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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들의 죽음이 ... 순국이었을까?
  번호 130795  글쓴이 강진욱  조회 279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2-3-16 08:34 대문 0

[연재] 그들의 죽음이 ... 순국이었을까?
최병효 책 <그들은 왜 순국해야 했는가> 독후기

(WWW.SURPRISE.OR.KR / 강진욱 / 2022-03-16)


25. 동선을 조작해 대통령 행차를 연출하다

아웅 산 묘소 앞에 수행원들을 세워 놓고 미리 설치한 폭탄을 터뜨려 ‘북한에 의한 전두환 살해 미수 각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또 한 가지 꼼수가 필요했다. 수행원들이 미리 도열한 상태에서 마지막에 전두환이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이때 폭탄을 터뜨려야 했다.

먼저 ‘전두환 없는 전두환의 등장’을 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두환이 늦게 출발하고, 그와 일행이 도착할 시간에 다른 이를 보내 전두환이 나타난 것처럼 꾸미면 된다. 그 순간 폭탄을 터뜨려 전두환만 빼고 모두 폭살당하는 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출발부터가 천행이었다. 전 대통령이 아웅 산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영빈관으로 떠날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 그런데 ... 우 칫 라잉 버마 외상이 5분 늦게 영빈관에 도착 ... 10시 25분 버마군의 모터케이드 선도를 받으며 전 대통령과 라잉 외상이 나란히 탄 국빈차는 영빈관 정문을 미끄러져 나갔다. 약 3.4분을 달렸을 무렵, 앞의 선도차에 탔던 버마 군인 한 사람이 내려 국빈차의 진로를 옆길로 바꾸도록 신호를 했다.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을 감지했기 때문 ... 영문도 모르고 있던 국빈차는 교통 지시에 따라 옆길로 진로를 바꿨고, 얼마 뒤 도로 영빈관으로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일보> 1983.10.11)

버마 외무장관 덕분에 5분 늦게 출발했고 현장으로 가다 중간에 되돌아 왔다는 말이다. 사건 발생 이틀 뒤 <조선일보>만 보도한 이 ‘5분 지각설’은 훗날 다양한 버전으로 발전한다. 당시 전두환과 함께 있었던 장세동 경호실장은 1995년 출간된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참배행사 계획은 버마 외상이 당일 오전 10시 15분 영빈관에 도착, 대통령을 모시고 10시 20분에 출발하여 10시 25분에 도착, 10시 30분에 헌화 행사를 하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한편 대통령 영부인이 주관하는 한글학교 학부형 초청 다과회가 10시에 영빈관에서 계획되어 있었으나 ... 대통령의 출발 후인 10시 40분으로 조정 ...10시 18분 경 출발 준비를 마친 대통령은 ... “버마 외상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보고에 다소 언짢아했지만 별다른 나무램 없이 제1부속실에서 짐을 정돈하고 있는 요원들을 격려하면서 돌아보았다. 버마 외상은 영부인 주관 행사 시간 변경을 대통령 행사 시간 조정으로 착각 ... 허둥지둥 영빈관으로 달려왔으나 ... 이미 10시 19분 ... 대통령은 곧바로 현관으로 내려오지 않고 제2부속실까지 들러서 요원들을 격려한 후 10시 23분 현관에 내려와 외상과 간단한 인사 ... 10시 24분 출발 ... 3-4분의 지체 시간은 준비 미흡에 따르는 대통령의 간접적 나무램이었다. 그러나 이 3-4분이 사건의 확대를 막은 결정적 분수령이 된 것이다.] (장세동『일해재단』91쪽) 

“대통령은 준비 미흡에 다소 언짢아했지만 별다른 나무램 없이 ... ” 장 씨는 이렇게 썼지만, ‘버마 외상의 지각’은 여러 사람의 손과 입을 거치면서 수많은 잡설로 발전한다. 급기야, 전두환이 화가 나 “그 자도 기다리게 해”라고 했다는 말까지! 2010년 <조선일보>가 제시하는 ‘12분 오기설’.

[아웅 산 묘소 참배에 안내를 맡은 미얀마 외상이 12분 지각했다. 행사 시각까지 10분도 채 안 남은 것 ... 전두환 대통령은 ... “국가 위신이 있지 저 친구도 기다리게 해.” 영빈관에서 그는 일부러 더 시간을 끈 뒤 내려왔다. 그렇게 탄 리무진 차량이 아웅 산 묘소로 출발한 지 3분쯤 됐을 때 ... 수행과장의 무전기로 다급한 외침이 ... “폭발했다!” 오전 10시 28분이었다.] ([최보식 칼럼] 아웅 산 사태, 그 뒤의 비밀 <NK chosen> 2010.3.31)
 
이 ‘12분 오기설’이 좀 과하다 싶었는지 지금은 다시 장세동 버전으로 돌아가 ‘4분 오기설’로 정리되고 있다. 2020년 출간된 최병효 전 대사의 책.

( 최병효 책 116쪽)

[버마 외상이 ... 4분 늦은 10:19에 영빈관에 도착한 데 대해 전두환 대통령은 화를 내고 오기를 부리며 출발을 4분 지연시켰다. 이에 따라 영빈관 출발이 ... 10:24로 4분 늦어진 점이 범인들이 원격 스위치를 누른 시간에 영향을 준 것이다. ... 이 4분의 차이가 전 대통령의 생사를 가른 것이다.] (최병효 책 120쪽)

2017년 2월 출간된『전두환 회고록』에는 물론 ‘오기를 부렸다’는 이야기는 없다.

[버마 외무장관이 예정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국빈 행사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결례였다.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그는 예정 시간보다 5분 늦은 시각에 숨을 헐떡이며 영빈관에 도착 ...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지나가던 택시를 불러 바꿔 타고 오느라 늦었다는 것 ... 예정 시각보다 5분 정도 늦게 출발한 차는 아웅 산 묘소를 향해 빠른 속도로 ... 그런데 버마의 경호 차량의 선도를 받으며 달리던 내 차가 갑자기 방향을 돌려 U턴 ... 영빈관으로 되돌아 왔다.] (『전두환 회고록-2』498쪽 /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983년 10월 11일 자 위 <조선일보> 기사 내용과 흡사하다.)

누가 몇 분 늦게 왔든 먼저 왔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두환이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그가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연출됐고 이때 폭탄은 터져 수행원들만 모두 폭살당했다는 사실이다. [전두환이 행사장에 온 줄로 착각한 범인들이 폭파 스위치를 누른다.] 이 각본에 따른 연출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 대사 일행의 모터케이드는 10시 20분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5분 정도 늦게 도착함으로써 범인들이 이를 대통령의 모터케이드로 착각할 개연성을 더 크게 했을 것이라는 ... 즉 버마 외상의 4분 지각으로 인한 전 대통령의 오기로 영빈관 출발이 4분 지연된데 더하여, 이계철 대사 일행의 모터케이드가 영빈관을 5분 늦게 출발함으로써 ... 태극기를 단 이 대사 차를 포함한 두 번째 모터케이드를 대통령 일행으로 착각할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었을 것 ... ] (최병효 책 118쪽)

앞뒤에 사이드카가 붙고 태극기가 펄럭이는 이계철 대사의 차와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 일행의 차량 행렬이 조금 늦게 도착한 것을 저들은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되도록 동선을 조작한 정황이 있다.

( 장세동 책『일해재단』91-92쪽)

[사건 당일 아침 대통령은 경호실장에게 “버마 측 영접 요원들에 대한 격려 선물을 대사를 통해 전달하면 대사가 일하는데 여러 가지 도움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지시함에 따라, 인야레이크 호텔에 투숙 중인 이계철 대사를 영빈관으로 오게 하여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였다. 한편 영빈관에 투숙 중인 함병춘 비서실장, 심상우 민정당 총재비서실장, 민병석 대통령주치의는 대통령을 직접 수행토록 되어 있었으나, 그곳 영빈관 앞뜰 원형 로타리가 대통령을 포함한 차량 행렬이 일렬로 돌아서 나가기에는 선도차와 후미가 맞물릴 정도로 작고 좁아서, 대통령 출발 10분 전에 영빈관을 출발토록 계획이 변경되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경호실장과 선물 전달 관계로 협의를 마친 이계철 대사가 함병춘 비서실장 방에 인사차 들르게 되었고, 함병춘 비서실장이 이 대사에게 “아웅 산 묘소 가는 길을 잘 모른다”고 말하자, 이에 이 대사는 “저와 함께 가십시다”하면서 안내를 하게 되었다. 네 사람이 같이 출발 ... ] (장세동 책 91-92쪽)

선물 전달을 핑계로 이계철 대사의 출발을 늦췄고, 그가 함병춘 비서실장과 함께 출발하도록 유도한 정황이다. 라종일 씨도 장 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

[사실은 그날 아침 대통령은 이계철 대사를 영빈관으로 불렀다.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수고한 버마 측 요원들에게 약간의 성의 표시를 할 생각이었는데, 이것을 대사를 통해서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면 대사가 현지에서 일하는 데 여러 가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배려였다. 그 때문에 대사 차량이 대사관저가 아닌 영빈관에서 주요 인사들의 차량과 함께 묘소로 행했던 것이다. 이 차량 행렬이 대통령의 출발에 앞서 묘소로 떠난 이유는 영빈관 앞뜰의 원형 로터리가 좁아서 여러 수행원들이 대통령과 함께 떠나기 어려우니 이 대사와 함께 먼저 출발한 것이었다. 이런 몇 가지 우연들이 겹치면서 상황과 운명이 달라진 것이다.] (라종일 책『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116쪽)

『전두환 회고록』을 보면 이계철 대사의 출발을 늦추는 동선 조작 정황이 좀 더 명확해진다.

[영빈관을 출발하도록 예정된 10시 20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장세동 경호실장을 불러 인야레이크 호텔에 투숙 중인 이계철 대사에게 연락해서 수고한 버마 측 영접 요원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우리가 떠난 후에 대사가 직접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전두환 회고록』498쪽)

이런 동선 조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5공 조직에서는 누워 식은죽 먹기다. ‘각하께서 부르신다’ 거나 ‘각하께서 그러시는데 ... ’ 등등 약간의 위력만으로도 아주 간단히 일을 꾸밀 수 있다. 앞서 본 장세동 책『일해재단』91쪽.

[사건 당일 아침 대통령은 경호실장에게 “버마 측 영접 요원들에 대한 격려 선물을 대사를 통해 전달하면 대사가 일하는데 여러 가지 도움 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지시함에 따라 ... ]

우선 전두환이 장세동 실장에게 ‘선물 협의’를 지시했음을 알 수 있다.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대통령의 헌화식 준비가 한창인데, 그 바쁜 와중에 ‘버마 사람들 선물 챙겨주라’며 대사를 부른다?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아무튼 그 핑계로 장 실장은 이 대사를 불러 그의 출발을 지연시킨 것이다.

그 다음. ‘선물 협의’를 마친 이 대사는 예정대로 혼자 출발할 수도 있었다. 난데없는 ‘선물 협의’ 때문에 지체되기는 했지만, 서둘러 가 버마와 한국 주빈들 사이를 오가며 현지 대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또 발목이 잡혔다. 괜히 함병춘 비서실장 방으로 가야 했다. 왜? 인사차!

[경호실장과 선물 전달 관계로 협의를 마친 이계철 대사가 함병춘 비서실장 방에 인사차 들르게 되었고, ...]

혹시 하루 전 도착 직후 함병춘 비시설장은 이계철 대화가 인사를 나누지 않았을까? 그랬을 리 없다. 오후 4시 30분 경 도착했고 수행원들끼리 만찬도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침, 헌화식 준비로 모두가 바쁜 때 왜 또 인사를 가? 이계철 대사를 함병춘 방에 데리고 간 이는 그를 불러 선물 전달 문제를 협의한 장 실장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동선이 맞춰졌다. 함병춘 비서실장은 ‘인사차’ 온 이 대사에게 “아웅 산 묘소 가는 길을 잘 모른다”고 말했고, 이 대사는 “저와 함께 가십시다”했다는 이야기. 사실이 아닐 것이다. 함 대사가 직접 차를 몰고 가는 것도 아니다. 또 그는 대통령을 모시고 가야하는 비서실장이다. 장세동 실장이 이계철 대사를 함병춘 비서실장 방에 데리고 간 것은 함병춘 비서실장을 이 대사와 함께 보내기 위한 술수였다. 수행원들만 죽이는 ‘전두환 시해 각본’은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이런 의혹 때문이었을까 2017년 나온『전두환 회고록』은 ‘선물 제공 협의’ 등으로 이계철 대사의 동선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원래 그렇게 가기로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한 공작원들이 노린 것은 물론 나였고, ... 내가 도착하기 전에 원격 조정 장치를 누른 것은 착각 때문 ... 10시 15분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인야레이크 호텔에 투숙해 있던 서석준 부총리를 비롯한 ... 수행원과 기자단 ... 이어 영빈관에 투숙해 있던 함병춘 비서실장 등이 이계철 주버마대사와 1개 제대(梯隊)를 이루어 나보다 10분 먼저 이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전두환 회고록-2』499쪽)

그러나 전두환네도 이 대사와 함 실장이 탄 차량 행렬이 전두환의 차량 행렬로 보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영빈관을 출발한 이계철 대사의 검은색 벤츠 승용차에는 당연히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고, 나와 함께 영빈관에 투숙했던 함병춘 실장 등 공식수행원들이 탄 차들과 함께 앞뒤로 경호차가 따라붙고 ... 북한 공작원들이, 자신들 앞을 지나간 짙게 선팅한 이계철 대사 차량을 내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 ... ] (『전두환 회고록-2』499쪽)

[네 사람이 같이 출발함으로[써], 선도경찰 사이카, 의전차량, 태극기를 단 이계철 대사 차량(벤츠 280SE), 함병춘 비서실장, 심상우 총재 비서실장과 민병석 대통령 주치의, 후미 경찰 사이카의 차량 행렬이 아웅 산 묘소로 이동함으로써, 범인들은 이 차량 행렬을 대통령 일행으로 오인하였던 것이다.] (장세동『일해재단』 92쪽)

버마 정부도 이런 동선 조작 정황을 의심했다. 송영식 참사는 사건 발생 엿새 째인 10월 15일 토요일, 대사관에 함께 근무하는 박원룡 무관과 함께의 버마 외무성 재외공관 담당 국장 쬬 까잉(U Kyaw Khaing)의 심문을 받아야 했다.

[당일 일정에 대한 내 증언이 끝나자 한국을 노골적으로 의심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첫째로 일행이 왜 세 그룹으로 나누어 [현장에] 도착했느냐는 것이다. 나는 대통령이 다른 참석자를 기다리지 않도록 맨 나중에 도착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전 관례이며, 이는 미얀마[버마] 의전 당국과 사전에 합의한 사항이었다고 밝히고 ... 나와 무관이 행사 현장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 당시 나를 심문했던 쬬 까잉 재외공관 담당 국장을 포함한 외무성 간부와 대사관이 유지해 온 돈독한 관계 덕분에 자작극에 대한 의심을 많이 해소할 수 있지 않았나 자평해 본다.] (송영식『나의 이야기』191-192쪽)

송 참사의 청문회 답변은 원론적 이야기일 뿐이다. 대통령이 제일 나중에 등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왜 행렬을 셋으로 나누고, 마지막 행렬에서 ‘대통령 없는 대통령 행차’를 연출했느냐는 것이다. 버마 수사 당국은 이 부분을 더 파고 들었어야 했다. 송 참사는 이날 의전이 버마 당국과 사전에 협의했다고 말하지만 아니었다.

[이날의 모터케이드가 두 그룹이 아니고 세 그룹으로 구성된 점 ... 버마 측이 작성한 영문 세부 일정서에는 공식 수행원별 차량 배차 계획은 들어 있으나, 수행원들이 두 개의 모터케이드로 나뉘어서 각기 다른 출발 지점을 떠나서 행사 시작 10분 전에 행사장에 도착하여 도열한다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최병효 책 119쪽)

송 전 참사가 밝히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도 버마 측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의지가 없었다.

[우리 정부는 마얀마[버마] 쪽 관련자 색출이나 처벌 문제는 일체 거론하지 않았으며, 미얀마 측도 묘지 관리자 등 몇몇 말단 공무원을 수뢰 혐의로 처벌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공식적으로 통보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짐작키로 고위급 수준의 협조나 방조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이제 이 문제는 세월과 함께 영구히 묻힐 것만 같다.] (송영식『나의 이야기』193쪽)

어차피 각본대로 가게 돼 있었다. 국정원 대공수사국.과장과 은밀하게 만난 강민철이 ‘나 서울에서 왔다’는 진술을 번복하고 ‘나 북한 공작원이요’라며 거짓으로 진술한(11월 3일) 다음날.

[11월 4일 사건 조사위원인 쬬 까잉 [버마] 재외공관국장을 만났을 때 범인들의 진술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범인들은 ... 이계철 대사가 탄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행사장 도착 시간을 계산해 폭파 스위치를 눌렀다는 거였다. 그런 점에서 이계철 대사와 함병춘 시실장의 도착이 폭파의 계기가 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송영식『나의 이야기』208-209쪽)

( 조선일보 1983.10.11)

수행원들의 동선을 조절해 ‘북한에 의한 테러’를 조작하는 마지막 단계로 폭발 스위치를 누르기 위한 신호가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도착하면 울려야 할 진혼곡 나팔소리가 이계철 대사가 도착한 뒤 들렸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문제의 ‘나팔소리’는 청와대 경호실 천병득 경호처장이 ‘연습삼아’  버마 군악대에 ‘한 번 불어 봐’ 했다고 알려져 있다. 송영식의 증언.

[미얀마[버마] 측은 진혼 나팔소리를 들었는지를 물었다. ‘확실히’ 무슨 소리를 듣긴 했는데 나중에 ‘나팔’ 소리임을 인지했고, ... 나중에 천병득 경호처장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대통령 도착 직전 나팔수에게 손짓으로 한 번 연습을 해 보라고 했더니 진혼곡 나팔을 불었으며, 이 소리를 듣고 범인이 원격 폭발장치 스위치를 눌렀다는 것이다.] (송영식『나의 이야기』192쪽)

『전두환 회고록』은 한 술 더 떠 ‘천 처장의 나팔 소리’를 기정사실화한다.

[“대통령께서 곧 도착하실 테니 참배 대열로 섭시다.” 이계철 대사가 말하자 수행원들은 아웅 산 장군 묘소 앞에 두 줄로 도열 ... 이때 천병득 경호처장이 버마의 군악대 대원들에게 주빈이 도착하면 연주할 음악을 연주해 보라고 했다. 아프리카의 가봉을 공식 방문했을 때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됐던 사례도 있어서 한 번 연습을 시켜 보았던 것이다. ... 10시 28분 ... 이 순간 북한 공작원들은 원격 조정 장치의 버튼을 눌렀고 ... ] (『전두환 회고록-2』499-500쪽)

송 참사는 천 처장으로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말했고, 전두환네는 천 처장이 그렇게 했어야만 했던 그럴듯한 이유를 대지만, 천 처장은 자신이 나팔 소리의 촉발자라고 시인한 적이 없다. 천 처장이 딱 한 번 ‘1983 버마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은 사건 당시 기자단으로 현장에 가 있던 박창석 코리아타임스 기자의 책에서다. 박 기자는 1994년 1월 펴낸『아웅산 리포트』에서 천 차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원문 그대로 ‘∼했습니다’체로 옮겨 적었다. 그의 이야기 가운데 ‘나팔 소리’ 관련 부분만 보자.

[“수사 초기에 미얀마[버마] 당국은 지나치리만큼 남한 사람들에게 혐의를 두고 있었습니다. 나 자신은 물론 송영식 참사관, 대사관에 파견 나온 무관까지 출국금지령을 받았고, 수사 당국에 의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특히 나팔수의 진혼곡을 신호로 폭발이 이루어졌고, 따라서 나팔수의 진혼곡과 폭발 사건이 틀림없이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들은 송영식 참사관과 무관에게 ‘경호처장 천병득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가 무엇이냐’는 등 노골적으로 한국 측 경호원들을 의심했습니다. 사건 직후 나팔수를 포함해서 현장에 있던 몇 명의 미얀마인들이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았는데, 한국 경호원들이 관련됐다는 얘기가 그 조사 과정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 ] (박창석『아웅산 다시 보기』213-214쪽 / 박 씨는 2013년『아웅산 리포트』가『아웅산 다시 보기』로 재출간되기 직전 유명을 달리했다.)

문제의 ‘나팔소리’에 대한 천 씨의 증언은 박 씨 책이 유일무이하다. 이 유일무이한 증언에서 천 씨는 자신이 나팔 소리를 내 보라고 시켰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버마 수사 당국이 한국 경호원들을 의심한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로 곤욕을 치렀다는 뉘앙스다.

사실 헌화식 준비 차 현장에 있던 경호처장이 버마 군악대에 진혼곡을 ‘연습삼아 불어보라’고 지시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비현실적이다. 경호처장이 통역관을 데리고 다녔을 리도 없고, 버마 군악대원 역시 자신의 지휘자가 아닌 다른 누가 - 손짓으로? - 한 번 불어보란다고 그 요구에 순순히 응할까.

또한 송 참사 등을 상대로 나팔 소리 여부를 조사한 버마 수사당국은 나팔 소리가 있었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수사보고서에는 나팔 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송 참사가 회고록에서 “‘확실히’ 무슨 소리를 듣긴 했는데 나중에 ‘나팔’ 소리임을 인지”했다고 말한 것은, ‘다들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이해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팔 소리’는 천 씨와 무관하며, 그것은 미리 계획된 ‘기폭 신호’의 은유였다고 봐야 한다. (26편으로 계속)

<1983 버마> 저자 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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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진으로 보는 국가원수, 권위는 상대가 인정... 임두만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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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코리언의 삶, 증오에 저항하는 길 ② 김종익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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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코리언의 삶, 증오에 저항하는 길 ① 김종익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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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TV] [경찰의 아들] 함안정기편 신상철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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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들의 죽음이 ... 순국이었을까? 32 강진욱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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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사건 진실규명은 현재진행형” 사람일보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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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사건, 대법원 판결과 또다른 시작 신상철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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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경찰의 아들] 함수편 신상철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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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과 찬사 강기석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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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 영상은 이스라엘 잠수함이 아니다 - 신상철 오류 (16) 아이에스2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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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경찰의 아들] 함미편 신상철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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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성기 정치학과 짤짤이-딸딸이 논쟁 kenosis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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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t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 ② 김종익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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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와 이종원이 열린 심장에 칼을 꽂고, 침을 뱉는... kenosis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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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대한민국 경찰여러분! 신상철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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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t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 ① 김종익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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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칼럼] 한동훈은 성역? 누가 ‘내로남불’을 ... 임두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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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15 남북 공동선언 22주년입니다 김용택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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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TV] ‘不便한 眞實’의 歷史 신상철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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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들의 죽음이 ... 순국이었을까? 31 강진욱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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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칼럼] 윤석열 공격, 가짜뉴스로는 안 된다 임두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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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맷집의 거리, 폭력과 고통에 관한 고찰 김종익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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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상품(商品)인가 공공재(公共材)인가 김용택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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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가 열린공감이 돈가지고 싸운다네 kenosis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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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전 위원 천안함 좌초충돌 주장 명예훼손 무죄... 미디어오늘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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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천안함 좌초설 명예훼손’ 신상철, 대법원서... 머니투데이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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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 것인가? 신상철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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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 재정지원을 중단... 시골목사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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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최선을 다한 당신! 힘내시라! 신상철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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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참패… 보수교육 어디로 가나? 김용택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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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그들의 죽음이 ... 순국이었을까? 30 강진욱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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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재산 축소 신고’ 투... 신문고뉴스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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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춘보 칼럼]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은 ... 심춘보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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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춘몽, 그는 왜 그곳에 12시간 서 있는가 신상철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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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이 만들겠다는 ‘시장경제’의 실체를 벗긴다 김용택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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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문꿀오소리들 봉하마을 갔을까? 신상철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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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보며 권종상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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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의 역사적 문맥과 정치적 논리 ② 김종익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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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알면 알수록 화가 나는 전북·남원 신상철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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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역사... 5·18광주민중항쟁 김용택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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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의 역사적 문맥과 정치적 논리 ① 김종익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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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를 위해 우리나라 최대 농경지 천수만 소각장... 시골목사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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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경남 통영 미분류표 어떻게 분류됐을까? 신상철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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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오도하는 우크라이나 사태 ① 김종익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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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법률 공포안 의결 사람일보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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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끼워넣기’ ‘먹튀사면’ 안... 김용택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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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춘보의 노변정담]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다면서요. ... 심춘보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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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개표부정의 핵(核) - 미분류표 신상철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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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27 김종익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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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尹 용산 집무실 선언, ‘후보공약과 당... 임두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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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급 미모? 한국 언론 극찬 ‘대만 김건희 기사’... 아이엠피터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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