’를 뒤로 하고 유실을 떠났다.*

출처: http://ysinews.com/ArticleView.asp?intNum=44336&ASection=0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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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에게 질 수는 없다!" ㅋㅋㅋㅋ 최순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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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제동맹이 외교지 뭐야 글쎄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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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도 침체로 만드는 문재앙 (1) 텐프로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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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출입처 없앤 KBS 이기명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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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에서 한국의 국익은 존재하나? (3) 프레시안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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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폭로: ▲남한내 수령님들▲ 혈통계승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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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도 확인도 없이 검찰 공소장만 받아쓰는 한국 언... (2) 아이엠피터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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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정동영 1위.. YK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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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8일 09:17 최초 침몰장소 위치부표 설치(제3부표) 진상규명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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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트루스포럼 대자보 (1) 서울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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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통합작전으로 운용하던 전폭기 비용, 갑자... (1) 김원식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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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이재명 죽이고 싶을걸-그래서 죽일거야 인해전술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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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우리 스스로가 대안언론이 돼야 한다 (4) 권종상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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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시스템은 시스템이야-죽이고 싶은거 죽이면 되지 안그냐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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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 정말 용감하군-그런식으로 사회생할 되겠니 찍혔어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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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황태자 김기춘 폭망 화보🎴 사필귀정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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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이 경제실책을 남탓하는 이유 좌파는 재앙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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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로 알아보는 문재인 대통령 중간점검 중간점검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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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광어 가격이 왜 반토막 났는지 모르지? 문재앙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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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 광어- 폐기가 능사인가? (2) 꺾은 붓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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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욱 "음부 나체사진 찍어보내..."㈏... 합똥 썩었다~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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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여- 저 왜(그들의 국명으로는 일본)을 이대로 ... 꺾은 붓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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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방방 뜨다 빼박~~💔 딸 입시부정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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