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을 올리기 전에 문재인-안철수 지지율 변화에 관한 글을 올린 이유는 요즘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다고 해서, 제8편에서 이 문제까지 한꺼번에 다루면 좋을 것 같아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선출되지 안희정을 지지하던 여론이 안철수 쪽으로 쏠렸고, 여기에 문재인이 낙선하기를 바라는 언론카르텔이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하면 왜곡된 여론조사를 일삼아서 안철수를 띄우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포기한 것이 현재까지 상황이라고 나는 본다. 그런데 이제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했다고 나오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사실 아직까지는 뭐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문재인을 낙선시켜야 한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안철수로는 글렀다고 판단한 사람들 중에서 홍준표만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심상정한테 간 걸 수도 있겠다. (한겨레신문 등이 안철수에게 호의적이고 편파적일 수는 있겠지만 한겨레신문의 특성상 문재인이 아무리 싫어도 홍준표에게 호의적일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가 당선권에서 멀어진 건 '반문카르텔'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 좌파쪽 동맹군이 이탈할 수밖에 없어졌으니까 말이다.) 그밖에 다른 가능성도 있을 수 있으므로 심상정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 자체에 대한 논의는 일단 이 정도에서 접어두겠다.

제8편의 핵심은 다른 부분이다. TV토론에서 심상정 후보가 보인 행태를 보면서 '민주진보개혁성향 유권자들'은 많이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당황한 건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문재인이나 심상정이나 둘다 훌륭하고 양심적인 정치인들 아닌가? 물론 양심적인 두 정치인들이라고 해서 생각이 완전히 똑같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양자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을텐데 심상정은 왜 그렇게 문재인을 싫어할까?" 대충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문제를 내가 지금까지 설파해온 관점에서 보자. 문재인은 '중도파'다. 심상정은 '좌파'다. 내가 말하는 '중도파'와 '좌파'의 정의는 이제 다들 아실 거다. '중도파'는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A중사의 비뚤어진 인품과 대한민국의 거시적 권력구조가 합작해서 생긴 결과'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좌파'는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거시적 권력구조 탓이며, A중사는 대한민국의 거시적 권력구조 하에서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유시민같은 사람이 '중도좌파'라고 할 수 있다. 유시민과 국민참여당 사람들은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거시적 권력구조 탓이 A중사의 인품 탓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러나 A중사의 인품 탓도 있기는 있다. A중사도 반성하긴 반성해야 한다." 이쯤 된다. '좌파' 중에서도 '극좌파'는 "B하사가 똥을 핥게 된 것은 대한민국의 거시적 권력구조 탓이 전부이고, A중사는 B하사만큼이나 우리가 사랑하고 보듬어야 할 사람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정희나 이석기같은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 부분은 좀 논란이 될 수도 있으려나?

일반적인 야권 성향 국민들은 문재인이 대표하는 '중도파'와 심상정이 대표하는 '좌파' 사이의 간격이 그리 크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노회찬 등 좌파들은 자신들 좌파는 중도파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단 야권 성향 국민들이 중도파와 좌파를 비슷한 부류로 보는 이유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야권 성향 국민들은 중도파 문재인과 좌파 심상정을 왜 비슷한 부류로 볼까? 사실 심상정이나 노회찬은 펄쩍 뛰지 않나? 우리 좌파가 어찌 저들 중도파 따위와 같은 부류냐며 길길이 날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야권 성향 일반 유권자들이 중도파와 좌파를 동급으로 보는 이유는 이 두 정파가 '非우파'이기 때문이다. 내가 '똥을 핥는 B하사'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썼는데(논란의 소지를 극소화하기 위한 목적) 일반적인 국민들도 '똥을 핥는'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삶 속에서 각종 억울한 일을 매일매일 겪으면서 산다. 내가 굳이 '똥을 핥는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면 안 될만큼 개개인이 느끼는 억울함을 대변하고 해소할 사회적 장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문재인을 생각해보자. "문재인같이 온갖 부당한 수모를 참고 견디는 분도 계신데 너는 이런 것도 못 참아!" 이런 말이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억울함을 해소할 길이 있겠나? "문재인은 참는데 왜 너는 못 참아?" 대개 대한민국 사회가 사회모순을 은폐하는 것이 이런 식이다. 지속적인 구타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을 생각해보자. 문재인이 그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문재인 본인이 그런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걸 이겨냈고, 윤일병은 이겨내지 못 했다. '임병장'을 생각해보자. 고성 22사단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람 말이다. 그 보직에 문재인이 들어갔다면 임병장처럼 힘들어 헀을까? 아마 안 그랬을 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얼버무리는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아주 알기 쉽게 '문재인'만 갖다 붙여도 사회구조적 부조리에 대한 웬만한 불만은 거의 모조리 깔아뭉갤 수 있다. "문재인 님이라면 극복할 역경을 너는 왜 극복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