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4.27 정상회담...김정은 아침에 내려와 저녁 먹고 간다

2018.04.23 18:37

김정은에게 공식환영식...국군 의장대 사열할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이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 오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우리측 관할에 있는 평화의집에서 시작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유엔사 장교회의실 건물 사이를 지나올 가능성이 높다. 차량을 이용한다면 중립국감독위 회의실 등의 동쪽에 있는 공터를 지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란희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23일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3차 실무회담 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남과 북은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하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세 차례의 의전·경호·보도 관련 실무회담을 개최했고, 오늘 최종 합의를 이뤘다”며 “27일 오전에 양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으로 공식환영식, 정상회담, 환영 만찬을 진행하기로 남북정상회담 주요 일정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정상회담 세부적 일정과 양측 정상의 시간대별 구체적 동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는 북한측이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동선’은 북한내 행사에서도 일반적으로 사후에야 공개하는 극비사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부일정은 합의했다”면서도 “북측이 세부일정 조기 공개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6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세부일정을 브리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일치기’라는 시간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회담이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양 정상간 ‘환영 만찬’ 일정을 발표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문서로 만들어져 발표되는 때는 상당히 늦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

◇ 김정은, 회담장까지 어떻게 올까

평양에서 판문점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45km다. 김정은이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이동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차량 및 철도, 헬기 등이 있다.

어떤 수단을 이용하더라도 개성을 경유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북한의 평양-개성 고속도로로 올 가능성이 높은데, 약 200km 구간으로 2시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과 개성을 지나 판문역과 우리측 도라산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철도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개성역 등 북측 인근 역에서 차량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특사로 평양을 다녀온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판문점을 도보로 넘은뒤 판문점에서 개성까지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고, 이후 개성에서 평양까지 헬기를 이용해 이동했다. 김정은이 이 경로를 반대로 되짚어 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를 이용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개성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 관할인 판문각 앞을 잇는 코스는 차량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리설주 동행할 듯...문 대통령 첫인사는?

김정은은 개성을 경유하고 ‘72시간 다리’를 지나 판문점 북측 지역의 판문각 앞까지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유엔사 장교회의실 건물 사이를 지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파란색 건물들 사이에는 성인 발목 높이의 시멘트 턱으로 군사분계선이 표시돼 있다. 김정은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을 맞아 함께 평화의집까지 걸어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중립국감독위 회의실, 군사정전위 회의실, 유엔사 장교회의실 건물 남쪽에 인접한 2차선 도로를 건너면 곧바로 우리측 자유의집이 나온다. 평화의집은 중립국감독위 회의실 등이 위치한 곳보다 지대가 낮다. 이 때문에 자유의집 북동쪽 현관에서 계단을 이용해 한 층 아래로 내려와 남서쪽 현관으로 나서면, 곧바로 회담장인 평화의집이 눈에 들어온다. 군사분계선부터 평화의집까지의 거리는 약 250m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함께 여유있게 걸어도 5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김정은이 차량을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중립국감독위 회의실 등의 동쪽에 있는 공터를 지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길이다. 이 공터 위로 차량이 지나가기 위해서는 지난 19일까지 설치돼 있던 성인 무릎 높이의 나무기둥과 쇠사슬로 만들어진 울타리를 철거해야 한다. 이 경우 김정은이 탄 차량은 자유의집 동편 도로를 지나 평화의집 바로 앞까지 이동하고, 문 대통령은 평화의집 앞에서 김정은과 첫 만남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북은 김정은이 판문각 앞에 도착하는 시점부터 생중계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우리측 취재진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까지 넘어가 취재가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23일 3차 실무회담 후 “판문각 북측 구역에서부터 생중계를 포함한 남측 기자단의 취재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정은의 교통수단과 관계없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이 생중계되는 셈이다.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는지 여부는 김정은이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듭되는 취재진 질문에도 불구하고 “리설주 방남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함구했다. 하지만 양측이 만찬에 합의한 점 등을 들어 리설주 방남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리설주가 방남할 경우 정상회담 중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어떤 일정을 소화할 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인사가 무엇일지도 관심사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반갑습니다, 보고싶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정부는 생중계가 다양한 각도로 설치된 여러 카메라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정상회담 합의에 담길 내용은?

이후 진행되는 김정은에 대한 ‘공식환영식’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공식환영식을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도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국군 의장대를 사열할 가능성도 있다. 통상적으로 정상간 만남에 앞서 열리는 공식환영식에는 해당 국가의 군 의장대 사열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공식 환영식에서는 정상간 인사 교환, 양국 국가 연주, 의장대 사열, 공식 수행원과의 인사 교환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이 경우 우리 군 의장대가 북한 국가를 연주하게 될 지도 관심사다.

이후 김정은은 평화의집에 도착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문 대통령과 환담을 갖는다. 이후 평화의집 2층 회담장으로 입장해 모두발언을 하게 된다. 이 과정도 생중계된다.

이후 남북정상회담은 확대정상회담과 단독정상회담으로 나눠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둘 중 어떤 회담이 먼저 진행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확대정상회담 배석자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측에서는 문 대통령의 수행원으로 지명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중에서 확대회담 배석자가 나올 계획이다.

회담 도중 점심시간에는 평화의집 3층에서 우리측이 마련하는 오찬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리설주가 동행할 경우 오찬은 부부동반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23일 북측과 세부 일정을 모두 합의한 뒤 브리핑에서 오찬 관련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26일 (오찬 등) 세부일정은 별도 브리핑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또는 남북 정상이 오찬 시간 동안 각각 오전 회담 결과를 정리하면서 자체적으로 후속 전략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공식 면담 후 이희호 여사 및 우리측 수행원들과 오찬을 했고,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첫 회담 후 우리 대표단과 점심을 먹었다.

회담이 끝난 뒤에는 어떤 의제에서 어떤 합의사항를 이끌어냈는지가 주목된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이 어떻게 담기게 될 지, 또 회담 정례화 및 종전(終戰)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담기게 될 지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합의사항 발표 형식에 있어서 양 정상간의 공동기자회견이 가능한지도 관전 포인트다. 남북은 이미 합의사항 발표 형식에 대해 합의를 이뤘지만, 이와 관련한 발표도 오는 26일 임종석 정상회담 준비위원장 브리핑으로 미뤄둔 상태다.

김정은은 이같은 일정을 마무리한 뒤 방남할 때와 같은 경로로 북한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정은의 복귀 동선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24일 단독 리허설, 25일 남북 합동 리허설, 26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필두로한 우리측 공식수행원 6명이 모두 참석하는 최종 리허설을 차례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정은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유엔사 장교회의실 건물 사이를 지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파란색 건물들 사이에는 성인 발목 높이의 시멘트 턱으로 군사분계선이 표시돼 있다. 김정은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에는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을 맞아 함께 평화의집까지 걸어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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