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에서는 3월 첫째주에 40.1%이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둘째주에는 37.7%로 떨어진 원인이 4년 가까운 시간을 주었음에도 대한민국 헌법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보장하는 정당한 헌법상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묵혀두면서 LH비리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이라는 점을 논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다. 대한민국의 행정부는 국민이 5년에 한 번씩 직접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이 지휘한다. 대한민국은 102년 전 오늘 건국되어서 만72년 전인 1948년 8월 15일에 실질적인 정부를 수립한 이래 쭉 민주공화정을 표방했으나 이승만, 박정희는 자신을 '나랏님'이라고 생각했다. 1979년까지 대한민국 정치의 핵심적 갈등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대의명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종신집권을 추구하는 대통령과 그런 독재자를 지지하는 국민의 수가 너무나 많았고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조선왕조의 유습에 따른 정치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로 국민의 직접선거에 따라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5년에 한 번씩 평화적으로 왕조가 교체되는 국가의 모습이었다.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하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들이 "스티브 잡스가 죽었는데 애플의 경영권을 자식이 이어받지 않은 걸 보니 스티브 잡스에게는 자식이 없었군요!"라고 말하는, 민주주의 겉포장을 제외하고는 민주주의를 일상생활 속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비민주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하면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인종차별을 근절하지 못한 미합중국의 부조리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민주공화국의 외관 속에서 조선왕조의 유습이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하며 개혁에 나선 인물이 노무현이다. 단군 이래 반만년 역사에서 군주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었던 유일한 인물이다. 문재인은 이런 노무현의 후계자라기보다 '착한 임금님'이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투표한 국민의 40%가량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단군 이래 반만년 역사에서 노무현의 뒤를 이은 두번째 민주공화국 대통령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문재인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답지 못했다.



2005년으로 기억한다. 일본이 독도 문제로 시비를 걸자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각오를 한 것으로 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어떤 인사는 "일전을 앞둔 將帥 같았다"고 전한다. 일본은 꼬리를 내렸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50%를 넘겼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굉장히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그렇게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을까? 간단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냥 '법대로' 했다. 노무현은 자신을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5년 임기를 보장받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따라서 자신은 임금이 아니므로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통령직을 왕좌로 착각하는 사람이 이 나라에 너무 많다는 반성에서 나온 처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부여받은 권한을 침해당했다고 여기거나 국가원수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느끼면 더할 나위 없이 강경하게 나갔다. 독도 사건이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우리 문프는 원칙주의자!"라고 칭송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느낌이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건수가 몇 개인지 헤아릴 수나 있나? 문재인 대통령처럼 원칙을 우습게 아는 사람이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법상의 권한이나 의무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 이건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그렇긴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난히 악랄하다기보다는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민이 대개 그런데, 그런 악습을 문재인 대통령이 반성 없이 답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헌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뭔가? 대통령 임기 조항이다. 대통령 임기 조항 외에 한국 사람들이 헌법 조문에 대해서 관심 가지는 것 있나? 없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경우에도 당시 야당이 탄핵 조항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기보다 "노무현을 엿먹이자!"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 그런 의도를 실현하려고 법전을 뒤적이다가 헌법의 탄핵조항을 발견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30석쯤 얻고 한나라당이 140석쯤 얻었다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했을 거다. 한국인들은 헌법전에서 대통령 임기 조항, 국회의원 임기 조항 등 통치구조 관련 몇몇 조항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주장이 먼저 형성되고 그걸 정당화할 필요가 있으면 헌법전을 뒤적이면서 논리적 구색을 갖추는 식이지 헌법의 논리에 따라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일 거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지. (물론 그러다가 헌법 조문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개헌을 주장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사는 크게 봐서 두 가지다. 눈치 봐서 남의 욕 안 먹게 처신하기 및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손 깨끗이 하기!



김학의 사건을 생각하고 장자연 사건을 생각해보자. 이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일이 맞다. 일단 수사 및 공소제기는 헌법 및 정부조직법상 행정부 권한이 맞다. 그리고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은 검찰의 권한 남용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법질서에서 이런 일을 담당하는 기관이 검찰인데 검찰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역할을 누가 해야 하나?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고, 그런 성취를 통해서 얻은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제도적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김학의 사건과 장자연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말 몇 마디 하고는 그 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필자는 2019년 4월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태만을 보고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을 얕잡아보고 2019년 여름부터 조국 사태가 일어났다고 본다. 조국 사태도 마찬가지다. 조국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 왜 그랬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법원 앞에서 시위 벌이는 사람들이 두려워서 영장전담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같다. 분명히 구속영장은 기각했는데 기각결정 문구가 이상하던데? 이건 내심으로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싶은데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서 기각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필자는 조국이 결백하다고 믿으니까 이것 자체는 다행이라고 본다. 하지만 절차적 정의 관점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법부의 판단에 군중의 함성이 영향을 준다? 정상이 아니다. 이런 식이면 양심 있는 판사에게 한국판 검은셔츠단 파시스트단의 시위가 압력이 되어서 잘못된 재판을 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사법부는 소외된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보루다. 대한민국 사법부에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의 권한으로 검찰의 권한남용을 제어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었어야 헌법정신과 절차에 부합했다.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현직' 대통령 지지자들이 현직 대통령의 하급기관인 대검찰청 앞에서 시위하는 것도 전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이럴 거면 선거를 왜 하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기본적인 헌법교육이 안 되어 있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 마디 더 하면, '태극기 부대'가 국기를 모독하면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나서서 "태극기는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말 한 마디라도 해야 하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토록 직무를 유기한 이유는 자기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양반은 싸우는 걸 싫어한다. 그 싸움의 목적과 무관하게 싸우는 건 그냥 싫은 모양이다.



이런 일련의 행태가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주었고, 2021년 3월 한명숙에 대한 모해위증죄 무혐의 결론이 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4%로 추락했다.



이 점은 앞으로 100년이 지난 2121년까지도 전달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7.7%에서 34%대로 떨어진 이유는 한명숙에 대한 모해위증죄 불기소처분 결정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단지 이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태 때문에 실망했던 민심이 한명숙에 대한 모해위증죄 불기소처분 결정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본다.



제4편에서 계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