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속국屬國 체제인가? ②
―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부터 72년 뒤의 세계 ―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08-19)
개번 맥코맥Gavan McCormack
1937년생. 호주 국립대학 명예 교수. 전공은 동아시아 현대사, 주체사상, 일본 근현대사.
1983년에 출판된 『Cold War, Hot War: An Australian Perspective on the Korean War』에서, 한국 전쟁의 개전 경위에 대해, 북한의 선제공격을 부정하고, 당시 미국이 대리전쟁을 욕망하고 있었던 것이야말로 전쟁 발발의 원인이며,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 등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04년에 출판된 『Target North Korea』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지지하며, 일본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요 저서는 다음과 같다.
『Cold War, Hot War: An Australian Perspective on the Korean War』 (Hale & Iremonger, 1983).
『The Emptiness of Japanese Affluence』(ME Sharpe, 1996).
『Target North Korea : Pushing North Korea to the Brink of Nuclear Catastrophe』(Nation Books, 2004).
『Client State : Japan in the American Embrace』(Verso, 2007)
5. 속국 동맹 ― 쿼드Quad와 오커스AUKUS
21세기로 들어서기 직전부터,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군 협력 체제에 밀착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1990년대에는, 오스트레일리아는 일본과 함께 캄보디아와 동티모르에서 유엔 평화 유지 활동에 참가하고, 2000년대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은 해상 자위대와 함께, 남지나해와 페르시아만에서 미국 주도의 초계 활동에 참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은 미 공군과 협력해, (겉으로는) 유엔의 북한 제재 감시, 정찰 비행에 나섰지만, 그 정찰 비행은 오키나와의 미 공군 가데나嘉手納 기지를 베이스로 이루어졌다.
2007년 3월, 오스트레일리아의 존 하워드John Winston Howard 수상은 아베 수상과 함께 「안전 보장 협력에 관한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계획에는 인도도 포함되어, 아베 수상은 2007년 8월에 인도 의회에서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민주 연맹의 구상과 ‘전략적 대화’의 제안을 발표해,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토니 애벗Tony Abbott 수상과 아베 수상은 2014년, 양국 관계는 “특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며, 매우 친밀한 관계라고 치켜세웠다. 2022년에는 일본과 호주 간 상호 접근 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이 체결되어, 양국 관계는 한층 긴밀해졌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일본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을 포위하고, 억제하는 ‘자유와 번영의 원호圓弧(둥근 활 모양의 중국 포위선 – 역주)’에 틀림없이 가담할 것이다.
2007년 인도를 포함한 느슨한 그룹 결성 구상은, 2019년에 ‘미․일․호․인 4개국 안전 보장 회담’, 통칭 쿼드Quad로 구체화되었다. 그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 장관은, 쿼드를 “진정한 안전 보장의 틀” 안에 통합해, 남지나해, 동지나해, 메콩강 유역, 히말라야에서 타이완 해협에 이르기까지, 중국 공산당의 “착취, 부패, 강제”에 맞서는 투쟁의 선두에 선다는 미국의 의지를 확인하고, 그것이 “세계의 혼을 위한 투쟁”이 될 것이라고 진술했다. 머지않아 쿼드 플러스 그룹으로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이 가담하고, 2021년부터는 브라질과 이스라엘까지 여기에 가담했다.
이리하여 (잠재적으로) 중요한 동맹은 그 영향을 받는 시민 쪽의 참여 기회는 전혀 없고, 국가 상층부만의 교섭으로 결정되었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같은 해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의 태평양 안전 보장 조약Australia, New Zealand, United States Security Treaty)으로부터, 냉전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는 2국 동맹은 다국 간의 동맹 체제로 변모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거기에 한국과 뉴질랜드도 NATO의 정식 파트너로서(핵무기를 암묵 속에 수용) 2022년의 NATO 연차 총회에 출석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폴 존 키팅Paul John Keating 전 수상은, 쿼드를 “중국 봉쇄”를 위해,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라는 미국의 사령관이 신용할 수 있는 부보안관의 집합이라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공동 군사 계획, 각국 간의 조정, 정기적 공동 군사 훈련(전쟁 게임)이 점점 일상적이 되고 있다. 2016년 이후, 미 해병대는 정기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에 태평양 주둔 부대를 파견해, 사실상 다윈Darwin(오스트레일리아 Northern Territory 주의 북부에 소재한 도시 – 역주)은 미군의 세계 주요 기지 가운데 하나가 되어, (껄끄러운 기지 반대 운동 없는) 미니 오키나와가 되었다. 2023년부터 다윈시 근교의 틴달Tindal은 핵 탑재가 가능한 B-52 폭격기의 비행대 기지로 지정되어, 필요에 따라 중국을 향해 이륙할 준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은, 홋카이도 북부에서 자위대와 협력해 전투 훈련을 실시했다. 2023년에는 항공 자위대가 F35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 오스트레일리아 공군과 F35는 일본에 파견되었다. 이리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인도는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국 패권을 지원하기 위해, NATO 같은 군사 동맹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일본이 헌법에 명기시킨 입헌 평화 국가에서 완전히 ‘정상화된’ 군사 대국으로 이행한 것을 무조건 환영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은 민주주의, 인권, 사법의 원칙이라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와도 공유하는 가치관의 원점이라고도 해야 할 헌법을 개정하려고 해 왔다. 도쿄, 델리, 캔버라의 정부 관계자는,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외치는 한편으로, 미국의 동맹국으로 중국 포위의 진지가 된다.
쿼드와 병행해, 2021년 후반에는 오커스AUKUS(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미국 3개국 간 안전 보장 파트너십Trilateral security partnership between Australia, the United Kingdom, and the United States)이 탄생했다. 오커스는 완전한 ‘백인’ 클럽으로, 오스트레일리아가, 바다를 가로지르며 세계를 흘겨보는 영국, 미국의 전력과 합체를 의미한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영국과 미국이, 원자력 잠수함의 기술 공여를 오스트레일리아에 약속한 것이었다. 대부분이 구식 버지니아급 잠수함Virginia class submarine이지만, 적어도 한 척이상은 최신 기술, 설계로 건조되었다고 한다.
2023년,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일본과 한국도 오커스 방위 기술 협력에 관한 협정에 참가시키도록 권고하고, 마침 아소 타로 부총재도, 일본도 오커스에 들어가서 JAUKUS 협정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입장에서 앵글로 색슨권에 편입되는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계속 지지하고 원조해 온 이스라엘 정권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을 계속하는 가운데, 서방측 세계 전체에 대한 지지와 존경이 급락해 가는 현재, 오커스로의 편입은 ‘역사에 과오를 저지르는 쪽’에 설 것을 다음 세대까지 강요, 속박하는 게 된다.
6. 오키나와와 동지나해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미국의 지시에 따라 서서히 강고한 동맹으로 형성되었다. 긴 세월 동안, 그 체제를 능가하는 것은 나타나지 않고, 미국의 패권이라는 기본 원칙은 순화되고, 더 강력해졌다. 미국 주도의 중국 봉쇄 정책이 중요한 과제가 되는 가운데, 동지나해 해상에서도 수면 밑에서도 전함과 항공모함, 미사일과 미사일 요격 시스템, 전투기와 잠수함이 결집해,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독일 등 서방측 관계자 연합군이 중국과 장래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예행연습을 한다.
쿼드(2019년)와 오커스(2021년)는, 세계 정치의 새로운 단계의 지표이며, 미국, 한국, 일본의 지도자들의 캠프 데이비스에서의 공동 성명(2023년 8월)은 공통의 목적 확인 표현이다.
중국이라는 괴조는, 쏘아 떨어뜨려서, 날개를 잘라내야 한다고 미국은 확신하고 있다. 말하자면 ‘타이완 비상사태’가 발발되면, 중국군의 태평양으로 나가는 출구를 폐쇄해, 동지나해에 중국군을 가두는 작전 계획은 비밀도 아니다. 그 준비로, 일본은 과거 10년간, 난세이제도南西諸島(규슈九州 남단에서 타이완 북동단 사이에 배열된 열도 역주)의 섬들을 무장, 군사화하고, 가고시마현의 마게시마馬毛島,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에서, 오키나와 본섬, 미야코지마宮古島, 이시가키지마石垣島, 요나구니지마与那国島, 그리고 타이완에까지 이르는 선을 거대한 바다의 만리장성으로 바꿔왔다.
워싱턴과 도쿄 입장에서, 난세이제도의 존재 이유는, 미국 패권 유지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에 따라 무력 투입할 미․일 공동의 요새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있다. 그것을 위해 자위대 기지를 신설 혹은 증강하고, 미사일과 대미사일 요격 부대, 또 정보 수집 부대를 배치해 왔다. 필요하면, 자위대의 전투기와 잠수함의 미사일 부대는, 오키나와 본섬의 미 공군이나 해병대와 협력해, 미야코宮古해협(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의 공해)을 항행하는 중국군의 태평양 출입구를 틀어막아, 중국군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행동으로 나간다. 전쟁 행위 그 자체다.
이러한 일련의 군사 강화는 섬의 사람들에게 안심감을 주기는커녕, 오키나와가 군사 작전의 중심이 됨으로써, 동지나해 건너편으로부터 표적이 될 가능성은 현격하게 높아져서, 불안과 위기감이 심해지고 있다.
마게시마는 규슈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최근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무인도였다. 이 작은 섬이 군사 작전의 핵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위대의 육․해․공군의 종합기지로, 또한 수는 불명이지만 미군 주둔도 예정되어, 4년 뒤 완성을 목표로 2023년 1월, 시설 건설이 시작되었다. 미․일 공동 사용이라는 약정 포인트는, 펜타곤이 그 주변 해역에서 자위대의 군사 작전을 최종적으로 조정, 관리, 지휘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전쟁 준비가 진행되는 가운데, 오키나와가 미군의 완전 지배하에 놓여, 1,300발이나 되는 핵폭탄이 오키나와와 본토의 미군 기지에 보관되어 있던 무렵의, 펜타곤 계획을 생각나게 한다. ‘자유세계’ 방위를 위해 당시의 소비에트와 중국의 주요 도시를 모두 파괴, 약 6억 명의 사망자를 상정한 계획은, 실행하게 되면 인류와 인류의 문명을 끝낼 가능성이 높았다. 핵무기에 기반을 둔 ‘안전 보장’은 지금도 전 지구를 붕괴시킬 대참사를 일으킬 두려움과 이웃해 있다.
아베 수상은 일본이 법치 국가라고 반복해 주장했지만, 아베, 스가, 기시다로 이어진 정권의 오키나와 전역에 대한 군사 강화 강제는,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는 것이다.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현 전 지사(2014~2018년)는, 국정을 “강압적이고”, “불합리하고”, “유치하고”, “타락해” 민의를 무시한다고 심하게 욕하며 나무라서 오키나와 현지에서 엄청난 갈채를 받았다.
오키나와는 냉전 때부터 계속되는 미군의 동아시아 안전 보장 전략의 주춧돌 역할부터, 일본과 근린 국가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길을 찾아야만 했다. 2010년 이후, 일본의 국방 계획은 오키나와의 역할로 착실한 군비 증강과 중국과의 대결 준비를 진행해 왔다. 여기에 반해 오키나와 현지 주민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비무장화된 ‘생활권’을 생각한다. 일본과 중국, 타이완이 공존, 공생하는 친선의 상징인 오키나와를 마음속에 그린다. 오키나와를 ‘아시아의 평화 거점’으로 바꾸어, 오키나와의 ‘풀뿌리 민주주의 원칙’을 이웃 사람들과 서로 나누는, 새로운 비군사적 동지나해 공동체를 만드는 목표를 내걸었다.
7.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포함되지 않았던 북한은, 70년간 세계 안에서 ‘외계인’이었다. 한반도의 평화는, 1953년의 ‘정전’이라는 취약한 기반 위에 성립되어 왔다. 유엔은 한국 전쟁 때처럼, 유엔 주도의 전쟁 수행이라는 경험을 반복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 중에도 전후에도 한반도 남북 쌍방에서 저질렀던 전쟁 범죄의 책임을 인정한 적도 없다.
한반도 (분단)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유엔의 깃발 아래 1947년부터 1948년에 걸쳐, 한반도를 분할하고, 남쪽에 반공산주의 성채를 건설하고, 1950년에 군사적 정치적 지배권을 미국에 위임하고, 북한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전쟁 개시부터 1년간에, 미국, 한국, 기타 군대의 손으로 10만 명을 살육하고, 지역 전체를 철저하게 다 파괴하는 융단폭격, 댐, 제방, 발전소 같은 일상생활 인프라의 파괴 등 명백한 전쟁 범죄로 볼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갖가지 사건 가운데 가장 흉악한 사건은 당시 ‘공산주의자’ 탓이라고 여겼지만, 세월이 흘러 그것들이 유엔군 측의 범행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 뒤, 휴전 협정을 위반해,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 교섭을 일관해 거절하고, 1958년, 한국에 핵무기를 반입해, 북한을 위협하며, 굴복시키려고 기도했다. 그 뒤 미국은 1968년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명기된 “모든 면에서 핵 군축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성의를 가지고 교섭할”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그 뒤에도 북한에 대해 핵으로 계속 위협해 왔다.
북한은 1948년 국가 성립 이후, 줄곧 세계의 기피 대상으로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현대 역사상 가장 매도된 나라이며, ‘불량배’라는 형용사가 의문도 없이 사용된, 극단의 ‘타자’일지 모른다. 그러나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간에 걸쳐 북한은 핵 공격이라는 공포 아래 살아 왔다. 전 국민을 동원해, 광기처럼 핵 무장에 의한 군사 우선의 길로 내몰았던 것은, 장기간 핵 위협에 시달려 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핵 위협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쏠려있었기에,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없는 한, 세계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16년부터 북한이 핵 실험과 함께 갖가지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며, 핵 억지력을 갖는 데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계가 북한에 주목하게 되었다.
2018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결함을 시정하는 길이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타진에 응해, 한국 전쟁을 정식으로 종결시키기 위해 조약의 필요를 설파하는 북한의 제안에 경의를 표하고, 지지했다. 한반도의 남북 양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한반도의 비핵화, 포괄적 협력이라는 공통의 전략을 목표로 삼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같은 해 4월,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김정은, 문재인이라는 한반도 남북의 지도자가 판문점 군사 경계선 위에서 만나, 둘이서 군사 경계선을 넘나들며 봄의 햇살을 쐬면서 대화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6월에는 최초의 북미 정상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지고, 김정은과 회담 직후, 트럼프는 “우리는 전쟁 게임을 그만둔다. 그렇게 하면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재미있는 도전이 아닌가”라고 했다.
슬프게도 평화의 여신은, 힐끗 모습을 비추고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에서 최고 수준의 국제회의는, 전쟁 준비가 어떻게 갑자기 평화 협력으로 대체되고, 오랜 세월 동결되어 있던 폐색 상태가 어떻게 간단히 해빙되는지, 실증해 보였다. 한국 전쟁 종결의 평화 교섭 테이블에 앉아, 실제로 평화적 해결에 이르면, 오키나와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의 폐쇄, 일본, 한국의 미국 지배 청산도 가능하다. 대미 종속이 영원히 이어질 필요는 없다.
북한의 인권 침해는 통탄스러운 것이며,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이 지역과 세계에 미치는 위협은 심각하다.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분단’에서 파생된 증상이다. 세계 시민과 지식인, 더욱이 유엔은 한국 전쟁을 정식으로 종결시킬 의무가 있다. 북한이 세계에 요구하는, 평화 조약 체결, 대일본 및 대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그리고 북한의 시민을 극도의 궁핍에 빠뜨리고 있는 징벌적 제재 해제라는 세 가지 과제는, 실제 그 요구에 정당성이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재 해제는, 긴급한 요구이기조차 하지만, 캠프 데이비스에서 미국, 일본, 한국의 공동 성명에는 그것들을 고려하는 자세조차 볼 수 없었다.
북한의 고립은 북한 자신의 책임이라는 보편적 개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대화로 평화적 해결을 시도하려 노력했다. 그는 북한의 핵 개발 문제가 해결되느냐, 또는 외교적 압력으로 억제하는 것이 가능했던, 바로 그런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 과도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좌우된 결정으로, 기회를 놓쳐 버렸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일본의 기시다 수상과 한국의 윤 대통령이, 때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호소하는 것으로 적의를 감추려 해도,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북한을 대반대하는 태도는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8. 냉전의 쇠사슬을 벗어날 수 있을까.
명목적으로 평화와 ‘규칙에 기초하는’ 국제 질서 유지를 외쳐도, 한․미․일의 동맹국 대 중국, 러시아, 북한의 동맹국이라는 구조는, 평화를 약속한 20세기 초반의 다수의 국제적 동맹과 협정이 1914년, 작은 지역 분쟁에서 갑자기 유럽 전역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참사에 빠뜨렸듯이, 세계를 항쟁의 와중으로 끌어들일 두려움이 다분히 있다.
쿼드, 오커스, 캠프 데이비스 성명과 같은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재편하는 시도는, 기후 변동과 지속 가능한 문명, 핵 군축 등에 대한 대처를 고려한 대국적 견지의 목표를 갖지 못했다. 금세기 말까지 기온이 최저 2℃, 또는 3℃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되고, 빙상의 해빙이 가속함에 따라,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의 임해 도시를 직격한다. 적인가, 우리 편인가 정하는 것을 중시하며, 군사 대립과 무기 구입을 선동해도, 해수면 상승으로 미사일, 전투기, 잠수함 기지마저도 사용 불능이 될 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20세기 후반에 일본의 지도자들이 선택한 미국 종속주의는, 21세기에는 목적에 합치하지 않게 되고 말았다. 냉전 뒤 미국은 민주주의를 내걸지만, 다른 나라에 무력 개입을 반복하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경고한 군사 산업과 정치(정보부)의 결속이 점점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큰 마이너스가 되어 나타나고 있다.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국가들이 국가 주권과 안전 보장을 위탁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군사 중심으로, 인프라, 경제 기반이 취약한 존재가 되고 있다.
기시다는 수상 취임 뒤 3년을 거치며, 불평불만이 넘쳐난 사회를 앞에 두고 효과적 정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여당 정치가들의 갖가지 스캔들이 표면화되어, 여론조사 지지율은 참담한 수준이다. 정부는 해병대 신기지 건설, 일본을 군사 대국화해 미국의 요구에 응하는 것 이외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역사의 이 시점에서, 일본이 직면한 문제는 72년 전부터 계속되어 온 문제이며, 국가 주권과 평화 헌법을 회복시킬지, 종속과 군사 대국의 길을 선택할지, 라는 선택인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앤서니 앨버니지 수상이, 기시다 수상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최우선 사항은 미국에 충실한 국책에 있다고 하며, 쿼드와 오커스에 가맹하고, NATO와 긴밀하게 협력한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그는 기꺼이 미국의 ‘부보안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권의 주요 국가 프로젝트는 원자력 잠수함 구입과 건조다. 남태평양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초대국 중국의 점점 커지는 그림자에 대항하고, 적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를 꼼짝달싹 못 하게 속박하는 냉전의 쇠사슬을 풀기 위해, 외국군의 점령을 그만두게 하고, 전쟁 준비를 멈춰야 한다. 특히 한반도와 오키나와 주변에서는 평화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시민은 직접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다. 전쟁 준비가 아니라 평화 구축에, 몰두하는 것만이, 핵 위협에서 해방되어, 기후 변동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는 길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끝>
(『세카이』, 202408월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