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ah(유태인 학살)에서 Nakbah(팔레스타인인 실향․이산)로, 세계에 대한 책임 ③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3-29)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교대학 명예 교수.
『기억의 윤리학Ethica』, 『전쟁 책임론』,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오키나와』, 『미․일 안보와 오키나와 기지 논쟁』 등의 저서가 있다.

3.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 대해

가자의 민간인을 엄청나게 마구 죽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라, 이스라엘. 우리는 그 기원에도 거대한 폭력이 있었던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Shoah(홀로코스트)’ 같은 건 아니다. 이스라엘의 독립 선언에는 홀로코스트가 건국 필요성의 증거로 인용되어, 홀로코스트를 살아남은 유대 난민이 이스라엘에 피난소를 바란 것도 사실이지만, 시오니스트들에게 홀로코스트의 희생이 된 유대인은, 자신들을 지킬 힘을 갖지 못해, 차별받고 박해당할 뿐인 무력한 유대인의 전형이며, 이스라엘은 그러한 유대인상을 부정하고, 새롭게 ‘강한’ 유대인 국가로 태어나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와의 ‘단절’을 지향했으며, 홀로코스트를 자신들의 국가적 서술의 근간에 편입한 것은 아이히만 재판(1961년) 이후로 간주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의 기원에 있는 폭력이란 ‘나크바’Nakbah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그 땅에 거주하던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고향에서 쫓겨나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가 발생한 것은 주지하는 대로이다. 2세, 3세 등을 포함하면 현재 세계에 약 60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있다고  간주된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가 일란 파페Ilan Pappé에 따르면, 이때 시오니스트들은 독립 선언 전부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고, 그 결과 약 8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고, 531개의 마을을 파괴하고, 11개의 도시를 무인화하고, 나아가 학살과 강간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나크바’는 아랍어로, ‘파국, 재액’을 의미하며, 기이하게도 홀로코스트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Shoah’와 같은 의미다.

지금, 가자 사람들은 집을 파괴당하고, 가족을 살해당하고, 몇십만 명의 사람들이 달랑 옷만 걸친 채 피난민이 되어, 겨우 도착한 장소도 폭격과 포격에 노출되어, ‘안정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는’ 상태에 내몰려 있다. 이집트와의 국경에서 ‘추방인가 죽임인가’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것은 나크바가 현재도 계속된다는 것, 이스라엘이 현재를 나크바의 최종 단계로 보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국가안전보장내각state security cabinet 각료로 농업 장관인 아비 디히터Avi Dichter는, 공공연하게 “우리는 지금, 가자 나크바를 전개하고 있다”  “나크바 2023이다. 결말은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발언한다.

반드시 참조해야 할 문서가 있다. 첩보성 정책국 10월 13일자 「가자 민간인에 관한 정책 선택지」라는 제목의 문서다.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 정권을 타도한 뒤, 가자 주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세 개의 선택지가 검토되고 있다.
A) 주민은 가지에 그대로 두고, 팔레스타인 당국의 통치를 도입.
B) 주민은 가자에 그대로 두고, 새로운 아랍인 당국을 만든다.
C) 주민 전체를 가지에서 시나이 반도로 퇴거시킨다.
이것들을 상세히 검토한 뒤에, A와 B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어, C가 “이스라엘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략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결론을 짓고 있다. 바야흐로 ‘가자 나크바’를 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국제법 위반’이란 비판을 무시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점령을 계속하고 있으며, 오슬로 합의(1993년)에 따라 팔레스타인 잠정 자치가 시작된 이후도, 이스라엘군의 보호를 받았던 유대인 입식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유대인 입식자는 현재 약 7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현 네타냐후 정권 성립 후, 극우인 벤 그비르 국가 치안 장관, 스모트리히 재무 장관 등이 강경하게 입식 활동을 추진해, 10월 7일 이후는 무장한 입식자의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폭력 행위가 격증하고 있어, EU는 이것을 ‘입식자 테러’라고 하며 비난하고, 미국 정부도 책임자의 비자 발급 정지 조치를 단행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헌법적 지위를 갖는 「기본법」의 하나인 「유대인 국가법」에서, 입식은 ‘국가적 가치’를 갖는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식 명칭은 「기본법 : 이스라엘 ― 유대인의 국민 국가」라는 이 법은, 2018년, 크네세트Knesset(이스라엘 국회, 의석 수 120 - 역주)에서 62 대 55라는 근소한 차로 가결되었지만, “완전하고 통일된” 예루살렘을 수도로 한다거나, 아랍어를 공용어에서 제외한다거나 하는 등, 유대인의 배타적 권리를 정하고 있으며, 제7조는 「유대인 입식지」라는 제목에, “국가는 유대인 입식지의 확대를 국가적 가치로 간주하고, 그 가치의 확립과 강화를 장려하고 촉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정부는, 입식 추진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크바는 현재, 각종 전쟁 범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를 포함한 ‘민족 정화’ethnic cleansing로서 계속되고 있으며, 제노사이드 의도가 의심되고, 그 교사가 범죄로 추궁되어야 할 단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