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유는 기록이 방대하고 검찰과 신씨 측이 신청한 증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법원 측은 설명한다. 우선 검찰이 재판부에 낸 수사기록만 5000쪽이 넘고, 검찰 측 증인 45명, 신씨 측 증인 22명 등 양측이 재판부에 신청한 증인만 67명이다. 증인 신문과 서류 증거 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증인 57명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검찰 측 증인이 45명이나 되는 건 신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신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군 관계자 등 여러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다. 반면 신씨 측은 합조단의 천안함 조사에 계속 의문을 제기한 교수 등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군 기밀 관련 내용이 많아 증거 조사에 어려움이 많고, 특히 군 관계자의 경우 훈련 일정 등 때문에 증인 소환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씨 측 증인인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 대학 교수 등은 외국에 머물고 있어 법정 출석 일정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신씨가 암 치료를 받으면서 공판이 상당 기간 열리지 않기도 했다. 또 공판이 오랜 기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기 인사 등으로 바뀐 판·검사들이 사건을 다시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과거 법원의 공판 제도도 신씨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2010년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경우 형사 단독 재판부(판사 1명인 재판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정(裁定)합의부에 맡기기로 했다. 단독 재판부는 통상 법정형이 ‘~이하’로 처벌이 약한 사건을 맡는다. 그런데 중요 사건이면 단독 재판부 판사 3명이 임시로 부(部)를 이뤄 심리하게 한 것이다.

신씨 사건도 원래 형사 단독 재판부에 배당됐는데, 법원은 이 사건 쟁점이 복잡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재정합의부로 넘겼다. 그런데 각자 공판 일정을 갖고 있는 3명의 단독 재판부 판사가 모여 사건을 진행하려다 보니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다, 법정 확보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1~2달 간격으로 신씨 공판 일정이 잡혔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자 서울중앙지법은 작년부터 중요 단독 재판부 사건을 합의부 재판부로 바로 넘기고 있다. 판사 3명으로 이뤄진 합의부 재판부 안에선 일정 조절이 보다 쉽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공판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될 수 있으면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남은 증인 10명에 대한 신문을 마친 후 백령도 현장 검증 등을 거쳐 선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2주에 한번씩 공판 일정을 잡는 등 진행 속도가 과거보다 빠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공판이 빨리 마무리돼서 소모적인 논쟁이 끝났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