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수 못봤다는 최영순 소령의 증언은 거짓이다"
- [천안함 2차공판 후기②]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채워진 퍼즐

(민중의소리 / 신상철 / 2011-09-26)

천안함 침몰 사건 발생 직후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그 사진에는 천안함 함수가 물 위로 떠있고 그 주위를 해경정이 선회하며 지키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사진이 가장 많이 알려진 이유는 천안함 사고 발생 순간의 영상으로는 백령도 초소에서 찍은 TOD외엔 존재하지 않고 구조 당시 해경 501함에서 촬영한 영상은 어둡고 흐려 스틸컷으로 쓰기에 부족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침몰하는 천안함의 모습>이라는 상징성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천안함 관련 사진의 부족으로 그래픽 기술을 동원하여 영상을 만들어 보도하던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천안함이 인양되어 최초로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첫 시점인 4월 13일까지는 이 사진만이 거의 유일한 <실체적 모습을 담은 천안함 침몰 장면>이었기에 뉴스 화면마다 이 사진을 배경으로 깔았던 것이지요.

군당국발 초기 보도,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진의 내용을 소개하는 지면상의 코멘트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당시 상황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입니다.

위 사진 하단의 사진설명에는 "선수부분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해경 253호정은 천안함 주위를 선회만 했을 뿐 구조작업은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함수를 확보하기 위한 부표 설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보도 제목이나 기사처럼 <천안 함장, 사고현장서 구조지원 중>이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마치 사고 직후부터 구조작업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거짓발표에 기자들이 놀아난 것입니다. 군이나 해경은 저 함수에서 구조작업에 나서지도 않았고 함장은 생존대원들과 2함대로 가고 있었으니까요.

이러한 왜곡된 보도는 많은 혼선을 초래하면서 당시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 모두 겪게 되는 상황인데 그 근본 원인은 국방부에서 사실대로 발표하지 않고 진실을 호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천안함 함수를 확보하고 그 곁을 지키는 해경정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것이 구조장면이라고 믿어주는 일반인들의 '상식'이 작용한 탓입니다.

황당하게도 저 사진이 찍히고 난 이후의 상황은, 함수를 지키며 선회하던 해경 253호정은 조용히 사라져 어디론가 가버리고 함수는 물속으로 완전히 가라앉게 됩니다. 그 시간이 3월27일 오후 13:37분이며 <천안함 백서>에는 그것을 지켜 본 자의 보고에 의하여 <천안함, 함수 완전 침몰>이라는 한 줄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메가톤급 증거인 '함수 사진', 오전 7시30분에 찍었다

제가 <함수만 떠있는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진이 너무 밝았기 때문입니다. 천안함은 밤 21시 이후에 사고가 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미.함수 모두 완전히 침몰한 것으로 보도되었기 때문에 저렇게 밝은 시간대에 함수가 떠 있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밝은 거야. 적외선 카메라로 찍었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지요.

그래서 사진의 출처로 기록된 <웅진군청>에 전화를 하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수소문을 거쳐 사진을 찍은 분과 연락이 닿게 되었고 오랜 설득 끝에 사진의 원본을 이메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께 물어보니 사진을 찍은 시간은 사고 다음날인 27일 오전 7시 30분경이며 바닷가에 나갔다가 떠 있는 함수와 해경정의 모습을 보고 카메라에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위 사진이야말로 천안함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메가톤급 증거 사진>이라고 저는 단언합니다. 저 사진으로 인하여 (1)함수가 사고이후 계속 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 오른 것인지 여부 (2)그 이후 군과 해경이 함수를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에 돌입하고 사건의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천안함 재판에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해 조각난 퍼즐들이 하나씩 메꾸어지며 전체의 진실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채워진 퍼즐

지난 8월22일에 열린 천안함 첫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종철 해경 501호 부함장의 증언에 의하여 문제의 함수가 천안함 사고 이후 계속 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유 부함장은 "생존자를 구출하고 해군 참수리호에 모두 인계한 시간이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며 이후 7시10분까지 현장에 머물다가 해경253호에 인계를 하고 현장을 떠났는데 그때까지 천안함 함수가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19일에 열린 두 번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 심승섭 준장(당시 대령)은 "천안함이 완전히 가라앉은 시간이 27일 13:37분이며 그때까지 천안함 함수의 위치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백령도 현장의 탐색구조단에게 위치를 통보해 주었다"고 증언을 하면서 왜 현장에서 천안함 함수를 수색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아해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증언석에 선 최영순 소령(천안함 함수 탐색구조 책임자)의 증언은 새로운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는 오전 10시에 백령도에 도착하여 장촌포구에 전진기지(좌측사진)를 설치하고 100여명에 가까운 탐색구조단을 지휘하며 함수탐색업무를 했다고 하면서도 그는 함수를 보았느냐는 질문에 "못봤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함수위치를 몰라 “육상 해병초소의 초병에서 무선으로 물어봤다”고 까지 했습니다.

장촌포구의 탐색구조 전진기지 위치에 서서 당시 수면위로 떠 있었을 천안함 함수를 보았다면 어느 정도로 보이게 될지 아래 사진을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천안함 함수 위치에 있는 해상크레인을 장촌포구에서 본 모습입니다.

최영순 소령은 함수쪽 탐색책임자입니다. 따라서 그는 함수를 육안으로 확인했었어야 합니다. 그가 장촌포구에 있는 동안 천안함 함수는 16시간 이상 그곳에 떠 있었으니 말입니다. 또한 그는 함수의 좌표로 정확히 알고 있었어야 합니다. 함수의 위치를 실시간 모니터링하였던 해작사 작전처장이 백령도 현장 탐색구조단에 실시간으로 통보해 주었으니 말입니다.

저는 최영순 소령은 법정에서 <진실된 증언>이 아닌 <위증>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만약 그가 그 시간 그곳에 있었음에도 천안함 함수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장촌포구 앞 천안함 함수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다른 작업에 전념했었다”는 뜻이 되는 것이지요. 그 중 어느 쪽인지 여부는 앞으로 풀어야 할 또 한조각의 퍼즐로 우리 앞에 남겨진 셈입니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4352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