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난해한 질문에 답하기 2 - ②
American Strongman, 트럼피즘Trumpism의 역사적 계보

(WWW.SURPRISE.OR.KR / 김종익 / 2024-11-19)

가네코 아유무兼子步
메이지대학 경제학부 교수. 미국 사회문화사, 젠더 섹슈얼리티 연구.
『‘증오’에 맞서는 미국사』 등의 저서가 있다.

■ 백인 남성 노동자는 냉대당하고 있을까?
 
최근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 계급의 남성들은 다음과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백인 남성노동자들은 근면하게 일하고 가족을 부양해 왔지만, 1970년대 이후에 현저해진 미국 경제의 탈공업화에 따라 안정된 고임금을 벌 수 있는 블루컬러 직장이 도시에서 사라져가서(러스트벨트화), 경제적 지위를 상실해 갔다. 그런 한편으로, 여성과 흑인, LGBTQ는, 1960~1970년대의 공민권 개혁 결과, 연방 정부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근면한 백인 남성을 방치하는 연방 정부와 엘리트에 대한 분노를 수렴한 인물이 트럼프였다, 고. 그 분노의 전제는, 백인 남성은 능력에 기반을 둔 공정한 평가로 채용되어 왔지만, 능력으로는 채용될 수 없는 여성이나 흑인이 적극적 차별 철폐 조처affirmative action 같은 연방 정부의 비호로 직업을 얻어, 자신들이 부당하게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는 이런 인식을, 산을 기슭에서부터 한 걸음씩 자력으로 오르려고 할 때에 자신 앞에 새치기하는 패거리, 라는 비유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보아 정당한 것일까?

많은 백인 남성 노동자가 나태․무능했던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에 그들이 근면하게 일하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자의적으로 타자를 직장에서 배제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 역사는, 19세기에 산업 노동자 계급이 발흥한 이래, 백인 남성 노동자에 의한 여성․비백인 배제의 역사였다. 20세기에 들어서, 기술 혁신의 진전에 수반해 숙련 기능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서서히 여성 고용이 증가하자, 백인 남성 노동자는 육체의 강인함이야말로 업무에 필요한 능력이라고 호소하며,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숙련 직종에 부적격한 약한 존재로 여성을 배제시켰다. 또한 흑인 같은 비백인 남성은 때로는 폭력으로 배제되어, 보다 육체적으로 가혹하고 거기에 더해 낮은 대우의 일자로 내밀렸다. 그리고 많은 경우, 노동조합은 이러한 백인 남성들의 연대와 다른 존재를 배제하는 장이기도 했다. 고용주 측 또한, 백인 남성과 여성․비백인 사이의 위계질서Hierarchie에 기초를 두는 직장 구성을 추진함으로써, 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했다. 말하자면, 백인 남성 노동자가 산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용인 아래 산을 오르는 여성이나 비백인을 떼밀어 떨어뜨려 왔기 때문에, 그들은 산의 정상을 당연한 것처럼 ‘우리의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1964년 제정된 공민권법에서 인종과 성별에 의한 고용 차별이 금지되고, 다음 해에는 연방 정부 안에 고용 차별 시정을 위한 ‘고용기회균등위원회’가 설치되고, 이윽고 연방 정부와 계약을 맺는 사업주가 마이너리티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도록 요구받게 되자, 명시적으로 여성과 비백인을 배제하는 고용 관행은 서서히 후퇴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1981년의 레이건 정권 이후, 고용기회균등위원회는 예산과 인원이 대폭 삭감되고, 그 기능은 대폭 저하되었다.

하지만 백인 남성 노동자들은, 공민권법으로 이미 평등은 달성되었는데, 리버럴한 연방 정부의 한층 더해진 강력하고 불공정한 개입으로, 자신들의 몫인 고용을 능력이 모자라고 직장에 어울리지 않는 흑인이나 여성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직장에서 다양한 괴롭힘을 자신들의 논리 속에 정당화해 갔다.

게다가 공민권법 제정 이후도, 형식적으로는 인종․젠더 중립적인 노동 관행이, 실질적으로 블루컬러 직장을 백인 남성 중심의 세계로 계속 유지되었다. 백인 남성의 높은 대우의 블루컬러 일자리 독점 역사 그 자체가, 인맥을 통한 연수와 취직 관행에서 비백인을 압도적으로 불리하게 한다. 역사적으로 고용주도 관리직과 현장 감독이나 종업원도 백인 남성 중심이며, 친족․이웃․친구 네트워크에서 같은 백인 남성을 권유․채용․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네트워크의 힘은, 취직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직업 고등학교의 학생이 체험 학습을 신청하는 경우, 백인 남학생은 개인적으로 OB 등 업자와의 인맥이 있는 교사의 알선으로 체험 학습을 하지만, 흑인 학생은 기회를 부여받기 어려워 취직 활동 때 이력서가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되어, 흑인 학생은 학교에서 받은 훈련을 살린 숙련 직종에 취업하기 어렵다는 격차가 생긴다. 또한 근속 연수가 긴 종업원은 고용 조정 때에 우선적으로 보호받거나 상급직으로 승진할 기회가 우선적으로 제공된다는 블루컬러 직종 특유의 연공서열제seniority는, 여성과 비백인을 배제하도록 작동한다. 근속 연수 그 자체는 인종․젠더 중립인 조건으로 보이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역사적 경위에서 여성과 비백인이 백인 남성보다도 나중에 채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 정상을 ‘우리 것’으로 계속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어 왔지만, 백인 노동자를 위해 고수되어 온 블루컬러 직종 자체도, 21세기에는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과 기술 혁신에 의한 숙련 기능의 가치 희석화 및 자동화의 한층 빠른 진전으로 상실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높은 대우의 일자리에는 백인 남성이 많고, 1980년대 이후에 고학력 여성의 직장 진출에 수반해 융성한 외식 산업․가사 노동․돌봄 같은 저임금이고 불안정한 서비스 노동에는 여성과 비백인․이민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백인 노동자 계급 남성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백인 남성이라는 특권을 자각하든 못 하든 유지 재생산해 온 것, 지금도  향유하고 있는 것을 망각하고, 곤경의 원인을 ‘페미니스트’나 ‘극좌’ 활동가, 이민자,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고 그들이 믿는) 연방 정부와 리버럴 엘리트 탓으로 돌리는 것을, 트럼프가 정당화해 주는 점에 있다. 그들의 세계관 속에는, 백인 여성은 같은 직장에서 대등하게 기회를 얻고 평가받는 동료가 아니라, 백인 남성에게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존재든가, 그렇지 않으면 리버럴 엘리트와 연방 정부에게 비호를 받는 불공정한 적이다. 비백인은 보호 대상조차 아니다. 트럼프가 선동하는 그들의 기성 사회establishment를 향한 분노란, 윗사람에 대한 아랫사람의 분노가 아니다. 자신들이 눌러 온 아랫사람이 자신들과 대등한 지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분노다.

■ 트럼프가 체현하는 가치의 종말은?

트럼프의 대두는, 최근에 갑자기 미국 사회가 ‘양극화’ ‘분열’된 결과가 아니라, 트럼프 정치의 전제가 되는 가치관은 미국의 인종과 젠더에 바탕을 둔 위계질서와 배제, 폭력이라는 오랜 역사의 계보 위에 있다. 특히 백인 노동자 계급 남성의 트럼프 지지는, 긴 세월에 걸친 그들의 배제 전략, 특히 역사적인 배제와 억압과 수탈의 역사를 시정하는 1960년대 이후의 움직임을 ‘역차별’이라는 이름하에 되돌리고 싶다는 욕구에, 트럼프가 호응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오늘날 미국의 ‘분열’ ‘양극화’에 비치는 것은, 오히려 공민권․페미니즘 개혁 이전에는 정치와 직장과 미디어에서 무시당해 왔던 목소리가 서서히 반영되어 온 것과 그것에 대한 반발이다. 양극을 마치 동등하게 우려한다는 논의는, 트럼피즘의 역사적 본질을 비가시화하는 정치성을 띄고 있다.

7월에 트럼프가 총격을 당한 뒤의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이미 트럼프적인 백인 男性性의 발휘 방식이, ‘유해한’ 男性性으로 비판 대상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한 월가 점거 운동Occupy Wall Street, Black Live Matter, 2017년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 ‘여성의 행진Women’s March’, 기후 변동 대책과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가두시위 등은, 카우보이 같은 ‘男性性’을 과시하는 카리스마적 남성 지도자 밑에서 상의하달의 위계질서적 정치 구조를 구축하는 Strongmen적 리더십과 거리를 두고, 유연하고 비공식적이고 수평적 내지 다양성을 포섭한 연대를 모색하는 점에 특징이 있다.

백인 남성 노동자 처지에서도 Strongmen적 리더에 대한 지지는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목을 조르는 게 된다. 제2기 트럼프 정권하에서는 부유층 우대의 세제 개편, 안전망․공교육 축소, 노동자의 권리 보호 후퇴, 고용주 측의 신기술 도입에 따른 노동자 치환과 기능의 가치 희석화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정치사가 헤더 콕스 리처드슨Heather Cox Richardson은, 실태로서는 목축 산업의 말단 노동자이며 흑인과 멕시코계도 많았던 카우보이가 급속히 백인 남성 ‘男性性’의 아이콘으로 이상화되기 시작한 시대가, 노동 운동이 발흥해 고용주 측이 그 억압과 약체화를 열망했던 19세기 말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종과 젠더를 횡단한 노동자의 연대를, 남성 백인이라면 개인의 自助를 신봉해야 한다고 하는 논리로 부정하기 위한, 매우 정치적인 문화 운동이었다고. 분단과 배제와 폭력을 전제로 하는 카우보이 / Strongmen적인 ‘男性性’의 거부는, 21세기 백인 노동자 계급 남성에게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여는 것이기도 하다. <끝>
(『세카이』, 20241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