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윤석열을 챙기자 국민의힘이 뿔났다
(WWW.SURPRISE.OR.KR / 아이엠피터 / 2021-04-2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떠났지만, 야당 개편과 나아가서는 내년 대선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4월 2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의 인터뷰는 수많은 언론들이 인용하며 재생산됐고, 정치권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습니다.

그의 인터뷰 중에서 기억해야 할 발언들을 짚어 보면서, 국민의힘이 왜 김종인 위원장을 못 마땅하게 여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 쓴소리 하는 김종인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보면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나오자마자 당의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당권경쟁이니 뭐니, 통합이니 뭐니 하며 시끄럽게 딴짓만 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승리에 도취돼 붕 뜨면 희망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4월 8일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퇴임사에서 “국민의힘은 아직도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 대행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철수를 후보로 만들려던 사람이다. (당시) 나한테는 차마 그 말을 못 하고 뒤로는 안철수와 작당을 했다. 내가 그런 사람들을 억누르고 오세훈을 후보로 만들어 당선시켰는데, 또 지금 (합당 같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홍준표 의원 꼬붕이니까, 난 상대도 안 해요. 지가 짖고 싶으면 짖으라는 거지”

김 전 위원장은 작심한 듯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의 문제도 조목조목 지적합니다. 그러자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종인 꼬붕이 아니어서 참으로 자랑스럽다. 노태우 꼬붕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을 떠났으면 얌전히 있지 잔칫집에 재를 뿌리는 말을 쏟아내니 내심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반대로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고작 보궐선거 승리했다고 흥청망청 노는 꼴이 못 마땅했을 것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정당→ 민자당 → 새천년민주당 → 한나라당(새누리당) → 더불어민주당 →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을 경험한 걸어 다니는 정당 역사서라고 부를만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단순하게 정당을 떠났으니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의 눈에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망할지 훤히 보이니, 그나마 남아 있는 애정으로 쓴소리를 한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퇴임사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다시 킹메이커로 나서나? 윤석열 챙기는 김종인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유독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지금 시대정신인 공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검찰관료가 그만큼 소신을 갖고 일한 사람을 여태껏 처음 봤다”는 등 호의적인 발언과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용의가 있다”는 그의 말을 보면 새로운 인물이 윤 전 총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지금 국민의 힘에 들어가서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 백조가 오리밭에 가면 오리가 돼버리는 것과 똑같다”라며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여당 대선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야권 주자인데 자신들과 손을 잡지 말라고 하니 속이 터집니다.

장제원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노욕에 찬 기술자 정치가 대선국면을 분열과 혼탁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면서 “윤석열 전 총장 또한 김종인 덫에 걸려, 야권을 분열시키고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는데 동참한다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라며 자신들에게 오라고 손짓합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김 전 위원장과 손을 잡는 것이 가장 유리해 보입니다. 국민의 힘에 들어가면 그동안 보여준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고,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1등 공신이자 킹메이커의 능력과 자질, 경력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프랑스의 마크롱은 선거 한 번 치러본 적 없는 사람이다”, “특정 정당에 들어간다고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윤 전 총장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과 손을 잡고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한다면 국민의힘은 부도가 날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이 손을 잡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의 행보를 막을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과 힘을 합치면 내년 대선은 ‘민주당 vs 윤석열-김종인(제3지대) vs 국민의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까지도 대통령을 만들지, 아니면 대선 패배로 영원히 정치판에서 사라질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 윤석열과 김종인의 행보가 여당이나 야당 모두에게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만큼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