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과거 “위원회 구성된 날부터 존속기간” 해석...세월호 특조위 힘 실어

지난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해양수산부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오는 30일로 위원회 활동 기간이 공식적으로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조위 활동 기간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특조위 활동 기간 관련 내용이 명시된 세월호 특별법을 해수부가 자의적으로 왜곡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법제처의 과거 유권해석, "위원회 구성된 날"
이에 따르면 세월호 특조위 주장이 타당

특조위에 따르면 해수부는 26일 오후 공문을 보내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49조에 따라 위원회의 활동종료('16.9.30) 후 3개월간 사무처가 위원회의 잔존 서무를 처리하게 된다"고 전했다.

특조위 활동 기간을 두고 정부와 특조위 간 이견이 있었지만, 정부는 6월 30일을 조사활동 종료일로 보고 이후 석달을 조사보고서 작성 기간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30일 특조위 활동은 사실상 끝난다. 하지만 특조위는 여전히 내년 2월까지 활동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다른 이유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시작된 시점에 대한 해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특조위는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인 2015년 8월 4일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7조(위원회의 활동기간)에도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을 '특별법 시행일'인 2015년 1월 1일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제처의 과거 유권해석을 보면 특조위 주장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입법을 총괄·조정·지원하는 행정기관인 법제처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논란과 비슷한 과거 사례를 두고 '법 시행일'이 아니라 '위원회가 구성돼 운영을 개시한 날'을 위원회 활동 시작일로 해석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2014년 10월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위원회'의 존속기간에 대한 질의에 "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을 개시한 날은 2010년 12월 13일"이라며 "바로 그날이 위원회의 존속기간의 기산일(기준이 되는 첫날)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위원회 구성의 근거가 된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은 2010년 3월 26일 제정돼, 같은 해 9월 27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 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위원회가 구성된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게 법제처의 해석이다.

이 외에도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일은 2000년 4월 13일이었지만, 위원 임명이 2000년 8월 28일에 마무리된 데 따라 존속기간 시작일은 8월 28일이었다.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에도 시행일은 2004년 9월 23일이었지만 존속기간 시작일은 그로부터 2년여 뒤인 2006년 7월 13일이었다.

이 의원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법 시행일이 세월호 특조위 존속기간의 기산일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억지라는 사실을 분명이 보여주는 공식사례"라며 "세월호 특조위 존속기간 기산일은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한 위원 17명이 모두 임명되고, 예산배정까지 마무리된 2015년 8월 4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법제처에 법령해석 요청했다가 '돌연' 취소
이후 자의적 판단으로 세월호 특조위 강제해산 시도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5년 3월 30일 법제처에 보낸 세월호 특별법 법령해석 요청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문.ⓒ김현권 의원실

문제는 해수부가 이러한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받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세월호 특조위를 강제해산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특조위 활동기한에 대한 법제처 해석의뢰를 돌연 취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의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외면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농해수위 소속인 더민주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 2015년 2월 2일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특조위의 활동 기간 및 위원의 임기 종료일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했다. 관련 특별법 조항은 제6조(위원회 구성 등)와 제7조(위원회의 활동기간) 및 부칙 제3조(위원회 위원 임기의 적용례)이다.

이에 법제처는 같은 해 2월 16일 해수부에 해당 안건에 대한 법령해석심의원회 개최 안내 및 참석 요청 공문을 보내 사무관 이상의 소속 직원 또는 관계인이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2월 24일 법령해석에 대해 추가로 검토할 내용이 있다며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의를 보류해 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30일에는 최종적으로 법제처에 법령해석 요청을 철회했다.

갑자기 법령해석 요청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해수부는 "소관부처로서 특조위 활동기간이 특별법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 법령해석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철회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특별법 해석을 두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셈이다.

김 의원은 "특조위의 활동 시작 시점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주무부처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명확한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해수부가 법령해석 요청을 철회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안이 상임위 상정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령해석을 의뢰했다가 돌연 취소한 해수부의 오락가락한 행동을 누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