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계파들 간의 묻지마식 대결방식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각 당과 계파 세력들 간에 본질적인 정책 차이가 없는데도 묻지마식 대결방식을 벌이는 것은 결국 그들이 서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차지하기 위한 다툼에 불과하다.

이런 대결방식의 폐해를 극복하자면 정치권의 세력 편제를 개혁세력 대 반개혁세력의 관계로 새롭게 재편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줄서기를 강요하는 계파와 파벌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 적극 반대하면서 동시에 사회와 역사의 주체인 민을 중심으로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풀어나가야 한다.

한국의 정당 활동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가 각 계파들 간의 세력 다툼 현상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위한 대선 후보 선출이나 각 당의 대표를 선출할 때 각 당 내부에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이를 두고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정책적 차이도 없으면서 인맥과 파벌에 따라 대립하고 싸우는 식으로 움직인다면 그저 무심히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국민의힘 내부에서 사실상 친윤 성향의 세력 결집이라고 할 수 있는 민들레(가칭, 민심 들어 볼래) 모임 결성을 두고 내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나, 민주당에서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면서 각 계파들을 해산하자고 하였지만, 이후 전개될 당 대표 선출 향방을 놓고 일명 친명계와 친문계가 각기 입장에 따라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런 모습들입니다.

이런 대결 모습들은 올바른 정당 활동과 정치 활동을 하는 데에 백해무익할 뿐만이 아니라 민의 권리를 실현을 위해 철저히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각 당의 계파 세력들이 본질적인 정치 노선과 정책적 차이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인맥과 파벌에 따라 묻지마식 사생결단의 대결 양상을 보이는 것은 한국의 정치지형과 구도가 약육강식에 의한 승자독식의 방식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상 지금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정치적 노선과 입장으로 볼 때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본질적 측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형성되는 데 큰 기반이 되었던 김영삼과 김대중의 행보를 보면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를 적극 주창했고, 그로 인해 IMF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IMF의 통치 아래에서 그 세계화 정책을 집행하였습니다.

또 민족의 열망인 통일 정책을 놓고 보더라도 두 당은 남북이 단합하여 자주적으로 통일하려는 입장에 서 있다기보다는 굳건한 한미동맹에 의거해 안보를 유지하고 분단에 근거한 평화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민주적 권리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앞세워서 보장해주어야 하건만, 이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이렇게 본질적인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두 당은 선거 때만 되면 사생결단식의 싸움을 벌입니다. 그 이유는 이기는 세력이 승자독식 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묻지마식 지지와 반대가 이뤄집니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각 당 내부의 계파 세력 간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전개됩니다. 정치적 입장에서 두 당이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처럼 각 계파들 간에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본질적인 정치 노선과 정책적 차이도 없이 사생결단식의 계파 투쟁이 벌어지면 우선 건강한 정치 활동과 정당 활동이 제약받게 됩니다.

사생결단식의 싸움이 벌어지는 속에서는 지느냐, 이기느냐가 중요하게 대두됩니다. 승리의 유불리가 판단의 기본 척도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치 노선과 정책적 입장을 놓고 건전한 논의가 이뤄질 리 만무합니다. 정치 노선과 정책적 차이도 크게 없으면서 거대 양당 세력 간의 극한 대립이 이뤄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서로 묻지마식의 지지와 반대로 점철되면서 정치가 실종되어 버렸던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본질적인 정치 노선과 정책적 차이도 없이 인맥과 파벌에 따라 계파들 간의 극한 대결이 벌어지는 현상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 커다란 장애물로 되기 때문입니다.

민의 권리를 실현하자면 여러 다양한 세력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정치적 입장과 노선이 제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생결단식의 싸움이 벌어지는 조건에서 거대 계파 세력을 제외한 여타 세력의 입장이 적극 제기될 수 없습니다.

지금껏 제1당과 제2당이라는 거대 양당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제3세력이 힘 있는 세력으로 형성되지 못했던 것이나, 각 당 내부에서 거대 계파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힘 있는 세력으로 등장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묻지마식의 대결 양상은 기득권 세력이 신진세력들의 등장을 가로막으면서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하고 누리기 위한 술법에 지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사생결단식의 계파 대결방식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절대 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 크게 형성될 수 없고, 그런 관계로 민이 주인의 권리를 실현하는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런 계파 세력들 간의 묻지마식 대결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맥과 파벌이 아니라 개혁이라는 정치적 입장과 노선에 따라 개혁 대 반개혁으로 정치권의 세력이 새롭게 재편되도록 만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개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는 각각의 정치적 입장과 노선에 따라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차이가 크다고 할지라도 사회와 역사의 주체가 민이니만큼 민이 주인의 권리를 누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에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 때문에 민이 주인의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방향에 따라 개혁을 추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관계로 제반 세력이 재편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인맥과 파벌에 따라 계파 간의 세력 다툼을 벌이도록 강요하는 세력은 반개혁세력으로 바라보고 반대해 나가야 합니다. 이들을 적극 반대하지 않고서는 개혁적 노선과 정책이 실종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민의 권리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개혁세력을 하나로 모아가기 위해서는 일치와 입체, 통일의 사상과 방법론을 적용하여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민은 개성을 가진 존재로서 집단을 구성하여 나라와 민족 단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부분에서 주인의 권리를 실현하자면 일치된 부분에서는 함께 하고, 차이가 있는 부분에서 입체적으로 적용하여 주인의 권리를 끝내 실현한다는 전망성에 맞게 통일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지금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누리기 위해 인맥과 파벌을 내세워 묻지마식의 지지와 반대로 줄서기를 강요하는 현 상황에서 개혁세력 대 반개혁세력으로 정치권을 재편해 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치와 입체, 통일의 사상과 방법론을 구사하여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결코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인내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모든 개혁세력을 하나로 모아낸다면 끝내 민이 참답게 주인의 권리를 누리고 사는 세상은 기필코 열어지게 될 것입니다.

2022. 6. 13
우리겨레연구소(준) 소장 정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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