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학기술대학에 대하여

구분 동향자료 저자 변학문
발간기관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발간일 2016-11-21

원문링크 http://www.nktech.net/inform/nkt_briefing/nkt_briefing_v.jsp?record_no=319

지난 2015년 11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의대 교수이자 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피터 아그레 교수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2016년 4월 말 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2009년과 2011년, 2015년 방북 경험이 있는 그는 한 적이 있는 그는 "미국과 북한 간 외교관계나 경제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인이 상주하는 아주 독특한 학교"인 평양과기대에서 은퇴 후 강의를 고려해보겠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아그레 교수가 언급한 평양과기대는 남북 공동으로 설립한 북한 유일의 사립대학으로서 평양시 낙랑구역 보성리 승리동에 위치해 있다. 2001년 한국의 민간단체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이 설립에 합의한 뒤 2002년 6월 북한 당국이 제공한 100만 평방미터 대지에 공사를 시작했다. 초기 건설비 약 400억 원은 소망교회 등 주로 기독교 기관과 개인이 제공했으며, 노무현 정부 시기 통일부도 남북협력기금(10억 원)을 지원했다. 평양과기대는 김진경 중국 옌벤과학기술대 총장이 초기부터 설립을 주도했고, 박찬모 전 Postech 총장이 명예총장을 맡는 등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교수들도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제공했다.


평양과기대는 착공 7년 만인 2009년 9월 16일 준공식을 가졌으며, 당시 완공된 건물은 행정 및 강의동, 종합생활관(식당, 도서관 등), 복지관(의료실, 사우나, 이발소 등), 방문자 숙소(Guest House), 교수 숙소, 대학원생 숙소, 학부생 숙소 등 총 17개 동이다. 광케이블로 연결된 디지털 캠퍼스에는 대학원생이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실이 있으며, 도서관에는 재래식 도서와 함께 수백 만 건의 전자도서 및 논문을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행정 및 강의동에는 영상회의실, 컴퓨터강의실, 원격강의실이 마련되어 있어 세계 여러 나라와 학술 교류 협력을 할 수 있게 했다.

평양과기대는 일종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으로서 2010년 10월 개교 당시 전자컴퓨터공학부 (Electrical and Computer Engineering, ECE), 농생명과학부 (Agriculture and Life Science, ALS), 국제금융경영학부 (International Finance and Management, IFM)의 3개 전문 학부와 외국어과 (Foreign Language Department, FL)가 개설되었다. 각 학부 별로 전자공학‧컴퓨터공학‧산업자동화, 농생명과학‧유전자공학, 국제금융‧국제무역‧시장경제‧회계학‧보험학‧경영정보 등의 전공을 두고 있다.

2015년 9월에는 의과대학이 신설되어 치과와 보건과 각각 30명씩 신입생을 선발하였다. 북한 당국도 의대 신설에 적극 협조하여 평양의 김만유병원과 평양구강종합병원을 대학 측에 제공하였다. 2016년 가을에는 의대 산하에 의과, 약학과, 간호과 등 3개 과가 개설될 예정이다. 4년제 간호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는 모두 대학원 과정이다. 평양과기대는 개교 당시부터 건설공학부 개설도 목표로 하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개교 당시 첫 신입생으로 학부생 100명과 대학원생 50명을 선발했으며, 이후 해마다 학부생 100여 명, 대학원생 30여 명을 선발하였다. 2015년 현재 학부생 400여 명, 대학원생 150여 명이 재학 중이다. 2014년 5월 21일에는 석사 44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다른 대학에서 2, 3년을 다니다 입학해 4년 과정을 마친 학사 150명이 졸업했다.

평양과기대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원산경제대학, 원산농업대학, 희천공업대학, 함흥공업대학 등 북한 유수의 대학에서 1~2년 간 공부한 학생들 중 전공에 우수하고 영어에 능통한 학생들을 교육성에서 추천 받은 뒤 면접과 필기시험을 거쳐 학부생을 선발한다. 대학원생은 위 대학들을 졸업하고 6개월 간 연구소나 기업에서 연수를 받고 지원한 학생들 중 선발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평양과기대 학생 수준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평양과기대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발된 학생들은 학부생 1년, 대학원생 6개월간 영어공부만 하며, 학부생은 영어 성적에 따라 반 편성을 달리 한다.

평양과기대는 개교 이래 2014년까지 남학생만 선발했지만, 여학생 기숙사를 마련한 2015년 3월 처음으로 학부 신입생 150명 중 10명을 여학생으로 뽑았다. 또한 이 여학생들은 북한의 영재학교인 제1고등중학교 졸업생들로서, 일반 대학 재학생 중에서 선발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처음으로 고교 졸업생을 입학시켰다.

평양과기대의 교직원은 개교 당시 교직원은 20명이었다가 2015년 봄 135명으로 늘었다. 이들 중 교수진은 80여 명인데, 김진경 총장과 박찬모 명예총장 등 외국국적 가진 해외동포 교수를 포함해 모두 외국 국적을 갖고 있다. 교수들의 국적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미국을 포함해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독일, 중국, 프랑스 등 16개국이다. 교수는 전공과목 교수와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교수로 나뉘며, 각각 절반 정도씩을 차지한다. 설립 초기 한국 대학 교수들의 참여도 기대했지만, 5.24 조치 이후 현재까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국제 교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웨스트민스터 대학, 스웨덴 웁살라대학을 포함해 네덜란드, 스위스 등으로 졸업생들을 유학 보내고 있다. 2011년과 2013년에는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하여 아그레 교수, 미국 우주인 출신 데이비드 힐머스 박사, 영국의 신경학자 닉 스콜딩 교수 등 저명한 교수들이 기조강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진전이 없긴 하지만 포항공대, 고려대, 카이스트, 건국대, 강원대 등과 이미 학술 교류 협약을 맺은 상태이며, 2015년 8월 현재 서울대 공대와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