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라온 세월호     © 자주시보

▲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의 참담한 모습     © 자주시보

세월호를 인양한다, 한다 하다가 자꾸만 미룬 일이 하도 많이 반복되었기에 며칠 전 이제 곧 인양한다는 말도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온다 정도로 치부했다. 23일 물 위로 올라왔다는 보도가 나와서야 실감이 좀 났다.

세월호에 대해 필자의 느낌은 아무래도 한국인들과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다. 글을 쓴 수자만 보더라도 그 사건에 대해 쓴 글이 기억나는 게 1편뿐이다. 구조활동이 벌어지던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유디티(UDT) 투입을 거론한다는 게 농약 DDT라고 말한 걸 꼬집은 “새록새록 단상”의 어느 편이다. 원고를 보면서 그렇게 읽었다는데, 당시에는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실수로 봐주는 분위기였다고 기억된다. 2014년의 박근혜 이미지는 지금과 많이 달랐으니까.

그 뒤 세월호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고귀한 희생”을 운운할 때에는 표현이 참 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천안함”사건도 사망자는 “용사”들로 표현하고 부상자나 생존자들은 아무런 명칭도 붙이지 않는 괴상한 선례가 나왔으니까 필자는 머리를 둬 번 기웃거리는데 그쳤다. 그 원고도 최순실의 손을 거쳤는지 확실히 모른다만, 사고로 죽었다는 사람들을 “고귀한 희생”이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뒷날 “인신공양설”의 중요한 근거들 중 하나로 되었고 박근혜 비호감도 상승에 커다란 기여를 했으니(한국에서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단어 하나도 신중히 정확히 써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촛불집회의 인기에 반발하여 맞불집회가 열리다가 태극기집회라는 명칭이 생겨난 뒤, 그 집회 참가자들은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일단 발견하면 떼버리라고 강요했고, 두 집회가 동시에 열릴 때에는 경찰들도 촛불집회에 갔다가 태극기집회를 구경 가는 사람들에게 노란리본을 떼라고 권고했다 한다. 태극기 집회를 취재한 미국기자가 사이비종교집단의 모임 같았다 묘사했는데, 굳이 교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누군가 풍자했던 “박정희교”쯤 되겠다. 그러면 박근혜란 인물은 2대 교주 신분이고, 만약 “박근혜교”라면 초대 교주다. 교라고 보면 교주에 해당되고, 교가 아니더라도 태극기집회 주도자, 참가자들은 “박근혜 무오류”론을 열심히 강조하는 사람들이었다. 헌데 박근혜 씨가 직접 “고귀한 희생”이라고 표현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을 죽어라고 반대했으니 그거야말로 교주의 말씀을 어기는 불충배반행위가 아닌가? 글쎄 그들로서는 세월호를 과거형으로 단정짓는 게 유리하니까 세월호를 거드는 모든 행위에 불만스러웠을 테지만, 박근혜 신도들이 “고귀한 희생”이라는 “박근혜 말씀”을 어기는 언행자체는 조금이라도 논리를 배운 사람들의 비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25일 토요일에 촛불시위와 태극기집회가 동시에 열린다 한다. 지난 토요일 숨을 잠깐 돌렸던 경찰들이 또다시 긴장하게 됐다. 요즘 일부 박사모들이 박근혜 씨를 “영원한 대통령님”이라고 표현했다던데 내일 집회에도 그런 표현이 나올지 잠깐 궁금해난다. “고귀한 희생”이 “인신공양설”을 조장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영원한 대통령님”은 국제적인 웃음거리를 만들어내고 특히 선거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에서 한국에 대한 반감까지 자아내기 십상이다.

전날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 하여 “박적박”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은 박근혜의 적은 박사모란 의미가 보태져야 정확하지 않을까? 박사모와 태극기집단이 참으로 황당하지만, 이른바 보수 전반을 망신시키고 표심을 망치는 걸 구경하는 재미는 솔직히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