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통의 서윗함은 아무도 못 말려:

R&D예산 날려 천공과 Yuji의 마음 얻다

지난 9월 24일, 노보셀로프 교수를 비롯한 여러 노벨상 수상자들이 방한했다. 이 자리에서 석학들은 입을 모아 대략 이렇게 말한다.

"가진 게 인적자원뿐인 나라에서, R&D(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한다고? 님들 도랏?;;" (다소 의역)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은 석유도 안 나오고 뭐도 없으니 인적자원뿐이라면서, 모두가 국가의 성장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인적자원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게 사실은 싼값에 훌륭한 노동자를 착취하겠다는 뜻임은 꽤 나이를 먹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그런 와중에 동결도 아닌 대폭 삭감(16.6%)이라니, 뉴스를 지켜본 사람들은 다 이랬을 거다.

"이게 지금... 머선 일이고..."

출처-<KBS뉴스>
자고 일어나면 카르텔이 되는 세상

윤석열의 과학 홀대는 국정 과제쯤 된다. 윤석열은 청와대 직제였던 과학기술 보좌관을 폐지해 버렸고, 2022년 말에는 과기부 산하 대학인 4대 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을 교육부로 이관시켜서 듣도 보도 못한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려다가, 욕을 오지게 먹고 실패했다.

이때, 윤통의 심사가 뒤틀린다.

6월 28일 국개자정전략회의 출처-<대통령실>
지난 6월 28일 있었던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뒤틀린 윤통의 심통은 제대로 터진다. 참석자들은 건전 재정 기조를 이어갔는데, 이종호 과기부 장관이 R&D 예산에 대해 발표하자 윤통은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R&D 국제협력은 세계적 수준의 공동 연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라면서 조인트를 까댔다는 것이다.

참고 기사 출처-<조선비즈>
윤통이 심통이 터지게 된 계기는 역시 4대 과학기술원 직제 이전의 무산이었다. 과학계가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과기부와 협력하여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때부터 과학계는 교육계처럼 또 하나의 카르텔이 되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R&D 예산의 대폭 삭감이었다. 문제가 됐던 4대 과학기술원은 물론이고, 경애하는 윤석렬 동지께서 '공화국 누리호 영웅' 칭호를 내리셨던 항우연마저 25% 예산 삭감이라는 포상으로 돌려주셨다.

당연히 인건비도 대폭 삭감됐다. 대학원에서 굴려지고 있는 석박사생들에게는 생명줄인 교육부 소관 RD 예산도 26.5% 비율로 졸라 깎였다. 다 방 빼라는 얘기다.

당연히, 과학계는 충격과 공포에 빠지고 만다.

묻지 마.. X됐어

이 뉴스가 나오고 난 뒤, 한 연구실의 지박령(地縛靈)으로 일하고 있는 모 지인에게 연락해 봤다.

"너네 집 불났다며? ㅋㅋㅋㅋ"

돌아온 지인의 답.

"묻지 마... 우린 X됐어..."

지인의 말에 따르면, 당장은 과제가 남아 있어서 괜찮겠지만, 이러한 기조가 정부 내내 이어진다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한 학기, 길면 한 해 정도야 어떻게든 버텨 보겠지만, 몇 학기 이상 이어지면 인재가 유출되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붕괴되고, 장비도 소실되면서 국가의 역량 연구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은 공대 나와서 의대 가려고 하는데, 이제는 더 막을 수 없다는 얘기도 했다(여담. 인문계 대학원생한테도 물어봤는데, "인문계는 원래 거지라 삭감될 것도 없음 ㅅㄱ"라는 슬픈 답만이 돌아왔다...).

당연히 석박사과정생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김박사넷도 난리가 났다.

'R&D 삭감 덕분에 미련 없이 탈조선 한다.'
'기업들은 개꿀 빤다. 좋은 인력 더 싼 값에 후려칠 수 있게 됐으니'

'김박사넷' 홈페이지 갈무리
그렇다면 이 예산 삭감이 초래할 결과는 어떨까?

연구 면에서 보면,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예산 삭감은 과기부가 철학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쪼인트까서 억지로 뱉어낸 아이디어다. 그러다 보니, 과제별로 얼마만큼 예산을 삭감할 것인지, 삭감 기준은 어떤지 아무런 계획이 없다. 심지어 '과제별로 적게는 25%, 많게는 80%까지 삭감된다.'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 얘기는, 지금 진행 중인 연구과제를 하반기부터 손도 못 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현장은 다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더 타격을 받는 건 인건비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약 2800명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혹은 돈이 줄어든다. 석사 연구자는 월평균 인건비로 90만 원 정도를 받았었는데, 88만 원으로 줄게 생겼다. 88만 원 세대, 2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예산 삭감 이슈로 가장 분노하는 지역은 대전이다. 대덕연구특구의 매출이 대전광역시 총생산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대학교·연구소·각종 기업이 입주해 있는 대전은 발칵 뒤집어졌다. 심지어 애써 유치한 중이온가속기도 예산 문제로 내년에 가동하기 어려울 수 있단 얘기가 나온다. 국힘은 대전을 아예 버리기로 작정했나 보다.

무슨 마약을 하셨길래 이런 생각을 하시나요?

아무리 건전 재정 기조라지만, 미래를 팔아서 오늘을 버티려는 생각은 제정신이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다. 의아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수천만 개의 물음표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고, 연구과제 그냥 사업체만 차려놓고 꼬박꼬박 타 먹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용와대와 국힘, 그리고 보수언론은 연일 '과학계의 예산 낭비'를 언급하면서 예산 삭감을 정당화한다. 예산이 새면 모니터링을 더 빡세게 할 것이지, 다짜고짜 줄여 버리는 건, 다들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공정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윤카의 술주정이 나왔을 때, 그 이유를 천공과 영부인 둘 중 하나로 찍으면 거의 맞다. 천공부터 보자.

출처-<국회방송 갈무리>

"우리나라는 과학자가 필요한 게 아니다. 과학은 보면 된다. 서양에서 열심히 연구해서 보고서를 올려놨다. 그거 읽으면 다 과학자다. 우리는 기초부터 가르치려고 하면 안 하려고 한다. 그게 우리 민족성이다."
- 유튜브 '천공정법 12709강'

천공의 요지는 간단하다. 기초 학문연구는 우리나라가 할 필요 없고, 해외 대학의 연구를 잘 리뷰하면 된다는 것. 스크롤을 올려 보면, 윤카는 이렇게 말했다.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R&D 국제협력은 세계적 수준의 공동 연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말을 하나로 합치면 이렇다.

"자체적인 기초과학 연구 하지 말고, 외국 거 열심히 리뷰하자."

레퍼런스를 우려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윤카는 어떻게 매번 천공의 생각과 말을 갖다 쓰면서 단 한 번도 인용 표기를 해주질 않나. 이 정도면 제자로서 자질이 의심될 정도다. 하긴야, 이 분야의 최고봉은 영부인이신 '김명신 박사님' 아니겠는가?(참조기사: ' [정밀분석]탐험! 김건희의 호연지기식 논문 속으로: 박사, 참 쉽죠?') 'member Yuji'를 쓰고도 KCI(Korean Citation Index, 한국학술지인용색인. 정부에서 국내 학술지를 대상으로 만든 색인) 딱지가 붙은 김명신 박사님의 유쾌한 학술 도전은 석사부터 박사까지 미스터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 본문을 읽고,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박사학위논문'이나 'KCI' 같은 글자를 보면, 이런 반응이 나온다.

"??????????????"

바로 이 물음표, 내가 가진 상식과 합리의 세계가 철저히 배반당하고 있는 황당함이 속절없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 물음표가 다시금 현재에 반복되고 있다.


(언제 봐도 기가 막힌다) 출처-<매일신문>
윤통은 아내 김건희가 논문 이슈로 탈탈 털리는 모습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교육계가 벌떼처럼 일어나서 온갖 모욕을 퍼부었으니, 가오가 오지게 상했을 거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예산을 낭낭하게 삭감함으로써 아내가 겪었던 모진 고초에 대한 보답을 주려는 거, 아닐까? 아님 말고^_^

생각해 보면, 김 여사가 학술 활동하겠다고 갖다 바친 돈도 장난 아닐 것이다. 그렇게 김건희가 yuji로 쓴 논문이 취소되지 않고 박사학위가 계속 yuji되면서, 세상에 나와 온갖 영리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검사 출신인 윤석열은 직감했을 것이다.

'아, 카르텔이다.'

그렇다. 김건희 같은 사람이 대학에서 강의하고 여기저기 깔때기 꽂는 거, 심지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음에도 학위가 취소되지 않은 거, 이거야말로 카르텔 그 잡채 아닌가. 윤석열이 입만 열면 카르텔을 운운하면서 협박하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의 오랜 관찰로부터 얻어낸 통찰인 것이다. 천공은 한국 사람들은 기초학문 연구하는 거 싫어한다는데, 윤석열이야말로 관찰로부터 통찰을 얻어낸 과학자가 아니던가.

그러므로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R&D 예산 삭감 정책의 이유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스승 천공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상수이면서, 아내 김건희의 실추된 명예에 대한 복수의 묘수

가카는 국가를 수익 수단으로 삼으셨지만, 윤통은 국가를 연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책 한 번에 최애캐 둘의 마음을 사로잡는 윤통의 스윗함에 오늘도 탄복을 금할 수 없을 따름이다. / 빵꾼 | ddanzi.com

끄~읏