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에서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한 참패를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 넘게 반복되었던 단순한 레임덕 현상으로 규정하고, 다만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제6공화국의 다른 대통령보다 굉장히 늦게 와서 그 익숙치 않음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늦게 온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이 점에 대해 논하려고 해도 할 말이 정말 많다. 하지만 그 많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으랴 싶어서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만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늦게 온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을 고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전체 유효투표의 40% 남짓한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고 당선되었다. 이후 약 4년동안 문재인을 찍은 이 40%는 거의 흔들림 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등 잠깐씩 주춤한 때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지지의 강도가 매우 강하고 확고했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중도층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중도층이 흔들려도 고정 지지층 40%가 워낙 확고하니까 중도층 유권자가 흔들리려고 하다가도 이내 다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로 선회한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 이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실 올해 초부터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대에 머물렀다. 무슨 말이냐면 2017년 5월에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40% 그룹만 문재인을 지지했고, 나머지 60%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을 비토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지지층 40%가 확고하게 지지하면 흔들리던 중도층이 다시 문재인의 품으로 복귀하는 형세가 4년동안 계속되어서 무감각해졌을 수 있지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댓글 보면 올해 초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유지하니까 어떤 댓글이 "이 정도면 저 사람들은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을 지지했던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저러는 것 같다"며 비웃더라. 이 때부터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은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도대체 이들 60%는 왜 문재인 대통령을 비토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이야기하기로 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확고하게 지지하던 유권자 40%의 마음을 분석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것 같다. 여론조사를 통해서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려면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서 실시한 여론조사가 가장 정확하지 않나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이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3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동안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0.1%였다. 2017년 5월 대선 결과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같은 해 같은 달 8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37.7%만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지지율이 2.4%포인트 정도 빠졌다. 이게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들 2.4%가 왜 지지를 철회했을까? 너무나 명확하다. LH사태 때문이다. LH사태를 놓고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는데, 가장 간단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 LH 임직원들의 비리를 폭로한 주체는 시민단체였다. 바로 이 점이 핵심이다. LH비리가 어느 정권 시기에 이루어졌느냐가 본질인가? 아니다. 2021년 3월 2일,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3년 9개월 20일이 지난 시점이라면 이런 비리를 파헤치고 단죄하는 주체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였어야 정상이다. LH 임직원의 비리가 이명박 정부 기간에 벌어졌든 박근혜 정부 기간에 벌어졌든 문재인 정부 기간에 벌어졌든 그 점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2017년 5월부터 2021년까지 흔들림 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이 대통령이 바뀌어도 공기업 임직원 대부분은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을 모르겠는가? 물론 대한민국 국민 중에 이런 걸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을 거다. 하지만 2017년 5월에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하고 4년 가까이 확고하게 문재인을 지지하다가 LH비리를 계기로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 중에 이걸 모를 사람은 거의 없다.

이 2.4%는 왜 4년 가까이 확고하게 지지하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을까?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성과를 내기를 4년동안 끈기 있게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다가 LH비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파헤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 더불어민주당 중 누구도 거대한 비리를 강단 있게 파헤치고 엄벌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실망해서 지지를 철회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생각해보자. LH비리가 웃어넘겨도 될 일인가? 아니다. 분명히 파헤치고 엄단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따져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찾아가서 촛불시위를 벌여야 하나? 그랬다가는 모조리 정신병원으로 끌려갈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야 하나? 아니면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시위를 해야 하나? 아닌 것 다 아시죠? 그렇다면 대법원에 가야 하나? 대법원은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내리고 형벌을 내릴 수 있을 뿐 법원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는 없다. 그러면 국회에 가야 하나? 물론 국회에도 국정감사권이 있고 국정조사권이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문제의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걸 더 설명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대통령 책임이 아니라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 책임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4년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걸핏하면 권력분립원칙을 내세우고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국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믿고 지지한 40%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믿었다. 사실 지난 4년동안 생각 있고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의문과 불만이 누적되어서 국민의 60%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토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LH비리가 폭로되고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콘크리트 지지층 40% 중 약 2%가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탈했다고 봐야 한다.

리얼미터가 3월 15일부터 3월 19일까지 조사한 결과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4.1%로 떨어졌다. 37.7%에서 3.6%포인트가 추가로 빠진 셈이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즉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4.4%로 0.3%포인트 올랐다. 3월 29일 월요일부터 말일인 31일 수요일까지는 34.3%로 0.1%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니까 3월 15일부터 문대통령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제3편에서 계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