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호, ”엉터리 주장에 나라가 들썩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섰다” (주간조선 / 정장열 차장 / 2010-08-09)
7월 27일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카이스트 내 기계공학동 연구실에서 만난 송태호 교수는 ‘천안함 어뢰 온도계산 보고’ 논문을 쓴 이유에 대해 “전문가 중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감한 이슈에 말리기 싫어하는 게 일반적인 지식인들의 생리지만 “30년간 열 전달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엉터리 주장으로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가 어뢰 온도를 계산해낸 과정은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면 복잡한 수식으로 가득찬 어려운 내용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기계공학에 대한 약간의 학문적 배경만 있으면 쉽게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 교재에 나오는 수식 정도만 동원하면 계산해낼 수 있는 문제입니다. ‘1번’ 글씨가 타버려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학문 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습니다.”
송 교수는 “계산 과정을 담은 이번 논문을 같은 과 동료교수들에게 열람시키고 검토를 부탁해 스물여섯 분에게서 ‘옳다고 본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카이스트 ‘열 전달 실험실’ 홈페이지에 논문을 공개할 테니 전문가 누구라도 오류가 있는지 세밀히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 이승헌 교수 등이 ‘1번’ 글씨가 쓰여 있는 디스크에 전달된 온도를 계산해낸 ‘화약의 발열량의 13% /어뢰의 열용량=섭씨 약 150도’라는 수식에 대해 “황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밑도 끝도 없이 13%라는 수치를 제시한 근거도 찾을 수 없었고, 열 전달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상식에 속하는 과도열전달 현상을 어떻게 도외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길이 6m짜리 어뢰를 상정해도 폭탄부를 중심으로 반경 6m 이내에 1000톤의 바닷물이 채워져 있습니다. 폭발 시 이 바닷물을 밀어내는 데 에너지를 소진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150도라는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수식을 만들어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송 교수는 “어뢰가 공기 중에서 터졌다면 ‘1번’이라는 글씨가 지워질 가능성이 있지만 바닷물 속에서 터졌을 때는 내가 계산해 본대로 어떤 극단적인 조건에서도 ‘1번’이라는 글씨는 타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이번 어뢰 온도 계산을 약 한 달에 걸쳐 했다. 계산 도중 ‘1번’ 글씨가 쓰여 있는 디스크 실물을 보기 위해 국방부에도 다녀왔다. “육안으로 관찰해도 디스크의 뒷면은 우윳빛의 폴리비닐브티랄이라는 고분자 계열의 코팅이 되어 있고 그 위에 매직펜으로 ‘1번’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코팅과 글씨가 매우 깨끗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어떠한 열 손상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샤프트에는 부식을 막기 위해 칠해진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도장이 손톱만한 크기로 전체에 걸쳐 산포되어 있는데 이 도장이 떨어져 나간 부위만 심하게 부식되어 있었습니다. 잔존한 도장 상태로 보아 어뢰추진부가 고온에 노출되었다면 ‘1번’이라는 글씨뿐 아니라 그 아래의 고분자 코팅, 그리고 아마도 샤프트의 검은색 도장까지 모두 열 손상을 당했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어뢰추진부가 열 손상을 입을 정도의 고온 노출은 없었을 것으로 추론됩니다.”
송 교수의 이런 육안 관찰기는 ‘1번’ 글씨가 타버려야 했다고 주장해온 일부 교수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어뢰추진체가 폭발 시 뒤로 밀려 고온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합조단의 주장에 대해 일부 교수들은 어뢰추진체가 부식된 점을 들먹이며 페인트가 녹아 없어질 정도로 열이 전달됐다고 주장해 왔다.
송 교수는 197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기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1988년부터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