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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철학, 그게 철학일까? ③
  번호 131582  글쓴이 김종익  조회 1385  누리 0 (0,0, 0:0:0)  등록일 2024-4-24 11:44 대문 0

남성들의 철학, 그게 철학일까? ③
페미니스트 철학이 묻다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4-24)



 

고테가와 쇼지로小手川正二郞
1983년생. 국학원 대학 문학부 부교수. 프랑스 근․현대 철학, 현상학 전공.
현상학의 관점에서 성차․가족․책임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실을 풀어헤치기 위한 철학』 『되살아나는 레비나스Levinas ― ‘전체성과 무한’ 독해』 등의 저서가 있다.


4. 남성들은, 정말로 철학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보부아르 이후의 페미니스트들도, 젠더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와 관련해, 『제2의 성』의 논점을 계승하는 비판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여성 해방 운동을 견인한 다나카 미쓰田中美津는 『생명의 여자들에게』(원저 1972년. 『생명의 여자들에게 : 엉망인 여성해방론』, 두 번째테재, 2019년 번역 출간) 속에서, 여성 해방 운동을 철저하게 여성만의 운동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남성은, “누구에게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서먹서먹하게 무관심”한 것이라고 갈파했다. 게다가 젠더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를 “정리를 위해 서랍을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있어, 필요에 따라 그 가운데 몇 개를 열어 보는” 것에 비유하며, “남자가 가진 기능성이 풍부한 서랍이란, 사물을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아픔을 감내하면서 파고들지 못하는 그 남자의 삶이, 사회를 향해 효율에 치중해, 만들어낸 서랍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다나카는, 사회에서 경쟁을 강요당하는 ‘남성’으로 사는 것에 관한 진정한 의미와 고통을 덮어 가리기 위해, 남성들이 젠더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서 자기 자신을 분리해서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묻고 있다.

또한 아드리안 세실 리치Adrienne Cecile Rich는 여성의 생식 능력을 남성의 지배하에 두는 제도들(‘제도로서의 모성’)을 철저하게 비판한 『Of Woman Born : Motherhood as Experience and Institution』(1976년)의 「신판에 붙여」(1986년)[『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 모성의 신화에 대한 반성』, 평민사, 2005년 번역 출판]에서, 자신의 서술 방법이 개인의 경험과 다양한 조사 결과를 혼합하고 거기에서 이론을 다듬어 가는 것임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쓰는 데 있어, 그 접근이 기묘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저자가 ‘기술한 내용에’ 없는 것, 필자가 개인적인 근거 없는 사변speculations, 이론, 사실, 공상fantasies을 쓰는 쪽이 훨씬 기묘하다.

여기서도 주로 남성 필자를 염두에 두고, 저자인 자신과 자신의 경험은 언급하지 않고, 근거를 결한 사변이나 이론을 피력하는 것에 대한 위화감이 표현되어 있다. 여성들이 개인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것은, 그 경험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 안에서 어느 정도 공유된 개념 틀과 현실 인식으로는 다 표현될 수 없는, 그것들의 자명성을 되묻는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에 언급한 “나는 여성이다”라고 표명하는 것을 강요당한다고 하는 보부아르의 경험은, 자신의 젠더는 언급하지 않고 시작하는 남성들의 논의의 출발점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남성 필자들이 자신의 성이나 신체를 직시하거나, 자신에게 보이는 세계의 일면성을 깨닫게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성 필자가 단지 자기 입장의 ‘중립성’이나 이론의 ‘객관성’을 내보이기 위해 ‘여성의 목소리’를 언급할 뿐이라면, 그것을 자기 좋은 쪽으로 이용하고 있는 ― ‘횡령’하고 있는 ― 것은 아닐까, 라는 혐의도 받을 수 있다. 그런 위험성에 주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다양한 여성들 ― 좀 더 말하면 cisgender(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인 이성애 남성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사람들 ― 이 남성들을 향해 얘기해 온 것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단순한 자세가 아닌 형태로 거기에 응답하는 것은 한층 중요할 것이다.

남성들이 자신의 젠더를 자명하게 밝히지 않고, 그런 상태로 철학을 한다는 것은, (cisgender의 이성애) 남성이라는 특권적 입장에 있는 자신이 사고하고, 저술하는 것에 대해 장황하게 변명을 늘어놓은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각자 사고하는 내용 안에서, 비가시화 되어 온 젠더의 자리매김, 현실 인식의 편향, 사회 구조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가시화하고, 기존의 개념 틀이나 철학 방식 그 자체의 변혁을 도모해 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지만,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던 것’, 그 중에서도 철학하는 ‘자기 자신’을 다시 되묻는다는 점에서 ― ‘너 자신을 알라’라는 델포이 신탁을 꺼낼 것도 없이 ― 정확히 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변천이다. 반대로 말하면, 남성들이 자신의 젠더를 묻지 않고 철학을 계속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철학을 하고 있는 건가, 라고 자문해야 한다.

여기에 이르면 페미니스트 철학을 철저하게 철학의 응용 연구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지니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젠더와는 무관한 ‘순수한 철학’이라는 것을 상정하는 것 자체가, 철학이 젠더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하며, 게다가 그것을 암암리에 (cisgender의 이성애) 남성의 입장과 동일시한다는 남성 중심적 견해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학과 페미니스트 철학의 관계는, ‘본점’과 ‘야점’처럼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우리가 야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은 본점의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끝> 
(『세계』, 202404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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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를 리플리증후군 환자로 몰아가는 이제일 변... kenosis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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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은 너무 길다. 윤석열 탄핵사유 kenosis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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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술자리 2차공판]한동훈 알리바이 입증 포기 kenosis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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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예측 4가지 지표 kenosis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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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서실장과 박근혜 측근의 공천거래 녹취파일 (1) kenosis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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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참관 요령, 투표함 봉인 스티거 이상이 있을 때 ... 시골목사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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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익진(鶴翼陣)의 진영을 허물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 kenosis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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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에게 듣는다 4] 尹 중대본 회의 발언에 대... 임두만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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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실이 승리한 날이다. kenosis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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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국혁신당의 ‘돌풍 원인’은 국민의 ‘검찰... 윤재만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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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TV] 2024 의료대란 CASE STUDY 신상철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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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에게 듣는다 3] “의료파국이 뻔한 정부의 ... 임두만 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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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첼리스트의 고백 - 내가 첼로를 못하는 이유 - kenosis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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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평가할 때 함께 보아야 할 것 박한표 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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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건국 권총찬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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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안돼!” kenosis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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