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시간 - 강고했던 카르텔에 금이 가기 시작할 때
(WWW.SURPRISE.OR.KR / 권종상 / 2020-11-2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1519.html?_fr=mt2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 이어지는 감찰이 불러오고 있는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야당은 법사위 긴급 소집을 요구하고 이 자리에 윤석열이 출석하며, 이미 윤이 대검찰청을 떠나 국회로 향하고 있다고 말을 했고 이에 대해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회의 요구를 할 수는 있으나 이 자리에 누가 출석하는가는 사전에 회의 내용으로 조율돼 있어야 한다는 법을 인용했고, 김도읍 야당 간사가 항의했으나 백혜련 여당 간사 역시 법조항을 인용해 법사위가 산회되기까지 했더군요.
웃기는 건, 여기서 지금 윤석열이 누구와 짬짜미를 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갑작스런 회의 요구부터 무산까지의 과정 안에서 오갔던 국회 법사위 녹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윤석열이 자기가 알고 있는 야당, 특히 국민의 힘 법사위 의원들에게 SOS를 친 모습이 그려지더군요. 만일 그가 법사위에 제대로 출석을 해서 해명을 요구한다고 했으면 먼저 여당 소속 의원들에게 이를 알렸겠지요.
사상 초유의 일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검찰총장이 자신이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말을 내뱉은 것 역시 사상 초유의 일이긴 했지요. 그런데, 오랫동안 역대 법무부장관은 늘 검찰총창을 지휘해 왔습니다. 왜냐면 늘 법무부장관은 검찰 출신 인사였으니까요. 그런데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 임명됐던 강금실 장관 때부터 시작해서, 검찰은 자신들의 조직 출신이 아닌 법무부장관을 늘 경원시 해 왔습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역시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감히 '검찰개혁'을 입에 담았다는 것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니었습니까?
이번에 드러난 놀라운 사실은 정치검사들이 판사들을 사찰해 왔다는 게 드러났다는 겁니다. 이 판사들이 검찰은 판사들, 즉 사법부와 더불어 이 나라의 엘리트 관료층을 형성하며 공생 관계를 형성해 왔지요. 고위 검찰 공무원들이 퇴임해 변호사가 되어 자기가 맡은 첫 사건을 무죄로 만들어 엄청난 수임료를 챙겨 그것으로 한몫 잡으려면 판사들과의 유착도 반드시 있었어야 할 것이고.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사법부도 그 안에서 내분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친 검찰 언론들이 검찰이 총장 직무정지 사태에 대해 반발하고 집단행동을 한다는 기사를 써도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들이 보입니다. 마치 부산 김해 신공항이 백지화 되자마자 국민의 힘 내부의 균열이 바로 감지되는 것처럼, 검찰과 유착하던 판사들의 모습도 이번 사태로 인해 도드라지고 이로 인해 사법부 내에서도 균열이 느껴집니다.
아마 지금부터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원래 개혁은 혁명보다도 어려운 법. 그리고 개혁해야 할 대상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으면 힘들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 개혁의 대상을 갈라칠 수 있으면 그때부터 개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고히 버티고 있는 기득권에 어떤 식으로 균열을 낼 것인가 하는 것은 개혁을 하려는 주체들에겐 매우 중요한 전략일 수 밖에 없지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꽤 재미있게 기대를 갖고 이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미애 장관, 그리고 개혁의 길에서 어려운 노력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응원, 그리고 선거에의 적극적 참여일 테니까요. 그리고 이 사태를 통해 왼갖 잡것들이 커밍아웃 하는 것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네요. 이철희라던지, 진작에 이 판에서 스스로 certifided moron 이 되신 진 모 석사라던지... 판사 사회에서도 그렇고, 기자들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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