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08897
기독교와 공산주의, 기호-서북 지역갈등 및 선교지 분할정책에 의한 복합적 원인이 민족 분열과 분단에 미친 영향
정진호
(평양과학기술대학 교수, 현 한동대학교 통일한국센터 객원교수)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보내고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고 있지만, 분 열의 양극화 현상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근현대사 150년의 맥락 가운데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전래과정에서 발생한 복합적 지역갈등을 주 요한 분열의 뿌리로 인식하였다. 기호-서북 지방 간 지역 갈등의 민족내적 요 인과 기독교와 공산주의라는 두 가지 외래 사상의 유입에 의한 외적 요인이 상 호 교차하면서 증폭적 영향을 미쳤음을 논거하였다. 이 두 외래 사상은 개화기 민족교육과 독립운동의 견인차로서 근현대사에 미쳤던 선한 영향력이 있었음 에도 불구하고 지역 갈등과 결합하여 세계사의 난기류 속에서 임시정부를 둘러 싼 독립운동 진영의 파행적 분열상을 만들어내었다. 그 중심에 미국의 자본주 의를 선호했던 기호 및 삼남인의 역사와 러시아와 연합하여 사회주의/공산주 의를 선호했던 서북인의 력사로 대별되는 충돌이 자리 잡았다. 한편 기독교가 크게 부흥하였던 서북지방에서는 선교사들의 선교지 분할정책으로 인해 보수 적인 미국 선교사의 영향을 받은 서도 (평안도 및 황해도 일부)지역과 상대적 으로 진보적인 캐나다 선교사의 영향을 받은 북도 (북간도와 연해주를 포함한 함경도) 지역이 다시 동서로 재분리가 일어나면서 기독교와 사회주의는 다시 보수연대와 진보연대로 재편되었다. 전통적으로 기호파와 맞서며 북도파 이동 휘와 함께 서북학회로 뭉쳐있던 서북인들 중에 안창호 손정도 양기탁과 같은 서도인이 친 아메리카 성향으로 넘어가면서 범기호파에 흡수된 것은 3.1운동 후 전개된 통합임시정부 수립과정에서 정치적 향방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요인 이 되었다. 또한 그 여파는 독립운동사 전반으로 파급되면서 우리 민족 근현대 사의 보수와 진보 또는 개인복음과 사회복음의 분리 현상의 뿌리를 형성하였 다. 본 논문은 통일을 향한 미래지향적 방향제시를 위해 그 같은 분리 및 분단 현상의 뿌리를 구조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오늘날 한국 사회의 이념 대립의 원 인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키워드: 역사와 력사, 기독교와 공산주의, 선교지 분할 정책, 보수 연대와 진보연대, 예수교와 기독교
1. 서론, 한반도 통일과 평화 문제의 역사성
1.1 문제 제기와 연구의 필요성
지금 대한민국은 전쟁 중이다. 그것도 3중적 전쟁을 치르고 있다. 끔 찍한 동족상잔의 전쟁이 발발한 후 7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종전 선언 과 평화협정을 이루어내지 못한 현실 속에서 전쟁 상태는 지속되고 있 다. 그러나 남쪽 대한민국 안에서는 그 보다도 더 치열한 이념 갈등의 양극화로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는 전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보수와 진 보로 나누어진 두 진영은 서로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 대화도 타협도 거 부한다. 그 와중에 코로나 전쟁이 터졌다. 그런데, 그 모든 전쟁들의 중 심에 기독교가 있다. 코로나 재확산의 원인이 극우세력과 결탁한 일부 보수 개신교의 탓으로 돌아감으로 온 국민의 공분과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이래로 오늘날처럼 개신교가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고 사회의 부담거리와 조롱거리로 여겨진 적은 없었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 공 영 방송의 뉴스 앵커가 성경 귀절을 인용하여 한국 개신교가 마치 맛을 잃은 소금처럼 밖에 버려져 행인들의 발에 밟히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경 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독교 내부에서는 자성과 회개의 움직임 이 부족하다. 보수 기독교와 연합한 극우 진영에서는 정부의 방역 독재 에 대한 음모설로 대립을 부채질 하고 있다. 화해와 평강의 종교 기독교 가 갈등의 해결사가 아니라 원인 제공자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 이다.
한국근대사에서 수많은 기독지성인을 배출함으로 사회를 계몽하고 발 전시키는데 앞장서온 개신교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기독교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심각한 시점에 도달 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보수 기독교가 해방공 간부터 친미 친일 독재 정권과 결합하여 통일을 저해하는 분단세력으로 강화되어 왔기에,1) 이 문제는 통일 담론과도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17년 대통령 탄핵과 촛불 집회가 한국 사회를 휩쓸고 지나던 시기, 남남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던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 마당에서 보 수 진영의 태극기 부대에 함께 등장한 십자가와 이스라엘 국기에 기이한 눈길을 보낸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70년대 노동운동과 반 독재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던 진보적 기독교인들을 기억하다가도 오늘 날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극우적 예수교인들을 생각할 때, 일반인들은 그 양면성에 놀라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그 같은 기현상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분열 역사가 어떻게 한국 근현대사를 양분했는 지를 동시에 알 필요가 있다. 한국 기독교가 어째서 이 같은 상황에 직 면하게 되었는지, 그 문제를 파악하여 바로잡는 것이 곧 통일로 가는 험
1) 강인철, 「남한 사회와 월남 기독교인-극우반공체제 하의 교회활동과 반공투쟁」 H역사 비평H 계간 21호 여름호 (1993), 91∼105쪽.
로를 닦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지난 20세기 한국 전쟁과 분단이 전 세계를 냉전체제로 밀어 넣는 방
아쇠가 되었다면, 이제 한반도의 종전 선언과 평화 통일은 냉전의 마지 막 매듭을 풀어 평화체제로 옮기는 세계사적 사건으로서 또 다른 린치핀 (Linchpin)이 될 것이다. 그 핀을 바로 꽂아 넣기 위해서 한국 기독교 와 근현대사의 관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1.2 역사와 력사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경계를 건너온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평화 의 집에 들어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 의 출발점에서”라는 글을 남겼다. 근현대사를 통과하면서 북에서는 력사 가 있었고, 남에서는 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 두 력사/역사는 모두 불 완전하고 비틀리고 가려져 있다.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분열 의 근대사 속에서 나뉘었던 서로의 력사/역사를 알고 배우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력사는 역사를 알아야하고, 역사는 력사를 배워야 한 다. 역사/력사의 분리 현상에 어떤 요소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분리현상이 오늘날의 분단과 남남갈등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70년 분단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외세가 침투하기 시작 했던 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근현대사 150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는 과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는 오늘의 반성으로 존재하고 내 일은 오늘의 반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것이 본 고에서 역사적 고찰 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이다.
1.3 논문의 목표
본 논문은 한국 근대사 속에서 가장 큰 분열의 요소이자 분단의 비극 으로 오늘날까지 이르게 한 세 가지 요인과 그 상호작용 및 결과를 중점 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첫째, 기독교 선교 초창기와 일제하에서 일어난 개인복음과 사회복음으로의 기독교 복음의 분열, 둘째, 영미식 자본주의 와 러시아식 공산주의의 사상 대립, 셋째, 기호/서북인들 및 서도/북도 에 의한 지역갈등, 세 가지로 요약하고 그 요인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범보수 진영과 범진보 진영이 이합집산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우리 근현대사에서 어떻게 대립하고 분 열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주제와 그 속에서 기독교가 어떤 상호작용 을 하였는지에 대한 선행 연구와 저술들이 있어왔고, 기호 및 서북인들 의 오랜 지역갈등과 반목이 임시 정부 내에서 미쳤던 분열 양상에 대한 연구들은 많이 있어왔다 (반병률, 1998, 211-238), (서정민, 2007, 483-523). 그러나 대다수의 심도 있는 연구들이 모두 한 인물, 한 시대 또는 한 가지 주제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거대한 분열의 매듭의 실뭉치를 총체적으로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없지 않았다. (김성민 외 공저, 2015), (강덕상, 2017), (반병률, 2013, 348-403), (김상웅, 2015).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악의 좌우 대립 상황과 분열의 역사를 진단하고 통일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대한제국에서 을사늑약을 거쳐 국권 피탈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의 과정을 관통하는 역사적 폭풍우 속에서, 거센 흙탕물의 격류로 흘러갔던 그 시대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풀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내면에 근현대사 초기에 교육 과 서구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한 선교지 분 할정책이 북한 땅의 서북인들을 다시 동서로 나누는 과정이 있었고, 을사늑약 및 한일병탄을 전후한 일제 통감부와의 상호작용을 주목해야 한 다. 그 당시 미일 국제관계와 미국과 캐나다 선교사들이 지닌 선교 방식 및 신학의 차이 또한 기독교 복음을 개인복음과 사회복음으로 양분한 과 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별히 이 과정에서 어떻게 서도인들이 서 북-기호의 대립과정에서 이탈하여 범보수 진영으로 흡수되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것이 임시정부 수립 과정과 그 이후의 독립운동사 및 해방과 전쟁 이후에 벌어진,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극심한 좌 우 대립과 보수 진보의 분열상의 근원적 뿌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본 논 문에서는 적시하고자 한다. 아울러 본 논문에서는 임시정부 수립과 독립 운동사와 연결된 한국 기독교의 분열의 원인 규명에 초점을 두고, 이어 지는 논문에서는 그것이 해방 후 한국 기독교의 보수 진보 분열상에 어 떻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과 초창기 기독교인들이 독립운동에 기여했듯이, 기독교가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도 오늘 날 한국 사회에서 비춰지는 걸림돌이 아니라, 받침돌이 될 수 있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본론, 분열의 근현대사에 미친 3대 원인 분석
2.1 4분 5열의 시대 - 9분열 요인
한국 근현대사는 한마디로 외세의 침략에 반응하여 우리 민족 내부에 서 일어난 사분오열 (四分五裂)의 역사였다. 그 당시 조선과 대한제국의 위정자들은 서세점동 (西勢漸東)의 시대적 위력 앞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조선 말기의 종묘사직 (宗廟社稷)은 오랜 세도정치와 부정부패 에 노출되어, 백성의 마음은 이반되어가고 있었고 결국 동학혁명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사대주의에 이골이 난 왕과 조정대신들은 시대를 읽을 만한 예지력이 부족하여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였고 어느 나라에 붙 을 것인지에만 골몰하여 서로 치고 받고 싸우고 있었다. 나라를 구하고 자 하는 의분과 기개를 지닌 의병장들과 열사들이 나타났지만 기울어진 축을 바로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라는 망했고, 독립지사들은 해외로 망명했다. 그러나 해외 동포와 독립군들 사이에서도 4분5열의 구태는 여 전하였다. 그러나 그들을 그렇게 나뉘도록 했던 분열의 뿌리는 이미 해 외 망명 이전에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를 망국에 이르게 한 분열의 원인들을 대략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a. 수구와 진보 세력간 다툼 (기득권 갈등)
b. 늙은 보수와 젊은 개혁자의 다툼 (세대간 갈등)
c. 성리학과 양명학 즉 이념 갈등 (이념 당파적 갈등)
d. 사대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 (주체 의식의 갈등)
e. 기호 지방과 서북지방의 남북 갈등 및 서도와 북도의 동서 갈등
(지역 갈등)
f. 독립운동 방식의 대립 (방법론 갈등)
g.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시대적 사상 갈등) h. 기독교 개인복음과 사회복음의 분리 (복음의 갈등) i. 외세가 만든 분열 정책 (일제 잔재와 냉전의 결과)
이 복잡한 분열 요인들이 상호 작용을 일으키면서 우리를 갈라놓았다. 그 뿌리가 아직도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는 가장 심각한 분열 양상을 야기했던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가장 깊이 연루 되었던 e, g, h의 요인들을 집중 다루고자한다.
2.2 기독교와 사회주의 - 서북인에게 복음이 되다
분열의 근대사 속에서 우리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인 기독교와 사회주의 (나아가서는 공산주의)의 전래 과정을 먼저 살펴보 자. 이 두 가지 사상은 주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건너왔다. 그리고 국권 상실 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과정에서 결정적 분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두 가지 신념과 이데올로기가 민족 분열과 분단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과 역할과 책임을 안고 있다. 그 결과 식민에서 분단으로 이어지면서 “력사와 역사”로 갈라졌고 여러 모양으로 감춰지고 왜곡되어 왔다.
긍정적 측면에서 이 두 가지 사상은 근대 교육과 서구화 과정에서 가 장 큰 기여를 했다. 뿐만 아니라 3.1운동을 전후로 인해 나타난 학생운 동과 여성운동 그리고 노동자 농민의 저항 운동 등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 도 엄청난 부정적 기능을 했기에 특별히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기호 삼남인들 중심의 권력 장악은 남과 북을 사회적으로 철저히 갈라놓았다. 전통적인 기호지방인 한성과 경기 충청 지역 뿐 아니라 가까운 황해도 일부 양반 출신들은 자신들을 기호파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노론의 거두 충청 옥천의 송시 열의 후예들은 걸출한 성리학자 퇴계 이황을 배출한 경북 안동과 율곡 이이를 배출한 강원도 강릉 지역과도 역시 사상적 연대감을 지니고 있었 고, 이들은 조선왕조의 지배 사상인 성리학 또는 주자학으로 묶여 있어 서 범기호파로 연대할 수 있었다.
자고로 서북지방 (평안도와 함경도) 특히 4군 6진으로 일컬어지는 북 변지방은 멸시와 차별의 땅, 역모와 귀양의 땅이었다. 그로 인해 함경도 에서는 이징옥의 난, 이시애의 난이 일어났고 평안도에서는 조선말기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다.2) 서북지방은 백두산을 중심으로 두만강 아래의 북도 (함경도)와 압록강 동쪽의 서도 (평안도)로 다시 나뉘었고, 그래서 두만강 북쪽을 북간도, 압록강 서쪽을 서간도라고 불렀다. 서북인들이 인구 비례로 볼 때 결코 과거 급제율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설혹 과거에 급제할지라도 지방현령으로 내치는 것이 고작이어서 중앙 관직을 얻기는 거의 힘들었고, 정3품 이상의 당상관이 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불가능 한 일이었다 (한영우, 2013). 서북인들은 주로 무관이 될 수밖에 없었고 기호파의 양반 사대부들은 서북인과 혼인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들에게 갑자기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온 두 가지 도강사상 (渡江思想), 즉 기독교와 사회주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만민평 등 사상이 그것이었다. 양반과 평민 천민이 차별이 없고 사대부와 농민 이 함께 존중되며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고 가르치는 이 두 사상에 서 북인들은 놀라고 감격했다. 불평등과 차별의 조선시대를 살던 서북인들 이 왜 만민평등을 앞세우는 이 두 가지 외래사상에 더 빨리 더 깊이 반 응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서북인들은 반상의 신분 계급을 넘 어 교육을 받고 훨씬 빨리 개화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진취적으로 서구 적 과학기술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 결과 조선왕조 500년간 두각을 나 타내지 못했던 서북인들 중에 개화기에 무수한 민족 지도자들과 종교인 과 사상가들과 사업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진호, 2021)
2.3 기독교의 근대 교육의 기여와 선교지 분할정책의 상관관계
다른 종교에 비해 유독 기독교는 근대 교육과 서구화 과정에서 가장
2) 김현정, “남한 고등학교 국사와 북한 고등중학교 조선력사의 조선시대 서술비교” (숙 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4) 기호파가 역사 해석의 중심이 된 남 쪽 입장에서는 반란이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을 농민전쟁으로 해석한다.
큰 기여를 했다. 그 바탕에는 기독교를 먼저 받아들여 큰 부흥을 경험했 던 서북인들이 중심에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장로교에 속한 학교들이 절대적인 숫자를 차지하게 된 원인을 이해하려면 1905년에 장로교 감리 교 연합공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선교지 분할정책과3) 평양 대부흥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88년 아펜젤러 선교사에 의해 처음 제안된 장로교와 감리교 내의 선교지 분할정책은 교단 사이의 과도 한 경쟁과 중복투자를 막고 상호보완과 연합을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었 다. 그 논의가 진행되어 오던 중 캐나다 장로교회에서 처음으로 교단 파 송을 받은 그리어슨, 맥래, 푸트 세 선교사가 도착한 1898년을 기해 캐 나다 장로교회가 함경남북도를 맡게 되고 호주장로교회가 경상남도를 맡 았으며, 그 밖의 지역은 주로 미국 선교사들이 담당하게 됨으로 본격적 으로 선교지 분할 정책이 가동되었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선교사담당 지역 중에서도 평안남북도와 황해도와 서울 일부지역 그리고 경상북도가 미국 북장로교의 담당 지역이 되었고 남장로 교단이 전라도 를 맡았으며, 미국 감리교단은 주로 서울 인천경기 충청 강원도 지역을 관할하게 된 것이다.
한편 1903년 캐나다 선교사 하디에 의해 함경도 원산에서 시작된 회 개운동의 여파가 전국을 휩쓸던 가운데, 1907년 1월 평양에서 대부흥이 일어남으로 서도 평안도는 한국 기독교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 이 후, 조선에 들어왔던 선교사들에 의해 평양이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불리 기 시작했다는 것은 기독교 내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결과 기독 교 선교사들에 의해 혹은 그 영향을 받은 초기 기독인들에 의해 세워진 기독교 계통의 학교가 집중적으로 서북지방에 몰리게 되었다. 한일 병탄 시까지 기독교인들에 의해 전국에 세워진 학교들의 총 수가 796 개소였 는데 그 중에서 평북에 121개, 평남에 261개, 황해도에 186개가 몰려있
3) 이상규, “한국 선교지 분할정책” H개혁신앙H 제 31호 (2015), 45∼46쪽.
었다4). 사회복음적 성격이 상대적으로 더 강했던 감리교가 초기에는 한 성 인천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학교설립을 왕성하게 시작했으나 그 효과를 지켜본 장로교가 뒤이어 앞다투어 학교설립에 뛰어들었다. 특히 결정적으로 평양 대부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던 함경남북도와 황해 도 지역이 전국에 세워진 학교의 70% 가량을 차지하였고 함경도 지방까 지 포함하면 80%에 가까웠으니, 근대 기독교 교육을 통해 먼저 개화되
4) 서정민, H이동휘와 기독교H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7), 181-184쪽. 그중 개신교 계통 학교 666개소였고, 장로교가 세운학교가 501개, 감리교가 158개, 카톨릭이 46 개소였다.
고 교육받은 인재들이 서북지방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되게 된 원인을 여 기서 찾을 수 있다. 보수적인 미국 북장로교가 1897년 세운 장대현 교회 를 중심으로 대부흥이 일어났고 그에 따른 주일학교 교육과 교회 부설학 교들이 많이 세워지게 되었다. 특히 북장로교 중에서도 더욱 보수적이며 근본주의에 가까운 맥코믹 신학교 동기 선교사인 베어드와 모펫이 세운 숭실학교 (1897년)와 평양신학교 (1901년)를 통해 많은 기독 교사들과 사역자들이 양성되었고 그것이 평양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기독교 교육이 퍼져가는 계기가 되었다 (류대영, 2019, 94-126).
교회 부흥의 역사도 비슷했다. 캐나다 감리교 선교사 하디가 함경도
원산에서 촉발시킨 회개 운동으로 불을 지폈으나 장로교가 세운 평양 장대현 교회에서 폭발적인 정점을 이루면서 장로교가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평양 대부흥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장로교가 가장 많은 교회를 세운 교단으로 자리잡게 된 원인을 제공하였다. 해방 직후 북한지역에 3,000여개의 교회가 자리잡고 있었으나 그중 80% 이상이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미국 북장로교의 영향을 받아 장로교가절대적 숫자를 차지하였다 (김흥수, 류대영, 2002, 66). 한국전쟁을 전후로 월남한 기독교인들에 의해 이북신도대표회와 기독청년면려회 서북
연합회 등의 단체를 구성한 것이 모두 장로교인들이었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5).
특히 청나라를 오가는 사신의 길목이요 외래 문물이 들어오던 요충지 평양은 유교적 성리학에 사로잡힌 기호 지방에 비해 외래 사상에 대하여 개방적인 도시였다. 1894년 청일전쟁이 일어나 평양성전투에서 일본이 청나라 군대를 패퇴시킨 사건 이후, 낡은 권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사 상을 받아들이기 쉬운 토대가 마련되었다. 감리교는 남산현 교회와 광성
5) 강인철, “남한 사회와 월남 기독교인-극우반공체제 하의 교회활동과 반공투쟁”, H역사 비평H 계간 21호 여름호 (1993), 74∼78쪽.
학교를 세운 캐나다 선교사 윌리엄 홀이 청일전쟁에서 병사한 후 그의 부인 로제타가 다시 들어와 기홀병원을 세웠다 (이덕주, 2015, 45-69). 그러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도시 평양이 미국 북장로교의 보수적 영향 을 받으면서, 결정적으로 대부흥이 일어나자 평양을 중심으로한 평안도 지역이 신앙적 보수성을 지닌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기독교 선교사의 영향을 받은 개화기 기독교인들이 자체적으로 세운 기독교 학교도 많았으며 그와 동시에 관립 민립학교들도 세워졌다. 허버 트 선교사 등을 초청하여 고관 자제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목적으로 세운 최초의 관립학교인 육영공원을 시작으로 도산 안창호의 점진학교와 대성 학교, 이동휘의 보창학교, 이준의 보광학교, 안중근의 돈의학교, 김창수 (김구)의 양산학교, 이승훈의 오산학교 등이 연이어 세워졌다. 특히 강 화도 진위대장 시절에 회심하여 강화의 바울이라 불리며 군인에서 교육 자로 변신한 감리교인 이동휘 권사의 보창학교는 1905년 5월 강화도에 보창학교를 개교한 이래 전국에 170여개의 분교를 지닌 최다 최대의 학 원그룹으로 발돋움 하였다. 이것이 나중에 이동휘가 망명 후 독립군 양 성을 위해 북간도 라자구에 세웠던 기독교무관학교의 모형이 되었다. 강 화도에만 72개의 분교를 세웠고, 1908년 개성 보창학교가 설립된 이래 황해도의 안악 보창, 충청도의 김천 보창, 함경도의 함흥 보창 등 각지에 서 연이어 학교를 세워 전국에 3년만에 170여개의 학교를 세우는 기염 을 토하였으나, 군사훈련까지 시키며 독립군 양성학교로 소문난 보창학 교는 일제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고 이동휘가 망명한 이후 1917년 모 두 폐교당하고 말았다 (서정민, 2007, 137-152). 보수성을 지닌 장로교 인들이 세운 평안도 지역의 대성학교 오산학교가 일제시대를 넘기면서 살아남은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2.4 일제의 핍박과 회유에 의한 기독교 복음의 분리
2.4.1 복음의 분리 - 평양대부흥과 신민회 사건, 그리고 105인 사건의 결과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초대 통감으로 취임한 이토 히로부미는 내한 선교사들을 이용하기 위해 처음에는 복음전파에 대한 우호적이고 유화적 인 정책을 허용했으나 일체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특별히 카츠라-테프트 밀약을 통해 이미 조선반도를 일 본에게 넘겨주기로 한 미국정부와 그 영향을 받았던 미국의 선교부에서 도 그와 동일한 지시가 떨어졌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었다. 이토 히로부 미의 통감부는 적극적으로 선교사들을 활용하여 서방 세계에 일본의 조 선 강점을 호의적으로 홍보하고 더러는 하나님의 뜻으로 선전하는 도구 로 사용하였기에, 통감부와 선교부 사이에는 밀월관계가 이루어졌다. 그 당시 사회 및 정치활동의 구심점이 되어 있던 상동청년회를 해산시키기 위해 이토는 감리교 감독 해리스를 불러 “조선의 정치는 일체 나에게 맡 기고 조선의 정신 교육은 당신이 맡아주시오"라는 부탁을 하였다 (조선 총독부, 1933, 6). 이로 인해 상동교회를 세워 한국 사회의 계몽과 기독 교의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었던 미국 감리교 출신 스크랜턴 선교사는 일 본의 한국 강점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강변하던 해리스 감독과 충돌을 일으켜 결국 감리교를 떠나 성공회로 개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1907년은 한국교회사와 한국독립운동사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된 해였다. 1907년 1월 평양에서 일어난 대부흥의 여파로 수많은 교회들이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을 따라 세워졌으나 같은 해 일어난 헤이그 밀사 사건의 여파로 고종의 강제 폐위 사건과 군대 해산 정미 7조약 등 일제 의 정치적 폭력이 가해졌다. 그로 인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대규모 교회 부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교회 내부의 부흥이요 개인구원 중심의 예수 복음으로 국한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일제의 핍박으로 인해 한국 기독교가 교회 안으로 축소되는 내면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1907년 같은 해, 일본의 강압 통치에 반발하고 사회구원에 관심이 많 았던 민족주의자들은 상동교회를 중심으로 신민회를 결성하였고, 지하활 동을 펼쳐갔다. 1889년 스크랜턴이 세웠던 상동교회는 후계자 전덕기 목사를 중심으로 1897년 상동청년회를 만들어 이회영, 양기탁, 이동휘, 안창호, 이상설, 주시경, 이동녕, 이갑, 주시경, 신채호 등 장차 해외 독 립운동의 중추 세력이 된 청년들이 모여서 일본의 강압 통치에 반발하는 사회 계몽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었다. 일제는 을사늑약 직후에 눈엣가 시와도 같은 상동청년회를 해산했으나 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1904년 설립된 상동청년학원을 통해 전국에 교사들을 파견하여 후진을 양성하였 고, 1907년 지하조직인 신민회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항일운동 세력들을 결집하기 시작했다. 상동교회의 전덕기 목사를 중심으로 양기탁의 대한 매일신보가 기관지 역할을 하며 반일 저항 독립운동의 불씨를 키워 나가 자 이들은 일제의 감시와 핍박의 중심이 되었다. 결국 한일 병탄 이후 테라우치 총독 암살 모의라는 조작을 통해 신민회원 중심으로 600여명 을 체포한 후 123명을 기소하고 105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일명 105인 사건이 터졌다. 체포된 600여명 중 400여명이 기독교인이었으며, 기소 된 123명 중 102명이 개신교인이었다. 주모자로 지목된 양기탁 이승훈 이동휘 유동렬 등 다수가 서북출신 기독교인이었으며, 함께 연루되어 조 사를 받은 선교사들이 19명이나 되었다 (아서 브라운, 2013, 385). 이 사건은 그 당시 항일 저항세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던 상동교회 출 신의 기독교 세력을 발본색원하려는 총독부의 기획된 사건이었다. 모진 고문과 실형 및 유배가 끝난 후, 신민회 출신의 많은 기독교 민족지도자 들이 망명의 길에 오름으로써 한국 기독교의 사회복음적 맥락은 해외독
립운동으로 옮겨지며 함께 망명의 길에 오르게 되었다.
한편 선교지 분할정책으로 신흥독립국 캐나다 선교사들의 담당 구역이 된 함경도 지방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같은 제약이 덜 하였고 캐나다 선 교사들은 한국인의 독립의지에 깊은 동정심을 지니고 함께 일제에 저항 하였다. 그들의 반일 의지는 캐나다 선교사 그리어슨의 조사 겸 매서인 으로 활동했던 강화도 진위대장 출신의 군인이요 교육자 겸 부흥사 이동 휘에 의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리어슨이 결성한 한중아 (한국-중국- 러시아) 3국 전도회를 통해 함경남북도를 오가며 교회 부흥 운동을 일으 켰을 뿐 아니라 ‘이동휘의 교육생’이라 일컬어지던 김립 오영선 등의 독 립운동가들에 의해 북간도 용정을 중심으로 36개의 교회를 개척하며 부 흥의 불길이 해외독립운동으로 옮겨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정민, 2007, 446-467).
이로 인해 한국에 들어왔던 기독교 복음은 병탄 후 무단정치시기에 국 내에 남아 내세의 천국을 소망하며 개인 구원에 집중하는 예수 복음과, 일제의 탄압에 맞서며 사회적 불의에 저항하다가 결국 해외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병행하는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양분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림 2 참조) 평양 대부흥이 주로 교회의 시선을 사회 밖에서 안으로 거두어 개인 구원에 초점을 맞추게 한 내면화 현상이었다면, 신민회 운 동은 그 시선을 바깥으로 향해 사회 구원을 외치는 교회의 사회적 발산 운동이었다. 전자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규정지어지는 한쪽 극단의 ‘예수교’로 발전되었다. 후자는 사회 운동에서 시작하여 사회주의 혁명으 로까지 발전하며 또 다른 극단의 ‘그리스도교’를 형성하였다. 성경적인 기독교의 복음 (福音)은 예수와 그리스도라는 두 단어에 의해 압축적으 로 표현되며, ‘예수의 은혜와 사랑’과 ‘그리스도의 진리와 정의’, 그것이 두 기둥이었다. 그런데 함께 서야 바로 세워질 수 있는 교회의 두 기둥 이 갈라선 것이다.
그 결과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을 총체적으로 이루어야 할 ‘예수 그리 스도’의 복음은 한국 땅에 들어와 반쪽으로 나뉘어져서 예수와 그리스도 가 서로 대립하고 싸우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예수 복음으로 무장한 교 회가 고슴도치처럼 웅크린 자세로 교인들을 끌어안아 보호하였고, 국외 로 망명한 크리스천들의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 시대를 풍미한 사회주의 혁명에 노출되면서 투사와 열사를 낳는 독립군 운동으로 전환되었다. 주 로 사회 복음과 사회주의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지역은 캐나다 선교사 들의 활동 지역이었던 함경남북도와 북간도, 그리고 연해주 일경이었다.
2.4.2 서간도와 북간도 망명 집단의 구성 및 상반된 종교 성향 분석
서간도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기호파의 이회영은 삼한갑족 명문세 가의 부호 출신이었으나, 병탄 직후 6형제가 모든 재산을 다 팔아 일가 족 40여명이 집단 망명하였다 (주동욱, 2013, 41-60). 이회영 일가의 망명 소식은 안동의 김대락, 이상룡 일가를 비롯한 많은 양반유림들의 동반 망명을 이끌었다. 강화도의 이건승을 비롯하여 김동삼 류인식 이동 녕 장유순 여준 등 기호지방 인사들의 망명도 뒤를 이었는데, 이들은 주
86 기독교와 통일, 제12권 1호 (2021년 4월)
로 평소에 이회영의 주변에서 서간도에 독립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함 께 망명을 의논하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인적 구성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거의 모두 기호지방과 경상북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신흥무관학교가 세워진 이후 서간도에 모여든 교관들 역시 이관직 (공주), 이장녕 (천안), 김창환 (한성), 지청천 (한성), 신 팔균 (진천) 박영희 (부여) 등 모두 기호 지방 출신이었다. 결국 신흥무 관학교에 모여든 이들은 공교롭게도 기호지방과 경상북도 출신으로서 주 로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이 관할하던 지역이었다. (그림 1 참조)
곧 이어 함경도에서 캐나다 선교사 그리어슨과 더불어 부흥사로 활약 하던 이동휘 역시 대무의도에서의 유배생활을 끝내자 1913년 봄 평양신 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혜산진에서 부흥회를 열어 가장한 후 일경의 눈을 피해 두만강을 넘어 망명하였다6). 그는 북간도와 연해주를 오가며 망명 한인사회에 교회 부흥과 연합운동 및 독립운동의 의지를 불일 듯 일으켜 세웠으며 북도파 무장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이동휘는 미리 들어 가 있었던 그의 동료 김립 구춘선 등과 함께 광성학교 길동학교 라 자구 사관학교 북일학교들을 연달아 세우며 북도파의 또 다른 독립군 기 지를 만들었다. (반병률, 1998, 85-97). 함경도 원산에서 활약했던 캐 나다 펜윜 목사에 의해 시작된 침례교의 대한기독교회 역시 병탄 이후에 일제의 탄압을 받자, 함경도 경흥 출신 김규면 목사가 반기를 들고 일어 났다. 그는 1915년 일제가 발표한 성도들을 감시하고 전도를 제한하는 포교 규칙에 반대하여 대한 성리교라는 교단을 만들어 일제에 저항하던 목사 성도들을 이끌고 집단 망명하였다. 그들은 신민단이라는 무장독립 단체를 만들어 포교와 독립전쟁을 병행하는 활동을 벌이던 중 이동휘의 한인사회당에 들어가 함께 활동했다7).
6)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 이동휘와 무의도 유배”, H경인일보H, 2019년 4월19일 7) 「김규면,2018년 2월 이달의 독립운동가」 H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H, (2018),
서간도와 북간도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두 중심 인물인 이회영과 이 동휘는 모두 상동청년회 출신이요 신민회 7인 발기인 중 한 사람이었지 만, 그들의 이후 종교적 행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서간도에 모여든 주요 인물들은 기독교를 버리고 민족 종교인 나철의 대종교 쪽으 로 귀의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것은 기호 지방과 경북지역을 관할하던 미국 선교사들의 을사늑약 및 한일 병탄 이후에 보인 친일적인 행동에 대한 깊은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 반면에 이동휘와 그의 교육생들 그리고 김규면 목사 등과 같이 북간도로 망명한 독립운동 가들은 북간도와 연해주 일대를 누비며 학교와 교회를 짓고 부흥사로 활 동하는 등 기독교 신앙을 이어갔다. 그것은 3.1운동 때까지 함께 일제와 저항하며 조선인들의 편에서 싸워준 캐나다 선교사들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3.1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미국선교사들을 제국주의 앞잡 이로 여겨서 일체 비밀에 붙였던 것과는 달리, 캐나다 선교사 스코필드 (석호필)와 그리어슨 (구례선) 등에게는 민족 지도자들이 사전에 찾아와 도움을 청했던 사실만 보아도 극명하게 대조가 되었다. 토론토 대학 세 균학 및 병리학 교수 출신의 스코필드 박사는 세브란스 의전의 이갑성과 3.1운동을 사전 모의하고 함께 만세에 동참하였으며 제암리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여 3.1 운동 34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함경도 성진 선교부의 그리어슨 선교사는 자신의 집에 그들을 불러들여 독립선 언서 3만장을 인쇄하는 것을 도왔다. 만세가 터진 후 일경에 의해 무자 비하게 상처 입은 조선인들을 제동병원에 실어 나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그들을 치료해 주었고 만세운동을 도왔다는 혐의로 일제 경찰서에도 불 려가서 여러 차례 취조를 받기도 하였다 (도리스 그리어슨, 2014, 129-136). 그리어슨이 개척한 용정선교부에서 사역하던 그의 후배 바커
와 마틴 선교사 역시 총탄이 날아들고 부상자가 죽어가는 만세 현장을 누비며 용정 제창병원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사진기로 현장의 참상을 찍어서 해외 선교부에 알리는 등 민족지도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러한 캐나다 선교사들의 반일 활동은 북간도 용정에 그들이 세운 은진중학에서 수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배출되고 해방 이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8).이 모습은 서간도에 모여든 이시영, 이동녕, 여준, 신채호 등의 인사가 스크랜턴 선교사와 전덕기 목사의 사회복음적인 신앙에 감동하여 상동교회를 드나들던 민족 지도자들이었으나, 망명 후에는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대종교로 귀의한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 었다9).
2.5 범보수 연대와 범진보 연대의 탄생
을사늑약 및 한일 병탄 이후에 가해진 일제의 가혹한 무단정치의 핍박 으로 기독교와 사회주의가 뒤섞이며 양분될 때 나타난 복잡한 분리현상 및 이합집산 과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2.5.1 미국 선교사와 캐나다 선교사 / 장로교 선교사와 감리교 선교사
전술한 바와 같이 선교지 분할 정책에 따른 미국 선교사와 캐나다 선 교사의 영향이 미친 바가 상이한 만큼이나 초기 장로교 선교사와 감리교 선교사들이 보여준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도 차이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8) 대한민국 정부가 3.1 만세운동을 도운 공로로 독립 훈장을 추서한 선교사들 8인 중 스코필드 (석호필), 그리어슨 (구례선), 미틴 (민산해), 바커 (박걸)이 캐나다 선교사 이다.
9) 1909년 나철이 단군신을 섬기며 창시한 민족종교, 망명후 북간도에서 중광단과 북로 군정서를 만들어 독립운동을 했다. 김교현, 윤세복 등이 교주가 되었고, 서간도의 독 립운동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선교사들은 제퍼슨이 기초한 정교분리의 헌법 규정에 따라 선교지의 정치상황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보수적 경향이 있었다면, 독립 은 했으나 여전히 영연방의 일원으로서 영국 국교회의 영향을 받았던 캐 나다 선교사들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의식이 더 강하였고, 선교지의 불합리한 정치적 상황에 그들이 섬기는 조선인들과 함께 아파 하고 저항하려는 경향들을 보였다. 또한 같은 미국 선교사라 할지라도 장로교 출신 선교사들이 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냈다면, 선교 초창기 에 먼저 학교를 짓고 계몽운동에 참여하며 함께 항일 운동을 했던 아펜 젤러, 스크랜턴, 허버트 선교사 같은 감리교 선교사들이 진보적 개혁적 성향을 보였던 것이다. 캐나다 선교사 중에는 원산 회개운동을 이끌었던 하디 선교사와 평양 남산현 교회와 광성학교를 세운 윌리엄 홀 선교사가 대표적인 감리교 선교사이다. (그림 3 참조)
<그림 3> 선교 초창기 미국선교사와 캐나다 선교사 및 장로교 선교사와 감리교 선교사의 보수 진보 성향
평안도에서 사역한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와 함경도에서 사역했던 캐나 다 장로교 선교사의 신학적 차이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평양의 교 회 부흥 이후, 숭실중학과 평양신학교 중심으로 많은 교회 부설학교가 세워졌으나 베어드와 모펫 선교사의 보수 근본주의적인 신학에 따라 학 문이 세속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상 학문을 배우기에 유용한 영어와 일어 같은 언어보다도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한때 가르쳤다. 그러나 병탄 이후 근대교육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개신교 기독교 부설학교에 비기독교 인 학생들이 더 들어와 비중이 높아지자 갈등이 발생하였고, 결국 베어 드의 교육선교 철학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류대영, 2019, 116-123).
캐나다 선교사 그리어슨의 일기를 읽어보면 재미있는 그러나 매우 의 미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미국의 모펫 선교사가 세운 평양 신학교에 출 강하여 가르치던 그에게 길선주, 서경조와 같은 첫 신학생들이 몰래 찾 아와 자신들은 성경만 배우고 있으니 세상을 더 알고 싶다며 과학, 역사, 철학, 천문학, 화학 같은 학문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어슨은 그 당시 베어드와 모펫 같은 미국 북장로교 출신 선교사들이 학생들을 목사나 복음전도자로만 키우기 위해 그 같은 세속 학문을 가르 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무척 당황스 럽고 곤란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고심 가운데 결국 그들에게 비밀 과외 처럼 세상 학문을 가르쳐 주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일기에서 쓰고 있었던 것이다 (도리스 그리어슨, 2014, 81-87).
이것은 복음을 성속 (聖俗) 이원론 (二元論)으로 나누어 개인구원에 더 집중하고 있었던 미국 선교사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미국 선교사 중에서도 주로 서울서 활동했던 뉴욕 대학을 나온 언더우드나 스 크랜턴 같은 인물은 성경 뿐 아니라 세상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 하는 개방적 신학 사상을 지닌 인물이었음에 비해 유독 평양서 활동한 미국선교사들이 더 근본주의적인 보수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그 당시 그리어슨은 제동병원의 의사로서 역할 뿐 아니라 성진 근처의 구리광산 채굴권을 지닌 미국 재벌과 합력하여 돈을 벌어서 학교 를 짓는 일에 사용하는 등 요즘 한창 유행하는 비지니스 선교의 파격적 인 행보도 하였던 것이다10). 만일 그 당시 미국 선교사들이 알았다면 큰 일 날 행동이었다. 이와 같이 사회적으로 개방적인 캐나다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았던 함경도 북간도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복음에 더 깊 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같은 현상들은 누구 로부터 복음을 받았는냐에 따라 피 선교지 한국 기독교인들의 복음의 편
향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평안도 강서에서 태어나 캐나다 선교사 윌리엄 홀이 세운 평양의 남산현 감리교회로 인도 받았던 손정도 목사의 경우는 미국 장로교 목사 마펫이 세운 숭실중학교를 졸업함으로써 위의 네 가지 요소를 골고 루 경험한 특이한 경우이다 (김창수/김승일, 1999, 37)11). 마찬가지로 미국 감리교 선교사가 세운 강화도 잠두교회에서 회심하여 감리교 권사 로서 부흥사 역할을 했던 함경도 단천 출신 이동휘 역시 캐나다 장로교 선교사인 그리어슨과 깊이 교제하면서 위 4가지 요소를 골고루 경험한 사람이었다. 손정도와 이동휘가 복음에 충실한 목사요 부흥사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개혁적이고 사회복음적인 인물로서 통합임시정부를 이끄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0) 그당시미국영국일본프랑스독일러시아제국열강들이대한제국의모든경제적 이권을 두고 앞다투어 쟁탈전을 벌이던 제국주의 침략의 시기에 그에 편승하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것이 당시 대다수의 서양 선교사들이 지니 고 있던 제국주의식 선교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11) 이덕주, H자유와 평화의 꿈, 손정도H (밀알북스, 2020), 80∼87쪽: 1905년 한국복 음주의개신교연합공의회 운동으로 감리교 장로교 연합사역이 추진되면서 감리교 남산 재 교회가 세운 청년학이 당시 숭실중학으로 연합 개편되었고, 손정도는 미국 선교사 들과의 접촉 기회가 생긴다.
2.5.2 서도파의 범보수 진영으로의 재편
이 과정 속에서 조선조 500년간 기호인들에 의해 멸시와 차별을 받아 왔던 서북인 중에서 서도인 (평안도와 황해도 일부)들이 오히려 대척점 에 있던 기호인들과 유대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보수성을 띠게 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대한제국 시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선교지 분할 정책에 의해 서도 지방에 주로 미국 선교사들이 포 진하면서 신교육과 새로운 신앙으로 눈을 뜨게 됨으로, 대다수의 서도출 신 민족지도자들이 미국인 선교사들의 영향 아래서 세례를 받고 친미국 적인 사고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 착안할 수 있다. 안창호 (강서) 양기탁 (강서) 류동렬 (박천) 등의 주요 인물들이 미국을 다녀오면서 자유주의 문명국가 미국에 대한 충격적 감동과 영향을 받았으며, 숭실중학 및 평 양신학교에서 공부한 손정도 (강서) 길선주 (안주) 조만식 (강서) 등의 지도계층 역시 미국 선교사들과의 유대관계 속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 이다. 3.1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이승훈 (정주) 역시 안창호의 영향 아래 오산학교를 세우고 기독교로 귀의했다. 쪽 복음을 들고 압록강을 건너 초기 기독교 전파에 결정적 역할을 감당하고 황해도 소래에 최초의 교회를 설립한 의주 출신 서상륜 서경조 형제와 그의 아들 서병호 (장 연) 역시 언더우드 선교사와 깊은 유대관계 속에서 새문안 교회를 함께 세웠고 친미적 성향을 갖게 된다. 이 사실은 장차 전개될 임시정부 내에 서의 첨예한 파벌 다툼과 사상 경쟁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이다.
2.5.3 국제 정치와 정세의 영향
그 당시 벌어진 세계 정치적 판도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반도에 서 일어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결과로 청나라와 제정러시아가 무너지 면서 20세기를 풍미한 두 거대 공산국가가 등장한 사실은 조선반도가 지
닌 지정학적 중요성과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알려 주고 있다. 특히 러일전쟁은 남하하려는 대륙 세력 러시아를 막아서기 위해 영미 제국주의 해양 세력이 서구 자본주의를 충실히 받아들이고 있 던 일본 제국을 앞세워 대리전을 치룬 동아시아 패권 전쟁이었다. 그 결 과 통치력이 약화된 제정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자 1차 대 전 전후로 발생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상황이 독립운동 진영으 로 투영되어 극심한 분열로 나타났다. 3.1운동을 촉발시킨 미국 윌슨 대 통령의 민족자결주의와 러시아 혁명을 통해 나타난 레닌의 국제 공산당 운동으로 말미암아 자유와 평등의 가치전쟁이 세계사의 중심에 떠올랐 다. 그는 곧 식민지 조선반도와 해외 독립운동 세력에도 직접적 영향을 가져와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곧바로 3.1운동 직후에 벌어진 임시정부 수립과정에서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기독교 사회주의 진영과 미국의 영향을 받은 보수적 자유주의 진영으로 갈라졌다.
2.5.4 임시 정부 형성 과정에서의 서도-기호파 범보수 연대의 역할과 영향
3⋅1운동의 가장 큰 열매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수립이라고 한다. 그러나 임시 정부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법통을 잇는 출발선으로 이야기 하면서도 그 시작이 좌우합작운동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거의 모른 다. 우리가 잘 아는 이승만과 김구로 대표되는 우익진영 인사들은 알아 도 이동휘와 김립 등의 그 당시 사회주의 계열의 인사들이 어떻게 관여 하였으며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더구나 그들의 시작 이 모두 기독교인이었음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상해 임시 정부>를 처음 구상하고 조직한 사람들은 여운형 (양평), 장덕수 (재령), 신규식 (청원), 조소앙 (파주), 서병호 (장연), 이광수 (정주), 선우혁 (정주) 등 1918년부터 신한청년당을 결성하여 활동하던 기호파 인사들과 서도 (평안도)파 인사들이 주축이었다. 여운형이 임시정부를 조직하기 위해 서간도와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이시영 (한성), 이 동녕 (천안), 조성환 (한성), 조완구 (한성) 등의 다른 기호파 인사들을 상해로 소집하였고, 손정도 (강서), 안창호(강서) 같은 서도 (평안도)인 들이 3.1운동 이후에 재차 합류하였다. 그들은 북도 (함경도)인들 중심 으로 먼저 세워졌던 또 다른 임시 정부, 연해주의 <대한 국민 의회>와의 주도권 경쟁 속에 있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파리 강화 회의에 대표를 파견할 목적으로 급히 세워진 상해 임시 정부는 상 하이라는 위치가 외교 독립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국제도시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망명 백성이 살고 있는 연해주와 북간도 지역 에서는 마땅히 백성이 몰려 있는 곳에 망명 정부가 세워져야 한다는 주 장이 절대적이었다. 그 갈등 가운데 집정관 총재 이승만과 국무총리 총 재 이동휘의 쌍두 마차를 앞세운 제3의 <한성 임시 정부> 내각이 13개도 대표를 통해 발표되자 통합 임시 정부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 다. 1919년 5월 상하이에 입성한 안창호는 현순 목사를 연해주 특사로 보내 두 정부가 동시 해체를 선언하고 함께 한성 임시 정부를 승인하자 고 제안했다. 국민 의회 측에서는 이 제의를 선하게 여겨 즉시 자체 해 산을 선언하였고 그 당시 연해주와 북간도 지역에서 가장 신임이 높았던 독립운동 지도자이며 한인사회당 당수 이동휘를 앞세운 대표단을 상하이 로 내려 보냈다 (반병률,1998, 203-209).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것이 장차 우리 민족 분열의 불 씨가 되었다. 상하이 측에서는 임시 정부와 의정원을 해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직함을 고집하던 이승만을 위해 9월 11일 헌법을 개 조하여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개헌을 하였고, 그 틀 안에 국민 의 회 인사들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상하이에 도착하여 그것을 알게 된 문 창범을 비롯한 국민 의회 측 인사들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크게 반발 하였고 결국 연해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한성 정부의) 승인이냐 (상해 정부의) 개조냐 라는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파국을 막기 위해 고심하던 이동휘가 1919년 11월 3일 개조된 상해임시정부의 국무총리 에 취임함으로 우여곡절 끝에 반쪽짜리 통합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출범 하게 된다. 통합이라 함은 남쪽의 기호파와 북쪽의 서북파가 합하였다는 것이요, 영미식 서구 자본주의 (그 당시 제국주의) 열강이 취하고 있던 자유 민주주의 제도를 따르는 우파와 그 당시 유럽과 러시아에서 일어나 던 사회 민주주의 (나아가 공산주의)를 따르는 좌파가 연합한 역사적 의 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상해에 내려왔다가 통합을 위해 남은 이동 휘와 김립 등의 북도파가 상해파 고려공산당이 되고 되돌아가버린 북도 파가 이르쿠츠크 고려공산당이 되어 좌익 내부의 또 다른 분열의 씨를 만들었다. 아무튼 어렵게 통합 임시정부가 출범했지만, 그 앞길은 순탄 치 않았다. 이승만의 외교독립론, 안창호의 실력양성론 그리고 이동휘의 독립전쟁론으로 표방되는 임시정부 3대 거두를 중심으로 한 기호파-서도 파-북도파의 3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서도파가 기호파와 연대함으로써 이승만을 내세우던 기호파가 이동휘의 북도파를 축출하고 임시정부를 장악하게 되었다.
이 당시 안창호, 손정도, 이광수, 선우혁으로 이어지는 서도파가 어찌 하여 기호파와 연합하였을까? 역사의 수수께끼다. 반드시 풀어야 할 문 제가 아닐 수 없다. 안창호는 이동휘를 상하이로 불러들인 장본인이었고 서로 서북학회를 만들어 평안도와 함경도를 오가며 활동할 당시 호형호 제하던 가까운 사이였다.12) 만일 안창호가 이동휘의 손을 들어주었다면 임시정부의 역사와 그 뒤에 이어질 독립운동사 전체가 뒤바뀌었을 것이 다. 대통령 이승만이 많은 문제로 탄핵까지 거론되던 임정 초기의 리더
12) 서북학회는 1908년 평안도와 황해도 출신의 안창호, 이갑, 박은식 등이 세운 서우학회 와 함경도 출신의 이동휘, 이준 등이 만든 한북흥학회를 통합하며 만든 교육 단체다.
십을 이동휘가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안창호의 서도파 는 결정적 순간마다 기호파의 편에 서서 캐스팅 보우트 (casting vote) 의 역할을 하였고, 결국 이동휘를 지지하던 개혁 세력의 젊은 차장들인 김립, 윤현진, 이규홍, 김철 등과 그리고 북도파와 연해주 세력을 물리쳤 다 (반병률,1998, 210-281).
이를 이해하려면 조선 반도 근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서구 기독 교 선교사들의 선교지 분할 정책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 대다수의 서도 인들은 평양 대부흥 이후 평안도 지역에 먼저 들어섰던 미국선교사의 영 향을 받았고, 그들이 세운 교회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음으로 이미 친아 메리카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또한 그들 중에서 안창호와 양 기탁을 비롯하여 많은 청년들이 이미 미국을 다녀왔거나, 손정도처럼 내 한 미국인 선교사와의 깊은 교제 속에서 신앙을 키웠던 사람들은 이미 친미파가 되어 있었다. 미국 사회의 풍요와 자유, 선진 민주 사회를 접하 고 돌아온 그들에게 춥고 가난한 러시아는 따라 배울 것이 없는 나라였 기에, 망명이후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친러시아 성향을 띠던 이동휘의 북 도파에 대한 내밀한 경계심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안창호를 따르는 서도 파는 실력배양이 우선이라 여겼고, 독립전쟁론을 고수하던 이동휘의 북 도파가 너무 급진적이라고 생각하여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운 이승 만의 외교독립론 쪽에 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부분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도파가 범보수 진영으로 자리매김한 사건은 임시정부의 저울추를 기호파로 기울게 하였고, 그로 인한 극심한 분열 양상은 해방 직전까지 독립운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상해임시정부가 외교독립을 주장하는 이승만 중심의 기호파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무장독립운동을 주 장하던 북도파와 이회영, 신채호, 박용만 등 반 이승만 세력이 모두 상해 를 떠남으로써 상해임정은 와해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도와주던 손정도 안창호 등의 서도파 마저 물러나고 기호파 내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신 임을 잃은 대통령 이승만이 1925년 3월 11일 결국 탄핵을 당하자, 임시 정부는 독립운동사에서 한때 잊혀질 정도의 지리멸렬한 상황으로 접어들 었다. 그 불씨를 살려낸 것은 끝까지 임정을 지키던 백범 김구와 1931년 만주 사변 이후 임정 사무실을 찾아온 이봉창 윤봉길 두 청년이었다.
3. 결론, 분열의 뿌리를 파헤치다
지금까지의 논거에 의해 한반도 근현대사를 관통해 왔던 분열과 분단 의 뿌리 속에 일제시대에 크게 부흥했던 개신교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었다. 특별히 을사늑약 직후 일제에 의해 가해진 핍박 상황 속에서 일어난 1907년의 평양대부흥과 신민회 운동은 조선의 기독교를 예수복 음 중심의 개인복음과 메시아복음 중심의 사회복음으로 갈라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은 일제 식민지의 탄압과 그와 연결된 미일동맹의 여파였 고, 기독교 내부에서는 개인복음과 사회복음의 분리현상으로 나타났다. 그에 일조를 한 것이 기호/서북지방의 남북 지역갈등과 가일층 선교지 분할 정책에 의한 동서 갈등이다. 그 당시 기독교 부흥과 기독교 교육의 진원지였던 서북지방이 선교지 분할 정책으로 말미암아 서도와 북도로 다시 나뉘게 됨으로 분열이 가속 심화되었다. 미국 선교사가 차지한 평 안도-황해도 지역이 보수적인 미국 북장로교에 의해 개인복음 중심으로 내면화 되었다면, 함경도와 북간도 연해주 선교를 맡았던 캐나다 선교사 들의 영향을 받아 해외로 망명했던 북도파 크리스천 지도자들은 사회복 음에 경도되어 일제에 저항하는 무장독립운동세력으로 나아갔고, 종국에 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으로까지 발전하였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선교사들의 신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파급력은 미국식 보수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은 복음주의 진영이 정권친화적 행동양태를 보인것에 비해 캐 나다 연합교회와 사회복음의 영향을 받은 진보진영은 독재저항운동, 연 합운동, 통일운동의 다른 물줄기로 흘러가게 되었다.
이때, 조선조 500년간 남쪽의 기호파에 의해 멸시 천대 받았던 서북 인들 중에 미국 선교사의 영향 아래서 미국파로 옮겨간 안창호, 손정도, 양기탁 등의 서도인 (평안도/황해도)들이 범보수 진영에 합류함으로 말 미암아 임시정부의 캐스팅 보우트 역할을 감당하여 이동휘, 김립 등의 범진보 사회주의 진영을 물리침으로 임시정부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 것이 우리 민족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특히 통합임시정부의 형 성과정에서 한성정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북도파와의 승인 약속을 깨고 서도파가 기호파의 편을 들어 상해임시정부를 개조한 사건은 독립운동사 전체를 뒤흔든 분열의 불씨로 남았다.
본고에서 위에 논의된 복합적 원인들이 작금의 한국 사회의 보수/진보 진영의 양극화 현상 및 한국 교회의 개인복음과 사회복음의 나뉨과 분리 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논거하였다. 이어지는 논문에서는 일제 시대 개신교의 분열과 이어지는 친일행각이 일제시대 말기와 해방공간, 그리고 이어지는 한국전쟁을 통해 어떻게 확대 재생산되면서 오늘날 한 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고질적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를 상 세히 밝힐 예정이다. 한국 사회 내적인 분열과 남남갈등의 역사적 악순 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숙제를 풀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 회 통합을 이루어냄으로써 민족이 하나 되는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하여 이 연구의 중요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참고문헌■
강덕상, H여운형과 상해 임시정부H, 선인, 2017.
강성호, H한국 기독교 흑역사H, 짓다, 2016.
강화양명학 연구팀, H강화학파의 양명학H, 한국학술정보, 2008.
김낙환, H아펜젤라 행전H, 청미디어, 2014.
김삼웅, H이회영 평전: 항일무장투쟁의 전위 자유정신의 아나키스트H, 책으로보는세 상, 2011.
김용민, H한국개신교와 정치: 개신교 정교 분리 원칙의 변용 과정H, 소명출판, 2016.
김일성, H세기와 더불어, 김일성 회고록H, 조선로동당출판사, 1992.
김창수 외, H해석 손정도의 생애와 사상연구H, 넥서스, 1999.
도리스 그리어슨, H조선을 향한 머나먼 여정: 로버트 그리어슨의 선교일화와 일기H, 한신대학교출판부, 2014.
류대영, H한권으로 읽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H,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18. 류대영, H한국 기독교 역사의 재검토H,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19. 류대영, H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H, 푸른역사, 2009.
반병률, H성재 이동휘 일대기H, 범우사, 1998.
반병률, H여명기 민족운동의 순교자들H, 신서원, 2013.
브루스 커밍스, H브루스커밍스의 한국현대사H, 창작과 비평사, 1997.
서정민, H이동휘와 기독교H,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7.
서중석, H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H, 역사비평사, 2001.
송석준, H조선시대의 양명학H, 보고사, 2015.
김구⋅안병욱, H안창호 평전H, 청포도, 2005.
윤치호, H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윤치호 일기)H, 산처럼, 2013.
이덕일, H이회영과 젊은 그들: 아나키스트가 된 조선 명문가H, 역사의 아침, 2009. 이덕주, H독립운동의 요람 남산재 사람들H, 그물, 2015.
이덕주, H기독교 사회주의 산책H, 홍성사, 2019.
이덕주, H자유와 평화의 꿈, 손정도H, 밀알북스, 2020.
100 기독교와 통일, 제12권 1호 (2021년 4월)
이만열, H한국기독교와 민족통일운동H,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01.
이준식, H김규식: 민족의 독립과 통합에 바친 삶H, 역사공간, 2014.
정진호, H떡의 전쟁H, 홍성사, 2005.
정진호, H여명과 혁명, 그리고 운명 (상, 하권) (구례선과 리동휘, 그리고 손정도)H, 울독, 2021.
최선수, H부르심 받아 땅끝까지: 내한 캐나다 선교사들의 삶과 발자취H, 홍성사, 2011.
프랭크 W. 스코필드, H프랭크 스코필드H, KIATS (키아츠), 2014. 한영우, H과거, 출세의 사다리H, 지식산업사, 2013.
논문 접수일: 2021년 03월 01일 논문 심사일: 2021년 03월 17일 게재 확정일: 2021년 04월 03일
논문 좌표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08897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