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탈식민, 신식민


그들은 왜 왔을까? 우리는 아무런 문제없이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는데, 왜 왔던 것일까? 그들은 총과 칼을 들고 다른 나라 땅을 침략하여, 그곳의 자원과 인력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종속시키고, 그리하여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그런 다음 자국의 언어를 강요하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일방적으로 불평등 협정을 맺도록 했다. 자신들의 전쟁에 식민지 남성을 전쟁터와 작업장으로 보냈고, 여성을 성적 노예로 삼았다. 우리는 잘 살고 있었는데. p3

시간이 흘렀어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침략은 정당한 ‘문명화’작업이었고, 약탈은 정당한 ‘근대화’작업이었다고 주장하며 역사를 왜곡한다.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난다. 이렇듯 식민주의는 열등감과 불평등 및 역사의 왜곡을 낳으며,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비극을 초래했다. 이런 식민주의를 비판적 시선으로 읽어내려는 ‘대응담론’이 바로 탈식민주의이다.p4

식민(植民)이란 지배국이 식민지에 자국민을 옮겨 심는다는 뜻이다. 식민주의란 힘이 센 나라가 무력으로 자신보다 약한 나라의 땅을 침략하여 정복하고, 그곳의 물적·인적 자원을 약탈하며, 자국민을 이주시켜 지배하고 통치하는 행위 및 이념을 일컫는다. 다름 아닌 약육강식을 근간으로 삼는 차별적 이데올로기이다. 식민주의는 자국민에게 승리의 영광을 가져다주지만, 식민지인들에게는 패배의 굴욕을 안겨준다. p4

식민지배가 불평등과 야만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면, 탈식민주의는 식민지배에 맞선 저항의 몸짓이다. 식민지배자는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시켜줄 거울, 즉 타자(식민지인들을 포함)를 필요로 한다. 일본인은 조선인을 타자로 설정했다. 식민지배자는 타자화 작업을 통해 자신들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결속을 다지며, 타자의 지배를 정당화한다. 타자는 다름 아닌 희생자들, 유색인들, 식민지인들이다. p6

탈식민주의의 ‘탈(post)’이란 접두어는 ‘~이후에 오는(coming after)’것이란 시간적 의미와 함께 ‘~를 넘어서는(going beyond)’극복이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전자의 경우에는 식민주의 유산의 지속성을, 후자의 경우에는 식민주의의 유산에서 벗어남을 각각 강조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신식민주의, 후자의 경우에는 탈식민주의로 서로 다르게 번역된다.p7

‘탈’이란 접두어는 예속상태에서 벗어남, 즉 주권수립과 해방,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의식의 ᄐᆞᆯ 식민화를 의미한다. 해방, 광복, 독립이란 단어는 억압, 어둠, 예속의 상태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외형적 독립과 국가건설만으로 식민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형태로 신식민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국적 자본주의는 더 이상 국가(경계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오직 하나의 국가(예를 들면 미국이란 거대 자본국가)만이 존재하고, 다른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은 미국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구조호 되어 있다. p8

식민지(인)입장에서 지배권력에 맞선 저항은 중요한 전략이다. 식민지배자는 식민지인의 욕망과 저항을 위험한 것으로 보고 이를 항상 통제하고 단죄하려 한다. 질들뢰즈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것은 일종의 ‘코드화’혹은 ‘영토화’이다. 들뢰즈에게는 지배권력에서 벗어나려는 개개인의 특유의 분열적인 흐름을 ‘탈코드화’혹은‘탈영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탈주(선긋기)의 흐름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베커니즘을 ‘재코드화’혹은‘재영토화’라 부른다. 예를 들면, 파시즘과 자본주의는 개개인의 욕망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탈주욕망의 지속적 생성(과정)이 창조적이며 전복적인 삶을 지속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p9

‘제국주의(Imperialism)’는 식민주의보다 상위 개념이다. ‘식민주의(Colonialism)’란 하나의 민족 집단이 새로운 지역(식민지)에 정착하는 데 관심을 둔다. 제국주의는 힘이 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하는 체제 및 욕망을 아우르는 말이다. 영토 확장 및 이권 챙기기가 제국주의의 주된 목적이다. p9

제국주의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경제적, 군사적 면에서 합법적으로 통치하는 것을 지지하는 이데올로기적 개념”이다. 두 개념 사이의 큰 차이는 제국주의가 정착과 식민의 문제에 관심을 주지 않고 “정치적, 법적, 군사적, 통치의 보호하에서 이루어지는 무역과 상업의 확장과 팽창”으로 정의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음,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데니스저드는 “이득을 챙기는 상업, 약탈과 부의 축적에 대한 욕망이 제국의 구조를 확립하는 데 주된 힘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돈, 권력, 식민지 장악 욕망과 실행이 인류의 양심을 더럽혔다.
서양의 식민지배를 가능케 한 여러 요인들 중 기술(과학)의 진보와 우위를 무시할 수 없다. 15세기 말 이후에 유럽이 주요 해상로를 확보하고 세계지배를 할 수 있었던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15세기 범선 카라멜호의 개발 덕택에 서양 역사의 중심무대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17세기에는 이동이 용이하고 무게가 가벼운 대로(regementstyken)가 개발되었다. 바람을 이용하는 범선과 이동용 대포의 결합으로 본격적인 식민지 확보가 가능해졌다.
흔히 본격저그인 제국주의 형성기를 19세기 후반으로 보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에 의한 세계 정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1876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대륙의 10%만이 서양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p10

제국주의가 본격화도니 원인을 유럽에서 먼 곳과 접근이 어려운 곳에 근접할 수 있는 기술역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p11

사마르 아민Asmir Amin은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과 다중’론을 “미국식 자유주의에 순종하는 패배담론”으로 본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중요한 비판의 근거를 알아보자. 첫째, ‘제국’을 국경 없이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세계 지배로 보고(이럴 경우 미국은 식민주의 제국을 구축하려는 열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 된다), 국경의 확장을 의미하는 ‘제국주의’와 구분하는 것은 잘못 된 가정이라고 비판한다. 둘째, 제국(주의)에 맞서 민주적·대중적·국가적 블록을 형성해야 하는데, 이것은 나라마다 다른 구체적 여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막연한 ‘다중’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가정이라고 비판한다. p12

백인 식민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만들어 유포시키고 역사를 기록한다. 지식이 보편적 진리로 둔갑하여 권력을 행사한다. 식민주의자들은 노예거래는 은폐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공적을 미화하는 기념비를 세우는 위선자들이다. 문명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이런 행위를 ‘기념비의 정치학(politics of monument)’이라고 부른다. “문명의 기록이 곧 야만의 기록”이라는 그의 비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p18

백인 식민지배자들이 철수한 공백을 채우는 것이 아프리카의 독재자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과거 식민 상황이 독재상황으로 치환되었을 뿐이다. p19

일제의 조선 지배권 획득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이루어졌다. 밀약의 핵심 내용은 일본이 미국의 필리핀 독점 지배를 인정하는 대신 미국이 일본에게 조선의 지배권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약소국들을 나누어 갖기 위한 공모가 이루어졌다. 주권 국가가 속국이 되는 것은 굴욕이고 비극이다. p19

“억압 된 역사의 존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작가”가 우리 문학계에도 등장하길 기대해본다.p20

일본의 제국주의 실행은 좀 복잡하다. 일본은 유럽식(영국과 프랑스)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변용을 했다. 일본은 스스로를 ‘동아시아의 영국’으로 상정하고 영국식을 모방했다. 이른바 ‘탈아입구론’은 19세기 말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후쿠자와 유키치의 주장이었다. 일본은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보편적인 방식으로 인식했다. p23

그런데 일본이 직면한 고민이 있었다. 자신들과 아시아인들 사이에 피부색과 문명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일본인은 하얀 피부의 유럽인이 아니었고, 한국과 중국은 ‘미개한’아프리카가 아니었다. 일본은 자신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차이가 없고, 분리 또한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여 자신의 우월성과 제국 건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고심했다. 한가지 방법은 조선의 후진성을 부각시키고, 문명화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조선인 개조, 조선의 제도와 관습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했다. 총독부는 ‘좋은’정부였고, 철도 부설은 ‘근대화의 길’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유포시켰다. 이와 더불어서 인종적으로 유사한 조선인을 종속시킬 또 다른 논리를 동화정책에서 찾았다.
그런데 일본식 동화정책은 프랑스식과는 사뭇 달랐다. 일본식은 천황의 통치 하에 있는 사람들(비록 서로 다른 민족이라 할지라도)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여, 천황을 섬기는 하나의 민족과 국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른바 ‘황국신민론’과 ‘대동아공영권’은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일본은 아시아의 맹주가 되길 열망했다.
문제는 프랑스식 만인평등 사상의 실행이 아닌 천황을 중심으로 하나의 통합체제를 만들려는 데 있었다. 이를 원활하게하기 위해 일본은 조선어를 말살하고 창씨개명을 요구했으며, 대한제국의 신문과 잡지를 강제로 페간 시켰고, 민족주의와 민족자결이라는 반항의 불씨를 꺼야 한다고 생각했다.p24

일본식 동화정책은 박애주의와 인도주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았다. 황민화 정책은 선함과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는 기독교와도 달랐다. 지금의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융합, 평등, 자비, 정의란 말은 공허한 수사학에 불과했다. 일본의 제국주의에는 문명화에 대한 사명, 이타적 태도, 윤리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p25


타자화 전략
식민지배자들은 자신들의 권위와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늘 ‘열등한’ 타자를 필요로 한다. 동일자의 반대개념인 ‘타자(the Other)’는 자신들과 다른 속성을 지닌 부류, 계층 및 인종을 일컫는다. 왜 백인이 타자(유색인)를 필요로 하는가, 자신의 인종적·문화적·도덕적·지적·기술적 우월성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한다. 우월감을 확보함으로써 타자의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데 된다.
서구의 시각에서 동양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즉 ‘서구의 눈(시각) 아래’ 놓인 동양 혹은 비서구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허구적인 관념의 덩어리에 불과하다. p29

‘재현(representation)’이란 대상, 사람, 현상 간에 의기가 생산되고 교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사물을 상징하거나 재현하는 데 언어, 기호, 이미지가 사용된다. 재현은 타자에 대한 상투적이며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곧 ‘정형화(stereptype)’ 작업 혹은 고정관념 만들기이다. 예를 들면 동양은 이국적이며, 동양여성은 신비롭고 관능적이고, 동양남성은 열등하다는 식으로 고정관념을 생산한다. 그런 다음 지배자는 이런 고정된 이미지를 널리 유포시키고 허위 지식을 생산함으로써 권력을 획득한다. 지식과 권력의 담합에 의해 타자에 대한 지배가 가능해진다. 오리엔탈리즘은 다름 아닌 제국 경영을 합리화하며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정형화 작어브이 기본 원리는 ‘분리와 배제 그리고 봉쇄’라 할 수 있다. 정형화 작업은 두 문화�i 사이의 힘이 심한 불균형을 이룰 때 발생한다. 권력은 정복과 약탈이란 직접적인 방식 이외에 인종차별, 오리엔탈리즘, 정형화 작업 등의 간점적인 방식을 통해서도 생산된다. 정신의 탈식민화를 위해서는 정형화의 부당성을 간파하고 이에 포섭당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식민통치, 넓은 의미에서 모든 권력행사를 위해서 지배자는 구분, 구획, 분류, 명명(naming)의 방식에 의존한다. 백인이 원주민을 위한 인간, 짐승, 식인종 등으로 구분하여 명명하는 것,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이 아프리카를 일방적·편의적으로 분할 한 것 자체가 권력행사이다.p31

명명화 작업 혹은 기준 설정 행위 자체가 식민지배자의 우월성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행위이다. 왜 아메리카를 ‘신대륙’이라 부르고, 한국을 ‘극동’이라 부르는가. 명명하는 쪽에서 기준 혹은 표준을 갖고 분류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신대륙은 구대륙 못지않게 오래된 곳이었음이 분명한데도 생뚱맞게 ‘신’대륙으로 정의된다. 1942년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이를 ‘인도’라고 우겼고, 그곳에 사는 원주민을 아메리칸 ‘인디언’으로 명명했다. p32

알퀴세르가 말하는 호명(interpolation)이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개개인이 부름을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수행하는 경찰관이 지나가는 개인을 부르는 것이 호명이다. 호명을 당한 개인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제국주의란 어느 시대나 사회에 통용되는 보편타당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특정 사회에서 헤게모니를 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시적인 가치체계를 말한다. 공산주의와 반공주의는 유통기간이 지난 이념이다. 정형화와 타자화 및 이데올로기의 호명 방식에 의한 권력의 작동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35

지배담론과 저항담론
식민주의는 지배담론이요, 탈식민주의는 이에 맞선 저항담론이다. 이 두 담론은 늘 긴장과 대립의 관계 속에 놓여 있다. ‘담론(discourse)’이란 “지배그룹이 피지배그룹에 특정 지식, 규율, 가치를 강요함으로써 진리의 장을 구성하는 체계”이다. 즉, 담론은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를 드러내는 ‘진술체계(a system of statements)’이다. 식민담론이란 식민지와 식민지인에 고나한 진술체계인데 이런 담론을 통해 식민지배자와 피식민지인 모두는 자신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식민담론은 자민족 우월주의에 입각한 일방적 담론으로서 위계질서와 우열,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 말하자면 차별과 배척의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p38

저항담론은 ‘역담론 혹은 대응담론(counter-discourse)’으로 불리는데, 이것은 식밈지배자의 권위와 명령을 거부하고, 자치권과 독립 쟁취를 목표로 삼는다. 이런 반식민투쟁 혹은 저항을 가능케 하는 추동력은 민족주의였다. p39

영문학의 정전에 해당하는 작품들(고전들)을 식민지인의 입장에서 다시 쓰는 이른바 ‘되받아 쓰기(Writing Back)’도 지배자의 언술행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p39

탈식민 이론가들
푸코는 서구의 계몽기획이 개개인의 이성적 능력의 확대와 자율설을 증대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입증했다. 일례로 원형감옥은 중앙 탑에서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합리적인 장치이나, 이런 감시 체제 내에서 감시자와 죄인 모두가 관료조직의 부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푸코의 작업은 ‘권력이 개개인들의 행위를 지배함으로써 그들을 종속시키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요양될 수 있다. 그는 권력의 속성보다 권력이 생기는 방식에 주목한다. p50
그는 권력이 수직적인 속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중심이 없는 밑으로부터 다양한 지점에서 생긴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이런 권력에 맞서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았다.
푸코가 비판을 받는 지점은 바로 개개인의 저항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데 있다. 주체의 역동성과 저항성의 부재가 문제가 된다. ‘담론(discourse)’은 푸코가 특별히 고안해낸 용어로 전통적으로 말하기(talk), 말하는 행위(the act of speaking), 담화(conversation)의 의미로 통용되었지만, 푸코는 ‘discourse’란 용어의 사용을 고집한다. 푸코가 염두에 둔 담론이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 특정한 지식과 규울을 강요함으로써 ‘진리’의 장을 구성하는 언술체계(말하기와 글쓰기를 포함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노동계층이 비위생적이고 게으르며, 식민지인이 열등하다는 언술은 지배 이데올로기가 자의적·일방적으로 만들어 낸 하나의 담론이다. 광인과 죄수가 감시와 처벌과 교화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 체계도 지배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된 하나의 담론이다.
이처럼 담론은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드러나는 세상의 모습이 일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데 있다. 어떤 언술은 허용되고, 다른 언술은 허용되지 않는다. 분류, 배분, 순서를 정해서 만들어진 언술체계는 개개인을 통제하고, 지배하고, 순응시키는 데 동원된다. 국가권력은 종주국으로 치환될 수 있고, 권력담론은 식민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푸코의 권력담론은 탈식민주의에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고 보인다. p52

1791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벤담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원형감옥 판옵티콤Panopticon을 설계했다. Panopticon이란 단어는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의 합성어로, 번역을 하면 ‘모두 다 본다’는 뜻이다. 이 감옥은 중앙의 원형공간에 높은 감시탑을 세우고, 중앙 감시탑 바깥의 둘레를 따라 죄수들의 방이 배치되도록 설계되었다. 감시탑은 늘 어둡게 하고 죄수의 방은 밝게 함으로써 감시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죄수들이 전혀 할 수 없도록 고안되어 있다. 죄수들은 자신들이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미며 결국 ‘훈육적 권력(disciplinary power)’에 순응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권력은 억압적일 뿐 아니라 생산적이다.
그러나 이 원형감옥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75년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가 그의 저서『감시와 처벌(1975)』에서 판옵티콘(자동으로 작동하는 감옥)의 감시체계 원리가 사회 전반으로 파고들어 규범사회의 기본 원리인 ‘판옵티시즘panopticism’으로 바뀌었음을 지적하면서 새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오늘날 국가는 CCTV, 지문 날인제도, 전자주민카드 및 전자 등서등을 통해 개개인을 미시적으로 감시한다. 푸코는 권력이 우리의 몸의 구석구석을 미시적으로 지배한다는 점에서 ‘생체권력(bio-power)’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푸코가 시대를 앞서 이런 우려할 만한 현실을 예견했다는 생각이 든다.p52
푸코와 사이드의 공통된 인식 및 상관성을 살펴보자. 식민지배자는 피식민지인을 감시 , 훈육, 통제, 처벌함으로써 자신의 명령과 권위에 순응시키려 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식민지인의 후진성과 야만성을 부각시킨다. 이런 ‘정형화하기’는 일방적·배타적·선별적·자의적으로 식민담론을 구성한다. 푸코와 사이드가 이분법적 구분에 토대를 둔 서구의 합리성이 초래하는 폐해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원형감옥 내의 감시체계의 원리와 제국주의자의 감시 및 지배체계 사이의 상관성을 짚어보자. 원형감옥 내에서 감시자(식민지배자)는 유리한 조망권(특권과 힘)을 갖는다. 전후좌우, 사방팔방 모든 각도에서 죄수들을 관찰하고 감시한다. p53
유리한 위치에서 죄수들(식미지인들)의 모든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바라보고 있다고 그들이 생각하게끔 마드는 것)은 감시자에게 권역을 부여한다. ‘감시(surveillance)’란 자동적으로 개개인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감시자의 시선은 곧 ‘식민지배자의 응시’가 된다.
사이들의 특징은 바로 저항정신(‘논 세르비안 Non Seviam:어느 누구도 섬기지 않음)이었다.라 했다.(사이드『권력과 지성인』p26). 실제로 그는 이스라엘의 지배하에 놓인 팔레스타인들의 자치권 쟁취를 위해 투쟁했고, 이들의 민중봉기(intigfata)를 지지했으며,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문학 연구에서 사이드는 두 가지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나는 주체적·비판적 입장에서 영문학 작품을 읽어내야 하는 필요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텍스트 밖의 세속적 현실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필요성이다.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고 했던 보기 드문 사람이었던 사이드. p54

파농의 핵심적 사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억압당한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일깨우고,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창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자신의 검은 피부를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등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p55
둘째, 식민지 이념과 교육은 거짓이다. 특히, 식민지의 동화정책과 모국신화는 식민지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려 이들을 순응시키려는 전략이다.
셋째, 식민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력사용이 정당화 도리 수 있다. p56

파농에게는 알제리의 독립 쟁취가, 그리고 사이드에게는 파레스타인의 자치권과 독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지만 인도가 이미 독입을 쟁취했기에 바바에게는 실천의 장이 없었다.
바바는 ‘정치적 해방’에 열광하지 않는다. 이 점이 그의 한계일 수 있다. 테리 이글턴도 지적하듯이, 바바는 정치적 해방, 경제적 약탈, 정의 실현 등에 대해 고민하고 언급하기보다는 문화적 차이에 대해 언급하길 선호한다. (...) 그의 대표 저서인『문화의 위치(1994)』는 인종, 반식민, 저항, 문명화 사명, 민족주의 등 식민주의 전반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글모음이다. 그가 자신의 관점을 서술하는 ‘취치설정(positionin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첫째, 양가성(ambivalence)’의 개념을 살펴보자. 바바는 백인 식민지배자는 피식민지인 앞에서 지배욕망과 더불어 두려움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p57
이런 불안은 백인의 정체성이 분열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이를 근거로 바바는 백인 정체성이 안정되고 견고하다는 파농과 사이드의 견해를 부정한다. 이는 바바의 통찰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둘째, ‘잡종성(hybridity)’의 개념으로 옮겨가 보자. 식민지인의 문화적 정체성은 백지상태가 아닌 얼룩진 상처 위에 수축된다. 다시 말해 식민지의 역사 기록이란 ‘거듭 쓴 양피지(palimpsest)’와 같다. 이는 종이가 없던 시절 양피지에 썼던 글을 지우고 다시 써서 책을 만들던 고대의 글쓰기 방식을 의미한다. 지배자는 피지배자에게 “나를 따르라. 그러나 비슷해야만 하고, 완전히 똑같아서는 안 된다”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종주국은 식민국을 지배하기 위해 피식민지인들이 종주국민을 모방하도록 요구하면서도 차별화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우�세봉� 인식시켜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따라하기와 구별짓기하는 양가적 욕망이 작동함으로써 피지배자는 ‘잡종’이 된다. 양가성과 잡종성의 개념을 사요오하여 토우일성, 순수성 및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려 한다.
바바가 강조하는 것은, 자아와 타자, 주인과 하인, 자국문화와 타문화의 구분이 아니라, ‘경계선상(borderline)’ 혹은 ‘사이속(in-between)’공간이다. 이런 시각은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 제3의 공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p58
식민 담론이 인종적 순수성에 천착하여 인종차별주의를 정당화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바바의 양가성과 잡종성 이론은 어느 정도 반식민저항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해방, 정의, 자유 등과 같은 전통적 가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셋째, 바바는 식민지인의 ‘흉내내기(mimicry)’가 저항 혹은 전복의 가능성을 지닌다고 본다. 파농은 『검은 피부 하얀 가면(1952)』에서, 백인을 모방하려는 흑인의 심리는 ‘하양 가면을 쓰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당화하여는 행위’로 간주한다(p100) 반면에 바바는 흉내내기 속에 저항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요컨대 바바는 흉내 내기를 통해 지배자의 권위를 위협하고 견고한 믿음을 뒤흔들 수 있다고 본다. 지배자는 자신들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폭동과 반란을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늘 불안해한다. 바바는 이런 흉내 내기라는 상징적 저항이 제국주의의 견고함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p59

바바는 한 민족 혹은 국가의 정체성과 문화가 항상 변화하며 잡종의 상태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이런 잡종의 상태를 긴장과 양가성이 존재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파악한다. 바바가 주목하는 분열성, 불안정성, 미결정성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요 속성에 해당된다. 바바는 탈식민성을 신식민성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신식민주의 체제하에서 반식민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반식민 이론은 ‘한계 지워진 저항’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p60

가야트리 스피박은 영국 제국주의와 인도 가부장제하에서 이중으로 억압당하는 인도여성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주목한다. 그녀가 지향하는 목표는 하위주체를 억압과 예속상태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으로, 하위주체를 위해 이들을 재현하거나 묘사하는 대신에, 이들에게 ‘말을 걸어’스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략을 택한다. p60

그녀의 논점은 전 지구적 차별과 억압의 구조하에 있는 하위주체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들에게 ‘말을 거는’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p62

자본주의 구조 속에 포획도니 동시에 그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스피박은 하위주체가 처한 위치와 이들에게 강요된 침묵의 문제를 따져든다. p65

윤리적 개별성
그녀는 제도적 장치를 넘어 도우로티와 ‘내밀한 만남’을 갖길 요구한다. 개인과 개인의 만남에서 책임과 의무에 바탕을 둔 윤리성이 확립되길 주문하다. 스피박은 이를 ‘윤리적 개별성(ethical singularity)’이라 부른다. 이 용어는 전 지구화 구조 속에서 희생도리 수밖에 없는 것(존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윤리적 관계의 정립을 요구하는 스피박의 논리를 쉽게 설명하는 글을 인용해보다.
“사랑이란 바로 노력이다. 그것은 매우 세세하게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며, 양족의 마음이 변하는 것이고, 순간적으로 나마 실천될 수 있는 윤리적 개별성의 실현 가능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집단적 노력이 법, 생산관계, 교육체계, 그리고 의료체계를 바꾸게 될 것이다(중략) 윤리적 개별성이란 비밀스런 만남이라고 불릴 수 있다. 이것은 양쪽으로부터 반응이 있는 경우에 가능해진다.(spivak, A Critique of Postcolonial Reason, pp. 383-384)” p65

윤리적 개별성을 확립하는 방법으로 스피박은 문학읽기를 강조한다. 문학읽기는 현실개입과는 다소 동떨어진 전략이다.p66

스피박의 장점은 해체 전략을 통해 본질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런 전력은 급진적이거나 저항적이지 못하다. 스피박과 의견 차이를 보이는 구하Ranajit Guha는 이른바 ‘민중의 정치학’을, 그리고 패리Benita Parry는 ‘반대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스피박은 하위주체가 ‘자율성’을 갖는다는 그람시의 주장을 일축한다. 스피박은 하위주체의 저항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하위 주체가 지배담론의 틀 속에 갇히게 되면서 전투성, 저항성, 반대성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피박은 “비평가는 제국주의 통치의 옛 기록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할 만큼 텍스트를 문제 삼고, 텍스트의 의미를 해체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불평등을 시정하려는 현실개입과 전복성이 상당히 결여된 느낌이다. p66

스피박은 구하가 시도하는 민중중심의 역사기록이 ‘민족주의’혹은 ‘저항주의’라느느 본질주의의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한다. 스피박은 하위주체가 본질주의에 따라 행동할 경우 고립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경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박의 복잡하고 정교한 이론은 인도가 아닌 제1세계 독자와 학계에서 더 큰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사실은 그녀의 이론이 지적 유희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바바의 작업처럼, 그녀의 작업도 ‘한계 지워진 저항’에 불과할 수 있다.p67

“타자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하나”는 스피박의 명제와도 통한다. “인간의 무의식은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라캉의 주장처럼, 타자에게도 무의식의 언어가 존재한다. 무의식의 영역은 쓸모없는 이른바 ‘검은 대륙’이 아니다. p72

왜 포스터는 인도의 저항적 민족주의 현실을 외면하고 화해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일까. 영국인 지배자의 입장에서 인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구의 그럴싸한 자유인본주의에 현혹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속 상태에서 해방이 먼저이고, 상호간 우정과 화해는 나중 일이다. 그런데 포스터의 경우에는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p78

살만 루시디는 “난 무엇보다도 글쓰기가 정치적 행위라는 점을 말해야만 한다. 세상을 재묘사하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첫 단계이다”(Rushdie, Imaginary Homelands, p14)라고 말했다. ‘재묘사’란 권력과 권위를 지닌 사람들이 만들어 낸 공식적 설명(예를 들면,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고 전복을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p79

탈식민주의는 저항담론이며 실천담론이다. 따라서 어렵고 난해한 용어와 이론을 운운하는 것은 지적 유희요 공허한 포즈이다. 탈식민주의 연구를 통해 타자를 이해하는 것, 자신의 삶과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 그리고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탈식민주의 이론이 세상 읽기의 유효한 방식이 되고, 현실 참여의 영역과 맞물려 있어야 의미가 있다. 반성과 토론만 하다가 투쟁이나 실천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면 진보는 위기에 처한다. p86

미국은 스스로를 ‘세계질서의 수호자’로 자처한다. 특히 네오콘(Neo-conservatives)으로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은 인류의 자유와 정의 수호 및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도덕성과 책임을 강조한다. 이들은 이라크 전쟁을 ‘성전’으로 간주하고, 폭정에 시달리는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혹은 궤변)에 포섭을 당하는 순진한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미국의 실체는 무엇인가.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과 저지른 실제상황은 일치하지 않는다. 미국 행정부는 이런 위선을 들춰내는 촘스키를 자신의 최우선적인 적으로 여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중동지역의 석유확보와 패권주의 확립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고 이라크 국민들을 압제에서 해방 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권을 강조한다는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이라크 포로들을 감금하고 학대하는 모순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국제법을 어기고, 인권을 유린하며, 무차별 무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국은 ‘불량국가(the rogue stste)’이다.
제국주의란 헤게모니 쟁탈전이다. 그람시에 따르면 헤게모니란 지배계급이 이득을 영속화시키기 위해 ‘동의에 의한 지배’방식을 이용한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변은 한국 정부의 자발적 결정, 즉 동의에 의한 것이다. 비록 미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강압’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형식상으로는 한국의 자발적 참여다. p87

미국의 패권주의, 자본주의, 문화제국주의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전 지구적 연대와 결속의 네트워크 형성 및 조직화된 ‘자율주의’가 유효한 전략으로 떠오른다. 이탈리아 출신의 안토니오 네그리는 관료성과 획일성을 배제하고 자율적 연대와 결속을 강조하는 ‘아우또노미아’를 주창했다. 이 자율주의가 신식민주의에 맞설 수 잇는 유효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 운동의 운명은 자율성에 기초한 대규모 조직화의 여부에 달려 있다. p90

한국은 일제의 식민지배, 독재주의, 그리고 신식민주의라는 3중고의 고통을 받고 있다. 해방 후 60년이 지났지만 식민 잔재의 청산은 여전히 미흡하다. p91

진보의 추동력은 뭘까. 갈등과 투쟁도 하나의 방법이나, 지배자(계급, 인종, 국가 등을 포함한)의 기득권 포기, 양보, 타협 및 포용이 진보를 위해 간단하고 빠른 방법이 아닐까.p92

식민주의는 지배에 대한 순응을 요구하며 저항을 단죄한다. 신식민주의는 교묘한 형태로 식민주의를 연장하고 지속시키려 한다. 탈식민주의는 저항, 해방, 독립을 지향한다. 식민화, 예속화, 노예화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며, 상처와 고통을 주고,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주권의 박탈, 정신의 식민지화, 열등 의식의 내재화는 절망과 넋두리로 이어진다. 체념이 저항을 압도하고, 한(恨)이 역동성을 잠재우면, 빼앗긴 들에는 절대로 봄이 오지 않는다.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 문학 및 문화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탈식민주의는 강대국 혹은 지배 권력의 본질을 조명하고 주권과 자율성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실천 담론이요, 해방, 독립, 평등, 정의를 추구하는 미래 지향적 프로젝트이다. 탈식민주의는 비유적으로 말해서 신자유주의와 신제국주의라는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백신인 셈이다. p93

본문중에서

[출처] 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 박종성|작성자 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