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시절, 광주시민관에서 보았던 '킹콩',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그리고 현대극장에서 본 '황야의 무법자' 그외 제목조차 가물가물한 수많은 두 개빵짜리 '동시상영' 영화까지.. 영화에 대한 추억은 너무나 많아 모두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청소년기때 보았던 이소룡이 나왔던 영화 - <당산대형>, <용쟁호투>, <정무문>은 나의 우상이었고 신화였다. 당시 광주무등중학교를 다닐 때였는데 어원도 모르는 용어 '빠이롱'(♡담넘어서)으로 광주시내 모든 영화를 섭렵하고 다닐 때였다.

한번은 절친 재립이와 현대극장 담을 넘다가 '기도'아저씨에게 걸려 극장입구에서 무릎끓고 손을 들고 기합을 받았다. 그런데 손을 들고 기합을 받는 와중에도 기도님께서 자꾸 머리를 툭툭 치길레 "지금 벌받고 있는데 왜 치느냐"고 대들었다가 먼지나게 맞았던 기억이다.

도망갈 기회를 엿보던 중, 높은 사람이 그만 보내라고 해서 무사히 벗어나긴 했지만, 지금도 그 기도아저씨께서 친구는 때리지 않고 나만 때렸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내 친구는 한대도 않맞았다...^^

이소룡 영화를 보기 전, 즉 친구와 시민관 담넘기 전에는 꼭 치러야 하는 행사가 또 있었다. 말하자면 '이소룡 흉내내기'를 하는데 몇 분 동안 주먹은 쓰지 않고 친구와 결투를 벌이기도 하였다. 늘상 산수동 오거리에서부터 무등산 전망대를 새벽마다 달리면서 산위에 올라가 정권단련을 하던 터라.'오~~오오오' 괴성을 지르며 이소룡 흉내 내면서 맞짱을 뜨는 것은 하나의 제례의식이였다.

그리고 임예진 전영록 주연의 영화들은 나의 첫사랑 무리군에 속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의 주인공 마리솔은 박정은, 이연옥 .고선주... 등등 수 많은 첫사랑의 회상을 물리치고 몇 안되는 외국계 첫사랑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각설하고. 영화 '안시성'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위대했던 고구려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져서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하늘 높이 끌어올린 영화였다.

20만대 5천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숫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안시성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군림하지 않는 성주와 그를 믿고 따르는 군사들의 흔들림없는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장면부터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장면은 다음장면이 빨리 나타나기를 기다려지게 만들었다, 기마부대의 기동성은 요즘 특전사나 해병대에 비교할만하다. 지금은 중국땅이 되어버린 만주벌판과 부여성.국내성 등등 옛 고구려의 기상은 보는 동안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저 시대에 발칸포가 있었으면..하는 안타까움도 들었고. 특히 이세민을 습격하는 장면은 내부자의 세작질로 오히려 매복조에게 걸리기는 하였지만 적들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선제적 타격이였다. 특히 고구려를 상징하는 삼조고 깃발이 많이 등장했으면 영화의 전체적인 운치를 더할 수도 있었던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동안.안시성의 양만춘 성주와 같은양씨인 요즘의 양승태 전대법원장 얼굴이 크로즈업되었다.

연개소문의 정치력이 잘못되었다면서 주군이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등을 돌렸던 양만춘과 주군의 끄나풀이 되어 한 평생 호의호식했던 전직 대법원장 양승태의 삶속에서 분단국의 국민들이 가져야 될 삶의 미래가 보이는듯 하다.
또 한번 각설하고, 영화 "안시성"은 북쪽 우리 영토와 동족에 대한 애뜻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로까지 이어지는 치밀한 시나리오를 보는듯 하다. 5000년을 함께 살아왔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지만 앞으로 영원히 함께 살아야 될 남북의 반도 위에 우리는 하나다.! 라고 영화 '안시성'은 말하는 듯 하였다.

(♡끄으읏♡)

춘천에서 '무명시인'

p.s 이 영화는 안시성은 '빠이롱'(♡담넘어서 )으로 보지 않고 돈 주고 정문으로 들어가 보았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