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주의와 ‘즉시적 보수報酬’ 시대
Addiction의 해방구로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0-11)

스즈키 다다시鈴木直
1949년생. 전 도쿄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 사회사상사 전공.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 『Addiction과 금융자본주의 정신』 등의 저서가 있다.

Addiction의 확산이 심각해지고 있다. Addiction이란, 일찍이 우에키 히토시植木等(1927 ~ 2007년. 일본의 코미디언, 배우, 가수 – 역주)가 노래했듯이 “알지만 그만 둘 수 없어”라는 행동 습관이 병적인 강박증을 수반해 본의 아니게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Addiction은, ‘의존증’이라는 용어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법률용어와 일상용어에서는 ‘중독’이라는 말도 아직 자주 나온다. Addiction은 알코올이나 코카인 같은 정신 작용 물질에 대한 의존과 도박이나 게임 같은 행위에 대한 의존으로 대별되며, 후자는 ‘기벽嗜癖’으로도 불린다. 다만, 최근에는 ‘물질 의존’과 ‘행동 기벽’의 연속성이 강하게 의식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Addiction으로 표시한다. 덧붙여 WHO가 작성하는 질병분류국제기준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최신판에서는, 그때까지 두 개로 나눴던 물질 의존과 행동 기벽이 ‘물질 사용 장애 또는 기벽 행동 장애 증후군Disorders Due to Substance Use or Addictive Behaviours’이라는 하나의 항목에 수렴되었다.
   
물론 Addiction은 까딱 잘못하면 생활을 파탄시킬 위험한 행동 장애다. 그런데도 「Sudara Bushi」(일본 쇼와 시기의 대표적 유행가 - 역주)는 흥겨운 사회 희화로 당시 샐러리맨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것은 아직 그들이 종신 고용과 연공서열 임금을 믿을 수 있었던 태평한 시대였다. 다소의 일탈은 종종 사회적 완충 장치가 흡수해 주었다.

이런 조건은 현재, 밑바닥부터 무너져 가고 있다. 고용 불안정화와 동시에 사회적 완충 장치도 점점 줄어들고, 공동체의 해체와 개인의 단편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의 Addiction은 이미 흥겹게 웃어넘길 수 있는 단계는 아니게 되었다. Addiction 대상도 고전적인 술이나 도박만이 아니다. binge eating이라 불리는 폭식증暴食症도 있다면, 그 반대인 거식증拒食症도 있다. 쇼핑 중독shopaholic도 있다면, 과잉된 성행동과 운동exercise에 대한 의존도 있다.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Addiction의 저변과 예비군을 급속하게 확대해 가고 있다. 예전의 ‘마시다, 치다, 사다’는 어디까지 성인 남성의 유흥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차의 승객 대부분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에 넋을 놓고 있다. 뇌가 아직 성장기에 있는 어린 학생들에 스마트폰의 침투는 앞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과 디지털 단말기의 편리성은 문자 그대로 혁명적이다. 적절하게 사용만 하면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지식을 대중화하고, 새로운 표현 세계를 열고, 민주주의의 무기로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획기적 미디어는 Addiction으로 유인하는 강력하기 짝이 없는 힘을 감추고 있다. 그저 한순간 화면을 터치하기만 해도, 별의별  Addiction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인터넷 카지노도 있는가 하면, 게임도 포르노도 있다. 금융 상품 거래도 제한 없고 도박에 접근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주어진 잠시의 괘락과 해방감은 즉시적인 ‘報酬’로 기억에 각인되어, 스마트폰을 기웃거리는 습관적 행동을 강화해 간다. 오락과 해방감을 추구할 자유는,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 강제된 자유로 변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잠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놓지 못하는 의존 상태를 낳는다. 거기에는 심신의 건강과 대인 관계를 좀먹는 위험한 요소가 따라다니고 있다.

■ 자발성, 조작성操作性, 즉시 보수성報酬性

그런데 이 Addiction이라는 행동 장애는, 애당초 어떤 메커니즘으로 성립되는 걸까.
Addiction의 기반이 되는 것은 동물의 본능에 탑재되어 있는 능동적 학습 메커니즘이다. 심리학자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는 일찍이 이런 실험을 행했다. 어떤 레버를 쿡쿡 찌르면 먹이가 나오는 장치(스키너 상자) 안에 비둘기를 넣어 둔다. 그러면 비둘기는 어느 사이에 우연히 그 레버를 쿡쿡 쫀다. 그러자 먹이가 나온다. 이 우연이 몇 번인가 반복되면, 비둘기는 어느 시점부터 자발적으로 그 레버를 쿡쿡 쪼게 된다.

비둘기가 먹이를 찾아내고 먹으러 가는 것은, 먹이에 자극된 ‘유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레버를 쪼는 행위는 ‘인과 연관’의 발견에 기초한 ‘자발 행동’이다. 유발 행동가 유전자 차원의 학습 성과라고 한다면, 자발 행동은 어디까지 개체 차원의 학습 성과다. 이 학습은 먹이라는 報酬에 의해 강화되고, 정착해 간다. 그래서 일단 학습된 자발 행동은 먹이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조금 계속되어도, 당분간은 반복된다. 바야흐로 비둘기의 행동은 주먹구구식의 탐색 행동이 아니라, 목적을 지닌 개입 행동이 된다. 이러한 개입 행동과 그것을 위한 학습을 심리학에서는 조작operant 행동, 조작operant 학습 등으로 부른다. 조작 행동은 자신을 제1 원인으로 하는 인과 관련의 학습 성과이며, 이것이 모든 능동적 학습의 기초가 된다. 그것은 Addiction적 행동의 원초적인 원형prototype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작 학습이 효율 좋게 행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자발적 행동이 허용될 것, 둘째 환경에 대한 능동적인 작용, 즉 자신에게 뭔가를 조작하거나, 뭔가에 개입하거나 하는 행동이 허용될 것, 셋째 그 조작적, 개입적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報酬가 주어질 것. 그러니까 Addiction도, 이 자발성, 조작성, 즉시 보수성이라는 세 가지 행동 조건이 윤택하게 주어진 사회 속에서 발생하기 쉬워진다. 그 중에서도 ‘즉시 보수성’은 Addiction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금융자본주의의 탄생

그렇기는 해도, 모든 조작 학습이 Addiction적인 행동 장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게 안 된다. 그 이유가 뭘까.

첫 번째 이유는, 동물의 욕구 체계에는 전체로서 negative feedback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negative feedback이란, 어떤 순환계가 만들어 내는 output이, 그 순환계의 input에 억제적으로 작용하는 반응을 말한다.

레버를 쪼면 먹이가 나오는 것을 학습한 비둘기는 확실히 레버를 빈번하게 쪼게 된다. 그런데 먹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비둘기의 식욕은 떨어지고, 레버를 쪼는 동기를 감퇴시킨다. 이것이 negative feedback이다. 만약 거꾸로, 먹으면 먹을수록 식욕이 높아지는 상태가 되면, 거기에는 positive feedback이 작동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Addiction 상태이다. 그러나 항상성을 지향하는 생물의 본능 체계에는 전체로서 negative feedback에 의한 안정화 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조작 행동이 바로 Addiction화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거기에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 규범이 다양한 형태로 사회 성원의 Addiction화를 막아 온 것이다. Addiction의 대표격인 술과 도박에 대해서도, 옛날부터 도덕적 일탈로 억제되어 왔다.

놀랍게도 일본에서는 689년에 이미 가장 오래된 쌍륙双六금지령이 내려졌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반까지 18개 주에서 금주법이 실시되어, 합중국 헌법 수정 제18조로까지 발전했다.

예를 들면 전통 사회에서는, 신분과 성별에 따라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이 조목조목 정해져 있었다. 거주지, 직업, 결혼 상대에서, 복장, 머리 모양,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행위 선택의 자유는 매우 협소한 범위로 제한되어 있었다. 또 조작적인 개입과 기술적 혁신도 직능 조합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농업 사회에는 즉시 報酬性은 있을 수 없다. 땅을 갈고, 씨를 뿌려도, 그 報酬는 반 년 뒤, 일 년 뒤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전근대 사회에는 조작 행동의 Addiction화를 막는 규범과 안정화 장치가 겹겹이 둘러쳐져 있었다.

이 전제가 자본주의적 근대화 과정에서 붕괴되어 간다. 전통적 과학은 자연 관찰과 환경 세계 적응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시작되자, 과학의 중심이 ‘적응’을 위한 관찰에서, ‘개입’을 위한 실험으로 이행해 간다. 자연은 인간이 적응해야 할 복잡한 유기적有機的 전체가 아니고, 수익을 위해 이용 가능한 무기적無機的 가공 소재로 모습이 바뀐다. 인간의 욕구를 출발점으로 삼은 조작적, 기술적, 전략적, 도구적인 자연에 대한 개입이 대규모로 시작되고, 그런 자발적 행동이 생산력과 부의 확대라는 報酬에 의해 강화된다.

이리하여 산업자본주의는 ‘자발성’과 ‘조작성’으로 이루어지는 행동 유형을 비약적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Addiction의 만연을 야기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 이유는 ① 즉시 보수성에 아직 일정한 한도가 부과되어 있었던 것, 그리고 ② 사회 규범의 공동화가 진행되지 않았던 데 있다.

① 확실히 농업 생산물과 비교하면, 공업 생산물은 단시간에 많은 성과를 낸다. 그렇다고 해도 산업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사용 가치의 생산을 통해 자본을 확대한다. 화폐 증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G(화폐Geld) ― W(상품Ware) ― G’(화폐)라는 두 개의 G 사이에 W를 개재시켜야 한다. 이 W의 생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야에서 세운 계획, 기술 개발, 시장 조사, 설비 투자 등이 필요하다. 자연히 報酬의 즉시성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② 산업자본주의는 생산력 향상과 착취의 효율화를 위해, 노동자의 협업과 조직화를 필요로 했다(『자본론』 제1권 재22장 참조). 하지만 이러한 생산 양식은, 자본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노동자 자신의 자기 조직화와 연대의 능력도 향상시켜 간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자본가는 자신의 무덤을 파헤치는 사람을 키우고 있다”고 했던 것이다. 덧붙여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무엇보다도 근면과 규율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전근대의 전통 자산인 종교 규범과 사회 규범에 호소해야만 한다. 실은 산업자본주의는 자신들이 무너뜨린 농업 사회의 조직 원리 위에 성립하고 있었다. 노동자 집단을 통합하는 사회 규범은, 산업 자본가에게도 필요 불가결했다.

이 두 가지 제어 장치가, 금융자본주의의 등장으로 최종적으로 제거된다.

그렇다면 금융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산업자본주의는 G ― W ― G’라는 교환 행위를 토대로 성립되어 있었다. 각각의 교환은 시장에서 쌍방의 합의를 통해 비로소 실현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모두 등가 교환이다. 그렇다면 왜 등가 교환의 반복이 자본을 증식시킬까. 이 물음에 마르크스는 획기적인 답을 주었다. 그것은 토지와 노동력이 W 안에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봉건 사회에서는 토지도 노동력도 아직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었다. 잠재적으로 생산력을 숨기고 있는 토지와 노동력이 상품 대열에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유통 과정에서의 ‘등가 교환’이 생산 과정에서의 ‘부등가 교환’으로 변신을 이룰 수 있었다.

금융자본주의는, 이 W의 무리에 새롭게 ‘화폐’ 자체가 가담함으로써 성립한다. 상품 교환 매체였던 화폐가 derivative로 불리는 금융 파생 상품[G]이 되었다. 이리하여 G ― [G] ― G’라는 새로운 定式이 등장한다. 이것을 여기서는 금융자본주의로 부른다.
 
물론 1,000엔짜리 지폐를 1,100엔에 팔려고 해도,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 사용 가치와는 달리, 화폐에는 양적 차이 이외의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화폐에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금리가 유일하다. 그래서 화폐가 상품이 되기 위한 불가결한 조건은, ‘화폐 이동의 자유화’와 ‘금리의 자유화’다. 금리 차를 추구해 화폐가 자유롭게 국제적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화폐는 비로소 금융 파생 상품이 될 수 있다.

이 조건이 이론적으로 충족되었던 때는 브레턴우즈체제가 붕괴되었을 때였다. 국제 금융의 삼중고trilemma로 유명해진 설에 따르면 ① 환율 안정, ② 각국 금융 정책의 독립성, ③ 국제간의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라는 세 가지 조건은, 동시에는 충족시킬 수 없다. 브레턴우즈체제는 ①과 ②를 선택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달러 금본위제하에서 고정 환율제가 채택되고, 게다가 각국에는 독자의 금융 정책이 인정되고 있었다. 필연적으로 ③의 자유로운 자본 이동은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브레턴우즈체제의 해체와 함께 ①의 환율이 변동 환율에 이행했다. 이에 따라 ③의 자본 이동의 자유화를 해금하는 조건이 갖추어졌다. 실제로 그것은 1980년이 되어 현실화된다. 1980년, 일본에서는 외국환관리법이 개정되어, 대외 거래를 원칙적 자유로 하는 법체계로 개정되었다. 같은 해에 미국에서는 금리 자유화가 실시되었다.

1980년, 예금 금융기관 규제 완화․통화관리법DIDMCA은, 은행 예금 이율의 최고 한도를 정하고 있었던 FRB 규정, 이른바 Regulation Q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1983년에는, 이미 정기성 예금 금리의 자유화가 달성되었다.

브레턴우즈체제하에서는 환율의 절하와 절상은 무역 수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자본 이동이 자유화되자, 환율은 무역 수지보다도, 금리 쪽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저금리의 경상 수지 흑자 국가(일본)에서 고금리의 경상 수지 적자 국가(미국)로 자본이 이동하자, 경상 수지 적자 국가의 통화가 상승하고, 흑자 국가의 통화가 하락한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양국의 무역 불균형이 확대되도록 작용한다. 이른바 환율에 파티시페이팅 선물환Participating Forward(선물환을 거래할 때, 만기 환율이 미리 정해 놓은 최저한도를 넘어서면 참가율만큼 환율에 적용하는 선물환 - 역주)이 관여해 버린다. 게다가 현재의 외환 거래는 90% 이상이 자본 이동 관련 거래다. 환율은 투기 대상으로 변하고, 국제 수지의 균형화 기능을 잃어 간다.

강한 퍼타사페이팅 선물환이 관여하는 것은 환율만이 아니다. 환율이 끊임없이 변동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직접 투자를 행하는 기업이어도 금융 파생 상품을 이용해 리스크 헤지를 해야만 한다. 구체적으로는 3개월 뒤의 환율과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어느 정도 될까 미리 설정하고, 보증료를 내고 변동 리스크를 헤지해야 한다. 계약 자체로서는 현명한 선물 거래지만, 이 계약 자체가 다시 금융 파생 상품으로 상품화되어, 투기 대상이 된다. 금융 불안정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실물 경제 부분이, 하필이면, 그 불안정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금융 경제 부문에, 끊임없이 보증료 지급을 강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성립된 금융자본주의는 ‘즉시 報酬性’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1980년의 자본 자유화는, 일본의 자금을 순식간에 미국으로 이동시키고, 달러화 강세에 박차를 가했다. 많은 미국 기업이 달러화 강세를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이전했지만, 5년 뒤 플라자 합의로 달러화 강세가 반전되어도 해외로 이전한 공장은 간단하게 모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1995년 엔화 강세로 비명을 지르고 해외 진출을 결정한 일본 기업도, 아시아 통화 위기 전후에 다시 엔화 약세가 되어도, 본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산업 자본은 금융 자본 보다도 훨씬 큰 마찰 계수에 의해 현실에 붙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 자본의 직접 투자는 어디까지 ‘장기적 報酬’ 전망에 입각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익을 얻기 위한 상품이 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에 비하면, 펀드매니저들은 순식간에 투자 대상을 변경할 수 있다. 위험해지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해, 시장과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린다. 그래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실물 경제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기업은 투자 대상국의 정치 문화,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 부패 지수, 근로자 윤리 등, 다양한 조건을 조사하고, 끈기 있는 교섭을 통해 투자를 위한 정지 작업을 한다. 공장을 철수할 때에도, 종업원의 생활 보장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합의에 이르기까지 금융 투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품과 시간이 든다.

게다가 금융 플레이어들은, 설령 조직의 일원이라 해도, 컴퓨터 화면을 상대로 순식간에 자기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허용되고, 또 요구되고 있다. 이 인터넷 공간에는 경쟁 원리 이외의 전통적 사회 규범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산업자본주의가 필요로 해 온 조직적인 협업도 없고, 노동자의 연대도 없다. 의견 교환과 논의를 위해 시간을 낼 여유 따위는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금융 시장은, 24시간 가동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시장이며, 열병에 걸린 듯한 몽유병자인 코카인 상습자의 사고와 행동의 틀에 딱 들어맞는다.”고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쓰고 있다. 이리하여 금융 분야는 즉시적 報酬를 추구하는 Addiction적 행동의 낙원으로 화한다. 단편화하고, 과대화된 독불장군들은 사회 규범에서 해방된 인터넷 공간을 제 것인 양 활보하고, 도처에 파티시페이팅 선물환이 관여하는 불균형 확대 프로세스를 만들어 간다. 이 조작 행동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자금액은, 이제는 실물 경제 규모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1980년대에는 아직 실물 경제와 같은 규모였던 금융 경제는, 이제는 실물 경제의 4배 가까이로 확대되고 있다. 이 변동에 끊임없이 농락당하는 제조업은, 이제는 안정적으로 가족, 지역, 조합, 회사와 같은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분노야말로, 저 ‘러스트 벨트’의 ‘잊힌 사람들’이 트럼프에 한 표를 던졌던 이유였다.

■ Addiction과 금융자본주의의 공동 의존성Co-dependency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 조지프 슘페터, 로자 룩셈부르크와 같은 뛰어난 지식인들은, 각자 다른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고찰해 왔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그들 전원이 공유했던 게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는 어쨌든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인간의 욕망에도, 자원에도, 정복 가능한 토지에도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화 되지 않은 나라도 이윽고 자본주의에 편입된다. 풍요로움을 향한 욕구도, 식욕과 마찬가지로 충족되면 될수록 감퇴해 갈 것이다. 생명과 환경에는, 전체로서 negative feedback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윽고 자본에도, 이 이상 확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균형 상태가 틀림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에게 죽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공통 인식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이 궁극의 고뇌를 해결하는 비책은 단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인류를 파티시페이팅 선물환이 관여하는 Addiction 상태에 놓아두는 것이다. 왜냐하면 Addiction이 생기는 공간은 영원히 만족감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자본도 또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욕망을 충족시키는 행위가 욕망을 줄이도록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자본은 이윽고 수익의 한계에 도달한다. 그 때문에, 욕망을 충족시키는 행위가 욕망을 더욱 비대화시키는 분야야말로, 자본에게 천 년 왕국이 된다. 일단 Addiction에 빠지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그 행위를 개시하고, 스스로 그만두는 일은 결코 없다. 이것이 현재, 성장의 한계를 의식하는 자본이 파티시페이팅 선물환이 관여하기 쉬운 ‘군수 산업’과 ‘카지노 유치’에 함빡 빠지는 진짜 이유다. 금융자본주의는 Addiction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또한 Addiction의 방아쇠가 되는 즉시 보수성은 금융자본주의를 필요로 한다. 예전에는 사회 조직이 상호 가로막고 있던 ‘개인의 병리 현상’과 ‘경제 시스템’이, 중간 조직과 그 규범 체계를 공동화함으로써 직접 손을 잡고, 이른바 공동 의존 상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Addiction은, 인간의 인지 기능을 주된 무대로 삼아 전개되어 갈 것이다. 세계 보건 기구의 국제 질병 분류가 Addiction적 행동 장애로 처음 정식으로 인정한 것은 ‘도박 장애’와 ‘게임 장애’였다. 성과 끼니 같은 기본 욕구와는 달리, 인지 기능에는 미리 정해진 한계가 없고, 게다가 파티시페이팅 선물환이 관여하기 쉽다. 식욕에는 자연스러운 한계가 있어도 지식욕에는 자연스러운 한계가 없다. 현실의 토지와 부동산은 유한해도, 인터넷상의 3차원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 펼쳐지는 토지는 무한하다. 거기에는 자신이 짜 넣지 않는 한, 경재 상대가 되는 식민자植民者도 저항하는 선주민도 없다. 이 인지 공간을 이용한 Addiction 행동은, 자본의 성장을 위한 최후의 낙원이 될 것이다.
 
Addiction의 기초에는 능동적 학습 알고리즘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것은 동시에 과학, 기술, 예술을 낳는 조작 학습의 병아리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귀중한 병아리가 병적인 행동 장애로 발전하는 일이 없도록, 인격 구조에도, 사회 규범에도, Addiction의 억제망이 온통 겹겹이 둘러쳐져 왔다. “자신이야말로 현실을 작동시키고, 조작하는 첫째 원인이며, 중심점이다.” 조작 학습에 성공한 주체는, 그런 자기 과신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모든 사회는, 이러한 자기중심성을 타자와의 상호 행위 속에 다시 메우며, 이른바 사회 구성원의 세계상을 ‘탈중심화’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내 왔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이제는 급속하게 터지고 있다. 하루 10시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 먹거나, 계속 마시고, 성행위나 운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하루 10시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SNS에서 떨어질 수 없는 사람은, 수없이 존재한다. 아직 철이 들까 말까한 어린이들에게, 얌전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스마트폰을 주는데 따른 위험성은, 아직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있다.

미성숙한 어린이라 해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사회 규범의 망을 가뿐히 빠져나가서, Addiction의 해방구로 도망쳐 들어갈 수 있다. 거기에는 가짜 정보를 구사하면서 주목을 끌기 위해 서로 쟁탈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도 설치고 있는가 하면, 적과 우군을 단순히 둘로 나누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매도하고, 냉소하고, 때로는 협박과 폭력으로 침묵시키는 권위주의적 리더들도 활보하고 있다.

이대로 금융자본주의와 Addiction의 공동 의존 상태를 방치하고, 경제 사회 전체가  Addiction적인 행동 장애에 운명을 맡기고 가면, 땀 흘려 일하고, 불안정한 날씨에 우왕좌왕하면서 농사를 짓고, 긴 시간을 들여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는 사람들이 바보로 보이는 불건전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도 그런 사람들은 부조리할 정도의 과잉 노동과 저임금을 감수하고 있다. 그런 현실이 지겹고 싫증이 나서, 젊은이가 금융자본주의의 콩고물이라도 얻을까 해도, 거기에는 승자보다도 훨씬 많은 패자를 낳는 생존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그 경쟁에서 탈락해, 비정규직 상태로 점점 더 불안에 떠는 고립된 무리는, 다시 스마트폰 깊숙이 숨는 Addiction의 해방구로 도피해, 즉시적 報酬로 쾌락과 해방감을 추구할 것이다. 그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러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금은 전체 근로자의 40%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점차 현실의 복잡함을 견디는 능력을 사람들로부터 빼앗아 간다. 힘든 토의와 합의의 축적, 민주적 절차가 지닌 번잡함,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논의와 교섭의 복잡함,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필요로 하는 긴 시간과 인내. 이것들은 모두, Addiction적인 행동 유형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누구의 눈에도 명확한 양극화 사회를 마주하고도 오히려, 사회민주주의가 우파 포퓰리즘에 패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 책임을 묻기 전에, 이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거기에 제동을 걸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제시할 수 없는 한, 그 패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세카이』, 202410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