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피로 치장한
부뚜막,
솥안에 가득찬 실탄
22. 07. 03 조선중앙통신은 조선 외무성 대변인과의 <질의-답변 형식의 글>을 게제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나토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질문 받았고, 그 질문에 응해서 <얼마 前에 있은 나토 수뇌자 회의 기간 미국과 일본, 남조선 당국자들이 反共和國 대결 모의판을 벌려놓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무턱대고 걸고 들면서 3者 합동군사연습을 진행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를 겨냥한 위험천만한 군사적 공동 대응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번 나토 수뇌자 회의를 통하여 미국이 유럽의 군사화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나토화를 실현하여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억제, 포위하려는 기도를 추구하고 있으며, 미-일-남조선 3각 군사 동맹을 그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보다 명백해졌다. (이처럼) 조성된 정세는 조선반도와 국제안보 환경의 급격한 악화 추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가 방위력 강화의 절박성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 책동으로 하여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조성되였으며 국제평화와 안전은 냉전 종식 이래 가장 엄중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적대 행위로부터 초래되는 온갖 위협에 대처하여 국권과 국익, 영역을 믿음직하게 수호해나갈 것이며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을 다해나갈 것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를 <미국이 유럽의 군사화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나토화를 실현하여 러시아, 중국을 동시에 억제 포위하려는 기도를 추구하고 있으며, 미-일-남조선 3각 군사 동맹을 (그러한) 기도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무모한 군사적 책동으로 하여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전쟁이 동시에 발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조성되였으며 국제평화와 안전은 냉전 종식 이래 가장 엄중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고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정의했다. 나토의 아시아 확장에 대한 견해와 미국과 유럽의 新대외정책이 낳은 결과에 대한 그의 입장이 합리적인지, (순전한) 어거지인지....는 관심사항이 아니다. 다만, 나토의 아시아 확장을 신대외정책으로 읽고, <그러한 정책적 기조가 전면적-무차별적 핵전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정리한 점이 고무적이다.
나토는 이번 마드리드 회의에서 <신전략개념>을 문서로 채택했다. 이 문서에서 나토는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중국의<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조선에 대한 전략개념은 언론을 통해서 뿌려지지않고 있다. 그러므로 <(얘네가) 뭐라고 씨부렸는지?>아직 알 수 없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유혁(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의 개인 의견을 지면에 실었다. 이 글에서 김유혁은 <푸틴의 그것은 세계가 겪고 있는 現 정치-경제적 혼란의 근원에 대한 옳은 분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나라들은 저들의 규정에 기초한 세계 질서를 내세우며 모든 나라가 그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강박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러시아, 중국 등을 그 질서 수립의 주되는 도전 세력으로 지목하고 전례 없는 고립 압박 공세를 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수군사작전은 패권주의자들이 떠드는 규정에 기초한 세계질서를 저지 파탄시키기 위한 정의의 조치다. 지배주의를 종식하고 세계의 다극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의의 위업은 반드시 승리하게 될 것이다>고 하였다. 얌전하고, 느린 정세 얘기다.
그러나 김유혁의 글 내용보다는 그의 <신분>이 얼핏(비린내가 날 만큼 하도 엉큼해서) 시선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의 신분을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라고 했다. 이런 조선중앙통신의 행동이 조선에 think tank(정책연구소, 政策硏究所, policy institute, 두뇌집단, 지식집단, 두뇌공장, 두뇌회사)가 있다는 고의적인 발설작업으로 읽힌다. 현재 유효한 지식집단(think tank)을 30여개 內外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이 그 중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영국, 프랑스, 스웨덴, 러시아, 중국 등이 각각 몇 개씩 나누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식집단은 생산, 발굴, 훈련, 조직이 쉽지않은 국가 자산이다. 상대적으로 정보집단, 특수전 역량의 생산과 조직은 수월한 편이다. 물론 전술-전략의 개발 및 설계집단의 생산과 조직 사업에 비한다면 헐거운 편이지만 그렇더라도 지식집단의 생산과 조직 사업은 국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 하는 중대 사업이다. 조선중앙통신의 이런 허튼 발설이 사실이라면 <조선에는 전략-전술의 발굴 및 설계에 필요한 소재들을 포집하고 분류하는 기초지식집단이 필요한만큼 조직되어있다>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그게 사실일까?
조선중앙통신의 기획보도에 이어 조선외무성은 홈페이지에 <주권수호를 위한 벨라루스의 노력>이라는 제목의 문장을 게제했다. 이 글에서 조선외무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수군사작전에 있어서 후방 기지 역할을 하는 벨라루스가 서방의 제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 미국과 서방의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와 고립 압살 책동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주권국가의 자주권을 유린하고 합법적인 정권을 전복하려는 불순한 시도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어리석은 망상이다>고 주장했다. 조선외무성의 이 짧은 문장이 그나마 재미있는 것은 러시아의 특수작전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미국과 유럽이 태도에 대해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나저나 조선외무성은 <심심해서?>, 아니면 <그러는 게 러시아에 대한 예의라서?> 이런 문장을 작성했을까.
조선이 소소하게 국제정세 얘기, 그에 대한 입장표명을 나열하는 사이 자유시보(22. 07. 03 /대만)은 존 볼턴의 발언(22. 06. 30 미국 외신기자협회 화상 인터뷰)을 지면에 실었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볼턴은 그 자리에서 <미국의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그 효력에 있어서 상황적 한계에 봉착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정세가 매우 복잡한 가운데 대만이 역내 안보 대화의 일원이 돼야만 대만-중국 주변까지 더욱 안전해지는 길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전쟁을 정말 원하지 않고 단지 해상-공중 봉쇄 등을 통해 대만해협의 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일본, 호주가 반드시 대만을 지원해줘야 한다. 바이든이 취임한 後 쿼드, 오커스 등을 만든 데 이어 태평양 도서국들 역시 중국 세력의 침투를 우려하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 기회를 이용해야 한다>고 한 모양이다.
그는 그렇게 <겁먹지 말고, 대만을 확실하게 밀어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그런 근거없는 확신과 신뢰할 수 없는 전망을 대만이 쿨하게 참고하거나, 기댈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하고, (그랬으면 하고, 사뭇) 기대된다. 자유시보에 이어서 니혼게이자이 아시아도 스티브 샤보트(미 하원 / 공화당)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이 인터뷰에서 샤보트는 <미국과 대만은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전술 정보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에 의문이다. 이제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볼턴은 <중국의 대만 침공은 호떡집의 공갈>이라고 했다. 그러나 샤보트는 <그건 어쩌면 실탄>이라고 봤다. 그렇게 볼턴과 샤보트는 중국을 <마냥 짖는 개와 물 수 있는 개>로 다르게 봤지만 그런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대만에 대한 모호성의 지금 해제>를 주문했다. <상황에 대한 인지는 반대인데, 대응방식은 동일하다>는 점이 상큼하다. 이런 상큼함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분다, (그래도) 살아야 겠다>는 인지와 방식의 이중성, 아니면 그 애잔한 또는 삶에 대한 ... 게다가 징그러운 집착을 쪽팔리게 소환한다.
미국은 <이익과 패권>에 중독된 상태다. 그렇게 태어나서 살다가 이제 폭삭 추잡하게 늙었고, 한창 때처럼 (함부로, 아무 때나) 몽둥이를 휘두를 힘과 배짱이 바싹 시들었다. 그런 미국에게 볼턴과 샤보트는 <다시 한 번>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문득 <오래전부터 서지 않는데, 애 만들어라>는 얄팍한 조롱처럼 들린다. <그러고 싶은데, 그게 정말 안되는 경우> 당사자의 괴로움은 상당하다. 그렇게 가망없는 퇴물에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욕밨응게, 다 잊고 그만 푹 쉬어>...이런 위로와 권고다. 그게 충정이고, 인심이다. 때문에 볼턴도, 샤보트도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왠지,
임인년은 <심난한 해>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걷히는 해>일 것 같다.
구름이 걷힌 말간 하늘처럼
세상이 한번이라도 그렇게 말간해질 수 있을까?
이제 그런 시절이
그런 날이 닥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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